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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oill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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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oill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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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oill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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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강릉 바다에 간 적이 있다. 이튿날 해수욕장에 들어가 물살에 몸을 맡기고 앞 뒤로 몸을 흔든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내가 발을 헛디디거나 갑자기 발이 안 닿거나 썰물에 휩쓸려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죽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잠시 바다를 만끽했다.
그때 찍은 사진과 기억에 남아 있는 그 순간의 장면은 이후로도 나를 자유롭게 한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기억의 힘일까. 요즘 기억의 능력에 대해 생각한다. 한 친구가 '기억하고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워'라는 글을 써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감흥이 없었던 건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영화 <벌새>를 보고 김영지라는 인물에 빠져들면서 살아서 곁에 있던 사람을 기억하는 일(은희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친구가 써준 글의 무게도 다시 재보아야 할 만큼 달라졌다. 친구의 글이 다른 무게를 주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를 만나면 꼭 이야기해줘야지 다짐하고 며칠 마음을 졸였다.
기억하는 사람은 과거로부터 앞으로 나아가는 대화를 할 수 있고 누군가와 독특하고 특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기억을 내려놓지 않고 섬세하고 성의 있게 기억하고 행동하면(기억은 그 자체로 하나의 행동이기도 하다) 관계는 진전된다.
"어떤 사진은 내면성을 수호하기 위해 시간을 멈추려는 불가능한 노력 그 자체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이다. 사진이 좋은 이유는 이것이다. 기록이 좋은 이유도 이것이다. 어쩌면 시가 좋은 이유도 이것일까. 자신의 사적이고 내밀한 내면성을 수호하기 위해 어느 날의 공기를 잊지 않고 그날의 이미지가 무너지지 않게 골격을 만지고 세우는 일. 어쩌면 나는 시로 특정함(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방법이란 곧 선택하는 방법이라는 것. (-) 다른 생각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같은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을 땐 시를 쓰는 이유는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선택해왔고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글에는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행동 × 행동을 선택하는 의식 × 행동을 의식하는 선택이 있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모순적인 부분을 피하지 않으면서 맞는(정확한) 말만 한다.
사진 속의 시간은 멈춰 있지만 시간은 이미 이만큼 흘러 있다. 나의 마음은 거꾸로 사진 속의 시간에 도착한다. 사진의 불가능한 노력, 시간 여행. 사진을 보면 비웃다가도 짠한 이유는 그 노력이 언제나 가상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억한다는 건 살아서, 남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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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oill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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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스 근처에 산다면 땡스북스에 와서 오늘 같은 시간을 매일 보내고 싶다. 새로운 북 커버 디자인의 문지 시집 4종을 전시 중이었고 시집을 구매하면 연필을 받을 수 있다. 랜덤이라고 했지만 고른 시집 대로 두 자루의 연필을 받았다. 연필을 고르는 사람 마음은 랜덤이었겠지. 땡스북스에서 일하던 사람은 바닥에 녹은 눈을 걸레로 밀기도 하고 책을 정리하고 가방은 저기에 놓으세요 말하고 뜨거운 물을 버리러 나오기도 했다. 내가 책방에 앉아 있는 동안 밖으로 나와서 통화하는 동안.
"이제 나도 이 삶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글로 쓴 사람의 마음은 어떤 ��음일까. 글로 쓴 것이 필요했겠지. 글로 쓴 것이 필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필요해서 글로 쓰는 일.
포인트를 사용하고 포인트가 쌓였다. 포인트는 나를 확인하고 쇄신한다. 지난번 왔던 존재의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수고, 다시 올 때 새로운 인간이 온다. 책장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낯선 인간이 와 있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풀어서 쓸 때 느껴지는 입체감이 좋다. 사전은 단어를 잘게 부숴서 작은 말로 만든다. 책방이 아닌 곳에서 많이 본 책에 손이 간다. 책을 많이 열지 않는다. 땡스북스는 다시 또 오면 너무 새 것이다. 유진목과 가보지 않은 영도 바다가 떠올랐다. 그의 글에서 무언가 떠오르듯이. 그가 글에서 준 것을 받아 읽었다. 책이 너무 좋고 책을 너무 잘 읽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착각이 빚어낸 것들이 좋다.
늦은 시간, 다른 곳에 와 있는 나는 신발을 벗고 언 발을 녹일 것이다. 그것이 미래였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가는 밤.
서울에서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고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인천으로 가는 길 ��가 막히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왜 이렇게 삶에 지루한 것이 없을까. 내가 지루함을 느끼는 건 다른 곳에 있다. 어쩌면 죽기 직전의 순간이 아주 길고 지루하다고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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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oill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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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나온 풍경, 당신의 문장
길에서 누군가 미끄러지는 것을 보았고 넘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스콘의 크기는 점점 작아진다. 그래도 뭔갈 따뜻하게 데워 먹기 위해서 스콘을 하나 샀다. 줄어든 크기에 비례해 맛이 보강된 듯하다. 블로그를 하려면 특정한 생각과 메모를 해야 한다. 그러나 목적을 분명하게 두어서는 안 되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 돌아다니면서 보고 생각한 것들을 적어두기.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임진아 작가 무릎담요도 받았고. 구매 전 미리보기를 보다가 깔깔 웃었다. 어린이의 말실수가 귀엽고 우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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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언덕과 지평선이 있고, 숲이 있고, 그 숲속에는 말라 죽은 거대한 고목이 있고, 그 그늘 아래 새로 나는 풀포기들이 있다.”
말의 풍경은 생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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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을 들고 (-) 남들과는 다른 각도로 빛을 비춰주었고, (-) 독특하게 빛나는 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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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품성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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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은 권력과 결합해 부당하게 누리는 이익과 권리를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 나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놀라운 도약을 볼 때처럼 잠시 아득했다.”
손전등, 장대높이뛰기 와 닿는 비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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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로 ‘플렉스’를 한 셈이다. (-) 부정과 긍정을 아무렇지 않게 넘나드는 이 의미의 전복이 흥미롭다. 말은 생태계와 같아서 세상에는 새로운 말이 계속 태어나지만, 있던 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때도 말은 부분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주간 문학동네 김하나 작가 워드스케이프(wordscape) 너무나 유익. 문장에는 풍경이 있고 풍경들 사이에 말이 놓여 있다. 말에 ‘언덕’과 ‘숲’이 있다는 말이 인상적인데, 문장은 풍경들의 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문장을 쓰고 말을 한 사람이 어떤 풍경을 지나쳐 왔는지 보여주는 지점. 통과한 뒤에 남은 것들. 좋은 글이 필요한 이유는 매일같이 좋은 질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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