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짧게 다녀오는 제주도는 처음이었다. 너무 너무 오랜만에 가는거라 시간을 쪼개서 돌아다녔었는데, 도착한 날만 그랬었다 ㅎ ㅎ ㅎ 그 다음날은 여유를 갖고 우도 한바퀴 돌고 집애오던 셋째날에는 시장에서 엄빠를 위해 오메기떡 택배 주문을 넣고, 선물할 꽈자 몇개 사고 일정을 끝냈다. 또 가고싶다🫠🩵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좋은 여행지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내가 쥐어본 것은 별로 없어서이다.
사는게 팍팍했던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제주 여행은 별로 해 본적이 없다.
작년에 가족 여행으로,
그 전에는 회사 연수로,
더 전에는 수학 여행으로
이렇게 총 세 번의 방문 속에서
제주를 사랑할 여력이 없었다는게
알량한 핑계 정도이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가 ��다고 해서
가기 싫었던 심보는 덤이다.
제주도에 가면
유난 떨며 다니는 것도 아닐텐데
그냥 괜히 싫어지고 마는 것이다.
제주의 바다가 얼마나 에메랄드 빛인지,
그 오름이 얼마나 푸르른지,
음식이 어떤지,
마땅히 다 누려본 적이 없어서 같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친구의 인스타에서도
제주를 묻힌 흔적은 어디에나 있지만
아직 내 제주는 흘려볼 기회가 적어서 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날도
사실 제주가 아닌 다른 곳을 여행할 계획을 짜고 있는데
어렴풋이 제주의 향을 흘리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저 푸릇함에 내가 묻힐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제주는 가깝고도 먼
그런 곳이니까.
-Ram
*제주도
며칠 전 우연히 내 생애 첫 제주도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들을 봤다. 약 14년 전 사진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운 건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없어서 놀라웠다. 난 분명 즐거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음속에선 나도 모르게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표정으로 나마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름인데 입고 있는 옷들은 또 왜 이렇게 더워 보이던지. 꽤나 애쓴 모양이 우스웠다. 그래도 그땐 그 모습조차 만족스러워하며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모두 인화하는 정성까지 보였는데, 그 사진들은 다 어디로 갔나. 당시엔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여기며 끔찍하게 아꼈을 텐데,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모두 바람에 흩날리듯 사라져버리고 남은 건 조소뿐이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제주도
제주란 '바다를 건너가는 고을'이란 뜻이라고 한다. 옛 말에 이름 따라 간다고 했다. 이렇다 했을 때 제주도라는 이름은 본디 의미와 똑 닮아 있다. 처음 제주땅에 들어가 산 사람을 생각한다. 그때 그 선인은 자신을 어느 곳에 누일지, 산 속엔 무엇이 있을지, 내일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을까. 아니면 그저 당신도 '지나는 땅'이라 여기며 그 곳을 밟았을까. 나는 자꾸만 옛 형태를 생각하려드는 자신을 보며 상전벽해를 겪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