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smmrng · 22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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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스물 아홉이 되었다.
오늘은 새해가 한참 지난 4월 10일 새벽이다.
새로운 직장에서 이틀 간 근무하고 휴일을 맞았다.
이 일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며 그동안 수없이 노력했는데 어쩌다보니 회사원 1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럴 것 같았고 그렇게 된 것 같다.
확신 없는 말투가 싫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가장 적절한 것 뿐이다.
겨우 이틀만에 이게 맞나..라는 느낌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지원한지 한참이나 된 회사에서 면접 일정을 묻는 문자가 도착했다.
대충 보니 그럭저럭 비슷비슷.. 답장은 안했다.
겨우 합격과 불합격, 취업과 백수같은 이유로 내가 해낸 것들에 대한 의미를 증명받는다는 것이 허무하다.
어떤 때에는 미칠 듯 불안해도 그까짓 것에 전혀 영향받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까짓 것보다도 더 변변찮은 마음 하나에 나의 하루가 온전히 결정되던 무수한 날들을 지나 나는 회사원 1이 되었다.
한 번에 취업해 3년 정도 직장을 다니며 동기와 결혼까지 한 친구에게 최근 일이 너무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다.
합격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쓸만한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출근 첫 날, 여자친구는 게임을 하느라 나에게 신경써주지 못했고 그게 뭐라고 나는 눈물 날 만큼 속상해 11시까지 밥을 먹지 않았다.
적응이 힘들어서 그런게 아닐까 바라며 이틀 째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별 일 아니라고 느껴지지 않을까 기대를 품으면서.
한편으로는 절대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자존심을 부리기도 하면서..
아까는 쉽게도 잠에 들더니 눕기만 하면 코가 막혀 잠에 들 수가 없다.
이제는 별로 생각도 없이 아무 말이나 줄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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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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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는 신경 쓰지 마라, 여기 완성주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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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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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 복에 겨운 사치 그런 거 안 바랄게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마친 후 하루가 끝나는 때에 따뜻한 물에 느긋하게 샤워할 수 있는 체력과 여유를 주세요. 피곤이 가시지 않는 날 악몽 없이 깊게 잠들 수 있는 행운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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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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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눈사람 여관, 이변율
2.삶은 나에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은 나에게 일어났다
-새의 선물, 은희경
3.이런 곳에 살면서 먼지가 안 나길 바라다니요.
걱정마세요. 인간이 곧 먼지니까.
-익명의 당신에게, 정이현
4.삶은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다.
-강신주
5.나는 두려워졌다.
산다는 게 꼭 누가 했던 말을 되풀이 하는 것 같았다.
-광인행로, 심보선
6.가지고 있던 게 떠났으면 가벼워져야 할텐데
꿈 없이 사는 일이 아주 무거워.
꿈이 떠나서 몸이 무거워.
-어떤 비오는 날, 김선우
7.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봄이면 제 영혼을 조금씩 조금씩 털다가
사라져 버리는 나비처럼.
-우주로 날아가는 방2, 김경주
8.좋은 것은 계속 되는 법이 없다.
아빠는 금방 피곤해지고
놀러 온 사촌 언니는 집에 가고
단골 미용실은 사라지고
옆집 개 방울이는 죽는다
그걸 모르고 끝까지 남아 있으면 촌스러운 애가 되는 것이다.
-어쿠스틱 라이브, 난다
9.인간의 연대 의식이나 소속감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 동반 자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고립감, 단절감 때문에 자살 기도를 하는 순간조차 함께 죽을 수 있는 동반자가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 슬프다.
-죽음연습 16, 이경신
10.책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갖기 위해서’ 라 답하겠다.
대부분의 삶은 실패한 채로 끝난다.
그래도 우린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만의 내면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을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내면.
-김영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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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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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속에 영원을 살아가야 한다
온몸으로 살아낸 하루는 나만의 이야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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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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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싶었던 날들도 언젠가는 망하지 않게 하는 거름이 될 거야
그냥 나는 그런 걸로 정할래
오늘 웃었으면 그만이고 웃었던 오늘 탓에 언젠가 망할 거라고 걱정하는 일은 그만둘래
오늘 웃기를 바라며 기도했던 과거의 나를 내일의 나보다 무시하는 것도 그만할래
미래의 나한테 너무 쫄지 않기로 할래
이제 최선이나 열심히 보다 너무 고된 지금들이 적어지기를 우선으로 할래
나는 매일 오늘을 살아가고 싶어졌어
노래 가사에나 있던 여행 같은 인생 그거 한 번 해보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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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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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찰싹 붙이고 일하기는 어려워 너무 어려워 나이를 몇 개나 먹어도 어려워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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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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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뾰족한 수 같은 걸 자꾸 염두에 두면 거기 찔려서 아프기만 해. 그냥 묵묵히 나아간다고 행운 같은 게 나를 비켜 가지는 않으니까 안심하고 지금을 열심히 살면 돼. 뭐라도 있겠거니,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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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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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젖어들어갈 때에는 글을 써야 한다. 땀이 나게 뛰어도 몸이 피곤하지 않을 때, 밥을 먹지 않아도 먹고 싶은 음식이 없을 때. 허겁지겁 일기를 써야만 한다. 닥치는 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주절주절 풀어놓아야 한다. 차분히 혼자만의 대화를 꾸려가기가 나는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움직여야 한다. 최대한 많은 일들을 빼먹지 않고 적어내려서 과연 어떤 일이 내 마음에 축축한 물을 들이부었는지 찾아내는 일을 한다. 찾아내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쓰고 입으로 읽으면서 잠시라도 안도의 숨을 내쉬어야 한다. 그러면 내일부터는 조금 나아질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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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지나쳤다.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고 정신이 없다. 재미있고 부담스럽다. 서둘러 글을 적고, 이 글에다가 지나간 시간들을 가두어 혼자만의 공간을 다시 만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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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건 매번 어렵고 또 어렵다. 따스하고 찐득한 것이 넘치도록 차오르다가도 어둑하고 묽은 물들이 주르르 흘려내려 나를 삼켜버리기도 한다. 그건 눈 깜짝할 사이일 수도 있고, 며칠 사이가 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리 길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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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때문에 내 손가락이 차가워져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녁을 굶어서인지, 추운 날씨에 땀이 식어서인지. 내가 앞으로 할 일에 확신이 없어서? 해온 일들에 후회가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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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쌓아왔던 내 루틴이 지난주부터 은근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속상했다. 속이 상해 미뤄둔 것들이 나를 또다시 속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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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흘러넘칠 때가 되어서야 마지못해 무언가를 하고는 했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렇다. 안 하면 안 될 때,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을 때. 그럴 때 시작한 일들은 꼭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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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이만큼 신경 쓰인 적이 또 있었나. 잘 알지도 못하고 마음도 불편하게 하는 어떤 사람 때문에 속이 상함에도 불구하고 하던 일을 조금 더 열심히, 멋있게 해나가고 싶던 적이 있었나. 그러면서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싶을 만큼 슬프다니. 나는 지금 슬픈 거다. ‘인연이라면 만나게 될거야’라는 말을 이렇게,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사람이 있었을까. 없었다. 나는 스물일곱에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런 세계도 살아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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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줄줄 적어내린 몇 단락에 마음이 조금 더 낫고 조금 더 좋다. 글은 강력하다. 어디로도 가버리지 않는 영원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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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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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서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가고 나니까 좋아서 잠들기 싫은 밤이 오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반복이 하루아침에 뒤집히고 또 그다음엔 낮잠 한 번에 엎어지고
길고 긴 반복에서야 그 굴레를 알고 머무는 힘이 차오르면 그제서야 흘러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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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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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짐은 너무 어렵다
여러분 힌트 주세요 멋진 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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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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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게 까마득하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 장르 하면 꼭 무조건 반드시 호러였는데! 이제 트위터 괴담 몇 개만 읽어도 금세 손발이 얼음처럼 차가와지는 쫄보가 됐다. 영화 보면 분명히 그날 밤엔 화장실도 혼자 못 갈거다 분명해..그런데도 엄청나게 보고싶고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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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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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왜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보나요?
예술은 집중을 하고 생각을 해야만 거기서 쾌락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능은 생각을 안 해야 쾌락을 얻을 수 있어요
예능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면 예능으로부터 깊은 재미를 얻을 수가 없어요.
이게 큰 차이입니다.
생각을 해야 쾌락이 생기면 예술, 생각을 안 해야 쾌락이 생기면 예능.
근데 왜 사람들은 예술보다 예능을 쉽게 즐길까요?
생각하기 싫어해서 그럽니다.
그러면 왜 생각하기 싫으냐?
생각하는 것은 힘이 들거든요.
힘이 드는 수고를 하지 않으면 생각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Q. 큰 생각을 가지라고 하셨는데 요즘 젊은이들의 행복은 소박하고 개인적이지 않나요?
소확행이라는건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썼잖아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를 노래하는 사람이에요.
세계를 노래하는 사람이 어느 날 옷장 서랍을 열어보니까 세탁이 잘된 옷을 보고 행복을 느끼는 겁니다.
이 작은 행복을 통해서 큰 생각을 하는 거죠.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게 소확행이 아니라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것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게 의미가 있는 거지, 작은 행복을 통해 큰 생각으로 연결하게 하려는 욕망이랄지, 용기가 없으면 그냥 이 작은 행복에서 만족(멈추는) 거죠.
자잘한 행복,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소확행 소확행 하는 것은 이 세계를 자기 꿈과 포부로 살겠다는 의지는 없고 그냥 자본주의의 부스러기나 받아먹으면서 심리적 만족을 행복으로 착각하며 사는 매우 나약한 태도라고 봐요.
Q. 젊은이들이 더 높은 이상을 가지려면 뭘 해야 하나요?
모든 수련의 핵심은 나를 보는 거잖아요?
우리는 인식을 해야 해요.
인생이 매우 짧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질문이 나와요.
인생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이상의 삶이 없는 사람이에요.
이 이상의 삶을 원하는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 물어야 해요.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죽기 전까지 내가 완수해야 할 소명은 무엇인가?'
이런 묻는 행위도 하지 않으면서 창의적이고 싶다, 지금보다 잘 살고 싶다 하는 것은 아이슈타인 말대로 정신분열이죠.
헤르만 헤세는 이렇게 말했어요.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
그렇다고 모든 인간이 자기 자신 이상을 도전하거나 자기 자신 이상으로 살다 갈 수는 없어요.
자기 자신 이상을 살고 싶은 사람은 지금 자기 자신 이상을 욕망해야 해요.
자기 자신 이상의 삶을 살려는 인간의 목적, 여정은 자기 자신을 향해서 걷는 일이에요.
자기 자신을 향해서 걷는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안다는 것이에요.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한테만 질문하는 것이 허용돼요.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은 없어요.
질문이 나오기만 하면, 그게 자각되기만 하면 백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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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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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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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함. 파양한지 한참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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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입양함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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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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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살의 사자에게
안녕 사자야. 너의 절친 여름이야! 너한테 편지를 쓴 지가 아주아주 오래되었을 거야. 더 오래되지 않게 한 통 보내려고.
교복을 입을 때만 해도 편지 쓰는 걸 되게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편지를 쓰기가 점점 어려워졌어. 그 이유는 아마도…말 그대로 건넬 말이 점점 줄어서일 거야. 그냥 내 얘기가 아닌 너에게 하거나 쓰고 싶은 말들 말이야.
작은 일에도 쉽게 웃고 울던 때의 나는 쪼르르 너한테 달려가 모든 사건을 다 털어놓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 걸렸었나 봐. 자랑하고 싶은지, 찔리는지와 상관없이 모두 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알고 내가 겪은 모든 사건들과 심지어 그 사건들을 겪는 내 마음까지도 전부 알고 있는 타인이 있었다는 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었어.
친구가 가족이나 연인보다도 더 살갗에 와닿게 가깝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의 대부분이 과거에 머물게 됐는데, 처음에는 조금 아쉬운가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예전도 좋고 지금도 좋아. 무엇보다도 그냥 너랑 내가 잘 살고 있어서 좋아. 이제 나는 네가 없이도 내 삶을 잘 꾸려갈 수 있고, 가끔씩 네가 포함된 날이 있을 때에는 조금 더 기쁘게 보내는 거지.
그동안 나는 너를 항상 내 절친, 친한 친구 사자로 생각해 왔었는데 나이가 조금 먹어서일까? 내 친구 사자보다는 그냥 다른 사람 사자로 너를 볼 때 조금 새롭기도 해. 왜냐하면 날이 갈수록 타인을 알아간다는 건 정말…정말로…나에겐 무척 어려운 일이야.
과거를 빌리지 않고 솔직한 말들을 하고싶어 그동안 편지를 미뤄왔는데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역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 그냥 떠오르는 말 말고 정말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쓰고 싶었거든. 요즘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고, 나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는 말로만 채워진 편지는 왠지 보내고 싶지 않았어.
그래도 한 가지 생각해둔 말이 있어. 우리가 앞으로 보낼 시간들 중에 너무 많은 대화를 과거에게 양보하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게도 충분히 나눠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 나는 열여덟 살의 너도 재밌고 그립지만 스물여덟의 사자도 궁금하고 서른여덟의 사자도 기대가 되거든.
그리고 나를 꽤 많이 지켜봐온 사자야, 나는 요즘 걷고 숨 쉬듯이 당연했던 것들에 대해 자꾸만 의문을 가지게 돼. 종종 백지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우왕좌왕할 때도 있고 말이야. 질량 보존의 법칙이 여러 곳에 적용된다는 거 너도 동의해? 앞에 무얼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것 같아. 예를 들면 또라이, 장단점, 내가 누누이 말했던 (남자친구) 총점 보존의 법칙까지. 그런데 이게 쉽고 어려운 일을 붙여도 말이 되더라니까. 예전에 어려웠던 많은 일들이 쉬워지니까 그때에 쉬웠던 또 다른 일들이 갑자기 어려워진 거 있지? 친구 사귀는 법도 그래. 내가 현재와 미래의 사자랑 친해지지 못하고 쭈뼛댄다면 나를 좀 리드해 줘.
그럼 이만 줄일게. 진지하게 쓴 편지가 처음이라 횡설수설은 아닐지 조금 걱정되고 부끄럽지만 매번 생일 편지를 챙겨주던 너한테 답장을 보낼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사자야!
2022.01.10 여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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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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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이십 대를 다 지나서 돌아본다면 ��을 줄은 하나도 모르는 내가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헤집는 과정의 연속일 거다. 진득하게, 갈고닦아, 때를 기다려…같은 건 전혀 모르는.
차라리 제멋대로 굴었다고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좀 상쾌했을까?
발을 담그기까지 한참이나 오래 무서움을 뿌리치려 애를 썼다. 도무지 달래서 곁에 둘 자신은 없었다. 찰박찰박 얕은 물에 발을 냅다 담가버리곤 그다음 발을 내밀기까지 한참. 그 한참 동안 다음 발을 내밀 생각이 아니라 어디 다른 얕은 물은 없나 두리번거리는 데에 또 한참.
한 번 시작된 들이받아버리는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바꾸기 싫기도 했다. 차근차근에 방법이 없다고 느낀 내가 선택한 최선의 방식은 들이받는 거였다. 다시는 예전처럼 앉은 자리에서 계산기를 두들기며 살기 싫었다.
효율과 예상으로 범벅된 삶은 내 맘에 안 들기 일쑤였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고작 스물몇 해를 보낸 내가 독단적으로 내린 계산은 터무니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변수가 많았다. 부분 점수도 주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냥 하자/해보자 방식도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다! 나같이 호기심이 많으면서 겁도 많은 사람은 그냥이라는 게 무척 어렵다. 그냥을 견뎌내면 하자/해보자는 더 어렵다. 나는 <휴일 오전에 카페에 나오기> 도전을 삼 주 차에도 성공시키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거기까지면 다행이다. 내 생각에 이 방식의 진가는 지속에 있었다. 일단 첫 발을 떼면 얼마나 엉망이든지 간에 무조건 지속해야 빛을 발하는 방식이다. 천 시간, 만 시간의 법칙이나 박리다매라는 말처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버티고 꾸준하다 보면 <그냥 하자> 방식의 결말이 서서히 드러나는 거다. 나는 엉망을 참아내는 힘이 아직 부족하다. 야박한 계산법 속에 평생을 꾸려온 나는 밥을 했는데 죽이 나오는 과정이 익숙지 않다.
모든 일이 그렇듯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느끼는 게 많은 법이다. 꽝! 다음 기회에… 수법을 오랫동안 써먹은 나는 이번에야말로 뭐라도 한 번 썰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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