그 시절 당연했던 이야기, 우리들. 선이와 지아, 보라 모두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 만나보았던 친구들이다. 반의 주동자가 되는 보라, 그 피해자인 선, 가해자와 피해자 둘 모두 겪은 지아. 영화는 11살 아이들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흘러간다. 어른들은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선이는 반의 흔한 왕따이다.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글쎄, 가난해서? 냄새가 나서? 못생겨서? 잘 모르겠다. 으레 그렇듯이 왕따를 당하는 사람도, 시키는 사람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만난 지아, 지아 역시 아픔이 있다. 부모님의 이혼과 거짓말로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전학을 온 것. 서로 잘 알지 못한 두 아이는 꿀 같은 여름방학을 함께 보낸다. 그러나 2학기 개학을 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부족한 것 없이 사는 것 같은 지아는 완벽한 보라의 무리와 어울리면서 선이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도둑질도 덮어씌우고 음식도 버리고 점점 더 지독한 왕따에 빠지게 되는 선이. 그러나 선이가 지아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지아는 보라의 무리에서 완전히 퇴출된다. 어느 경우나 그렇듯 지아가 왕따가 된 이유는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결국 선이와 같은 처지가 되는 지아. 그러나 지아의 손가락에 남아있는 봉숭아물처럼 선이는 지아에게 다가가기 위한 발판을 놓는다. 서로 멀리하게 되는 이유는 비슷하다. 지아는 선이가 가진 엄마가 부러워서, 보라는 지아의 성적이 부러워서. 이 부러움은 시기감을 갖게 되고 서로를 적대시 하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서로에게 오해를 만들고 멀어지게 만든다. 각자 가진 결핍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이 우정을 결정하는 것이다.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19살 다 큰 애들도, 성인들도 어린 정신으로 서로를 시기한다. 하물며 11살의 어린아이들은 어쩌겠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어쩔 수 없는 거다. 어른들의 개입도 소용이 없다. 그냥 조금 더 성숙한 아이가 손을 내밀고 감싸 안을 수 밖에.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대부분 그 장면을 언급한다. 선이 동생 윤이와 윤이 친구가 자꾸 싸우고 돌아와 선이와 윤이가 대화하는 장면. 선이는 자꾸 맞으면서도 친구와 노는 윤이에게 친구가 때리면 너도 때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윤이는 어른들의 뒤통수를 치는 말을 한다. 친구가 때리고, 내가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언제 놀아? 놀고 싶은데. 그냥 놀면 되는 거다. 내가 맞았다고 다시 돌려줄 필요 없이. 그 나이에는 그러는 거다. 그냥 그러는 게 재밌으니까. 좋으니까. 친구니까. 2016. 12. 21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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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과 공효진, 여성영화 가뭄인 충무로에 오랜만에 나타난 여성 투톱 영화. 비록 두 인물이 거의 따로 등장하지만 엔딩 크레딧에 처음 나오는 두 명의 인물이 여자인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여자 감독까지. 철저하게 여자의 입장에서 쓰인 영화이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공블리가 예쁨을 버리고 조선족 한매를 연기했다. 중국에서 농촌으로 팔려와 강제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여자로서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삶의 희망인 아이마저 부당한 현실에 빼앗기고 아이의 침대를 빼앗은 지선과, 애 낳는 기계 취급을 하며 인간만도 못한 대우를 해 준 남편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 기존의 러블리한 이미지를 모두 버리는 것에 대한 우려를 했으나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충분히 한이 서린 한매의 눈물 연기를 보았다. 지선을 연기한 엄지원은 여자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워킹맘의 모습을 정말 철저하게 잘 표현해 주었다. 일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남아있는 모성애를 훌륭한 연기력으로 잘 소화해 내었다. 며칠 동안 같은 원피스를 입고 다니고, 낮은 운동화에 거의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임에도 폭발하는 연기력이 커버해 주었다. 보통은 여리고 수동적이고 예쁜 여자 캐릭터들, 아니면 포스터에서 제외된 채 기억도 나지 않는 여자캐릭터. 그러나 미씽은 전형적인 모성애 여자 캐릭터를 보여주면서도 사회에서 받는 현대 여성들의 대우를 차갑게 지적해낸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로 직장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지선, 직장과 아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지선,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한매. 정말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결말은 좀 빼는 걸로.. 2016. 12. 07.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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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바보 촉의 여왕 미경. 수도세 120만원의 진실을 찾기 위해 양 팔 걷고 나선다. 그러나 시험을 5일 앞둔 아들은 그런 오지라퍼 엄마가 밉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면 밝힐수록 뭔가 거대한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짐작한다. 결국 수도세의 비밀은 옆집 403호의 살인행각 때문이었다. 얼핏 보면 싱거운 스릴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안에는 장수 고시생들의 애환, 아들에 대한 엄마의 사랑, 살발한 이웃 관계등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코미디(!!) 영화다. 일단 강렬했던 캐릭터 개태! 개처럼 태어나서 개태, 존나 멋있지 라는 대사를 치며 등장부터 머리에 각인 되었던 캐릭터다. 욕하면서도 미경이 아줌마를 도와주고 그녀의 엄마같은 따뜻함에 감동한다. 츤츤데는 귀여운 캐릭터. 익수는 아마도 3수 사법고시생인 것 같은데 솔직히 보면서 가족 돈 잡아먹는 고시생이 무슨 자랑이라고 유세야, 라고 생각했다. 이 것도 전부 엄마 덕에 볼 수 있는 시험인데 모진 말만 하고 자기만 힘든 척, 고생하는 척 하는 모습이 꼴뵈기 싫었다. 403호 남자는 무려 10수생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어서 결국 층간소음으로 아랫집 남자(?)를 살해하고, 10수를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부인이 이혼하자며 찾아오자 그도 죽여버린다. 뭐 이런 병신... 10수가 자랑이라고 성깔도 못 죽이고 사냐.. 덕구는, 아무래도 금수저 같다. 아무래도 시험 합격은 못 할 것 같다. 좀 독특한 캐릭터의 덕구는 결국 아빠의 말을 듣고 고시촌에서 벗어난다. 아마 금수저들대로 벤츠 타고 잘 살겠지. 뭔가 씁쓸해진다. 402호 진숙이는 경찰서장 딸이란다. 그런데 다들 거짓말이란다. 그러나 아줌마, 미경은 그를 믿는다. 그런데 결국 사실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미경. 그녀는 수도세를 해결하기 위해 고시촌의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준다. 반말도 치면서 밥도 해주고 말도 들어주고. 결국 마음을 연 덕구, 진숙, 개태 덕분에 살인 사건을 잡을 수 있었다. 미경은 그 흔한 대한민국 엄마다. 403호가 아들에게 칼을 찌르려 할 때 그를 손으로 막으며 한 대사. "어디 내 새끼한테." 이걸로 게임 끝. 이미 미경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녀는 제 배 불러 아들을 낳은 대한민국 엄마이기에. 캐릭터 하나하나가 버릴 것 없는 산뜻하고 신선한 영화였다. 그러나 내용 전체가 큰 틀을 잡지 못하고 흐름이 허술한 것 같은 면은 있었지만 뭐 어때? 캐릭터들이 충분히 커버칠 수 있었으니까.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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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코너는 집안 형편 때문에 싱스트리트의 기독학교에 다닌다. 아! 배경은 1970-80년대. 그 시기의 자유로움과 반대되는 학교의 교장, 그러니까 목사같은 사람인가. 어쨌든 꽉 막히고 원리 원칙의 교장과 서열의 위계대로 살아가는 학생들. 그리고 맨 밑층의 코너는 이를 거부한다. 그리고 학교 앞에서 만난 모델 지망생 라피나, 아름다운 외모, 도도한 성격. 그리고 모델을 위해 런던으로 떠날 생각까지 하는 자유로움까지. 그에 반해 코너는 밴드 싱스트리트를 결성해 뮤직비디오까지 찍는다. 그 그룹의 아이들은 왕따, 아웃사이더, 흑인 등 다양한 밑층의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모여 극강의 자유로움을 쫓는다. 그 시기, 그 나이의 억압을 풀어헤친다. 결국 축제에서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들의 공연은 성공적이고 교장까기무대로 더욱 성황리에 끝난다. 런던으로 떠나지 못한 쪽팔림으로 사라진 라피나는 코너의 진심어린 곡을 듣고 다시 돌아오고, 둘은 배를 타고 런던으로의 여정을 떠난다.
콩가루 집안에서 자란 자유로움의 극치인 형은 현실의 벽에서 꿈을 접는다. 그런 반면 동생은 그 벽을 넘어서기 위해 무모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형은 그런 동생을 부러워하면서도 동경한다. 그리고 형으로써 진심으로 도와주고 잘 되길 빈다. 자신이 하지 못하고 갇혀버린 데 반해 동생은 그 껍질을 찢고 나아가길 바란다.
사실 사연 많은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 사랑을 위해 자유를 쫓는 코너, 꿈을 바라는 라피나, 현실을 넘어서고자 하는 형 이외에도 지구상 모든 것을 연주할 수 있는 애먼, 마약중독자의 아들 대런, 현실과 타협한 누나까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음악영화인 탓에 모두의 이야기를 볼 수는 없었다. 존 카니 감독 영화의 부실한 스토리라는 약점. 어쨌든 80년대 정서의 영화로서 그 시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궁금한 게 있다. 라피나는 왜 학교 앞에 서 있었을까.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코너와 라피나는 런던까지 잘 갔을까. 어찌 되었든 둘의 선택은 후회없을 것이다. 잘 건너가서 개고생을 하든 어쩌든. 꿈을 쫓아 행복하길.
20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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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본의 귀환. 2007 본 얼티메이텀을 마지막으로 떠난 뒤 9년만에 돌아왔다. 어릴 때 아빠가 빌려온 비디오로 만난 본의 액션은 진짜 최고였다. 어린 소녀를 액션영화에 빠지게 했던 그 사람이 이제 아저씨가 되어 돌아왔다. 주름도 지고 흰 머리 새치도 조금 나고 살도 좀 붙었지만 그 때의 감동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더 반갑고 그랬다. 제발 끝나지 말아달라고 빌면서 봤으며 본이 한 대씩 맞을 때마다 괜히 움찔거렸다. 그래도 여전히 그의 액션은 멋있었고 주먹에 한 명씩 날아갈 때마다 짜릿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 존재 이유를 찾아다니는 그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액션을 함께 했던 뱅상 카셀도 꽤 멋있었다. 저격수여서 큰 액션은 많이 없었지만 그가 장갑차를 타고 길거리의 많은 차를 찢어버리는 장면은 황당하면서도 통쾌했다. 9년만에 돌아온 시리즈였는데 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지만 기다리겠다. 201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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