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247일째
juahshin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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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7 주아를 재우다가 날 너무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표정을 보고 너무 감동받아서 울컥 눈물이 났다. 8개월이 지났지만, 나에게 자식이라는 존재는 아직 생소하기만 했다. 나를 위해 30년 가까이 살다가, 온전히 내 모든 시간을 아가에게 쏟는 게 낯설다고 해야하나.아기랑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자꾸 스스로 아기와 나의 관계, 모성애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관념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이야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이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우리 주아가 마냥 귀여운 아기가 아닐텐데. 내 맘같이 자라주지 않아 속상할 때가 분명 올텐데. 나라는 이기적이고 나약한 사람이 변함없이 우리 딸을 아끼고 사랑해줄 수 있을까. 뭐 그런 종류의 고민. 그런데, 아기의 눈빛....그러니까, 마치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내게 무한 신뢰를 보이며 쳐다보는 그 예쁜 눈빛에 갑자기 문득 이렇게 왈칵 감정이 동하면서, 마음이 우르르 무너지는 것이다. 눈물이 핑 도는데, 내가 참 감정이 딱딱한 사람인지라 이런 게 첨이라서 스스로 당황도 했다. 너무 고맙고 소중해서 살짝 껴안고 뽀뽀해주었다. 주아가 요 일주일새 부쩍 커 버린 것 같다. 요녀석, 정말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본다. 딸과의 교감이 정말 행복하다. 우리 주아가 한참 낯가림을 하면서 힘들어 하더니, 외가식구 친가식구 번갈아 계속 보고 하다보니 훨씬 나아졌다. 제법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안겨있고 잠도 일찍 잔다. 엄마라는 존재를 알고나서는 엄마가 안아 주지 않으면 항상 불안해했는데, 요녀석 좀더 자라서 이제는 엄마가 안아주지 않더라도 안전하다는 걸 점점 깨닫고 있는 것 같다. 발달돤 형태의 신뢰 관계 형성 과정인가보다. 오늘은 무려 열한시에 재웠다. 선빈이가 세 시 부터 종일 낮잠도 안 자는 주아를 봐 주느라 고생했다. 밤새 안 깨고 푹 자서 내일 아침에 웃는 얼굴로 날 맞아주면 좋겠다. (주아의 모닝 미소는 진짜 100만불짜리 심쿵미소다.) 주아의 윗니가 보름전쯤 불쑥 났다. 요 최근 한참 까칠했던 게 이가 나려고 그랬나 싶기도 하고. 요녀석 윗니가 나니 젖먹이다 꽉 깨물리면 엄청 아프다 ㅠㅠ. 그런데 환하게 활짝 웃으면 이 네 개가 보이는데, 엄청 개구쟁이같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나는 또 심쿵. 주아가 자라면서 점점 내재된 성향이 발현 된다. 주아는 굉장히 기분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다. 목소리도 크고 표정과 손짓 발짓도 크다. 다른 애기들 보다 훨씬 잘 흥분하고 크게 웃고 고함도 잘 지르고 떼 쓰거나 우는 것도 굉장히 극적이다. 제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다. 남편처럼 주장이 분명하고 유쾌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주아 아빠가 그랬듯 이 세상을 즐겁고 신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매력쟁이. 겁도 엄청 많다. 오빠가 어릴 때 그랬다는데, 생각해보면 날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조그마한 벌레같은 걸 엄청 무서워하고, 아직도 피아노를 조금 무서워한다. 겁먹은 대상들에게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차근 차근 세상을 보여주는 게 내 역할이겠지. 씩씩하게 세상을 해쳐나갈 수 있도록 엄마가 도와줄게. 주아가 아직은 이유식도 안 먹고, 또래에 비해서 대근육 발달이 늦다. 고체가 입에 들어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엎드려서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걸 참지못해한다. 오늘 조금 단 맛이 첨가된 아기 과자를 여러 색깔 조금씩 담아서 가지고 놀게 했는데, 몇개 집어먹었다. 첨엔 우웩 우웩 올리려고 했는데, 단 맛이 좋아서 그런지 뱉지는 않았고, 마지막에 입에 넣은 건 한 알 통째로 녹여먹었다. 좀 더 익숙해지면 바로 덩어리 이유식을 먹여볼 작정이다. 부족한 엄마지만 조금 더 잘 따라와 주길 부탁해요 우리딸. 내일도 건강하고 행복하자. 우리 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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