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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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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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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에게,
물감을 사용할 때도 펜과 종이를 대할 때처럼 부담이 없었으면 좋겠다. 색을 망칠까 싶어 두려워하다 보면 꼭 그림을 실패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부자였다면 지금보다 물감을 덜 썼을 것이다. 시인, 음악가, 화가 그 모든 예술가들이 불우하게 살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이건 영원히 되풀이되는 물음을 다시 묻게 한다. 우리는 삶 전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죽어서 묻혀버린 화가들은 그 뒷세대에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득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티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라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188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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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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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like me? Of course, I love you. I know. But do you like me? : 모녀, 수많은 감정의 얼룩이 쌓아올린 특별한 유대 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뜬금없이 멍게가 그리 먹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잠들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침에 엄마가 아참, 멍게 사왔으니까 먹어 하는 거다.. 또 오후에는 친구의 고되었던 하루를 전해 들으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데 엿듣던 엄마도 같은 말을 내뱉고 있어서 어찌나 놀랍던지. 사사건건 부딪힐 때가 더 많지만 그럼에도 엄마와 딸이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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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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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 /몇 개의 이야기, 한강
예전 메모장을 보다가 여전히 와닿는 이 구절이 꼭 엘리오와 아버지의 대화를 떠올리게 해서. 불안하고 찬란한 열일곱이 아니어도 사랑의 앓이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감정의 고통 앞에 직면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뎌지기 위해 마음을 억지로 떼어내는 것이 아니다. 아픔을 잊고 이성을 되찾기 위해 빨리 그 감정을 없애다보면 후에 찾아오는 사랑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어지기 때문. 엘리오의 마음은 원석처럼 단단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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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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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달, 혹은 이소라의 눈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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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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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마워.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쓰던 말들이 이젠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 말의 맛을 깊이 생각한 채 쓰게 된다. 원체도 수다스럽지 않은데 말을 내뱉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니 오래된 관계만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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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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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야 하고 또 이건 꼭 지켜야 해’ 라는 계획으로 강박된 한 해가 아니라 삶을 살아나가는 자세에 변화를 가진 시간이었길, 더도 말고 흐르는 계절을 행복하게 맞이할 줄 알고 사소한 것에 즐겁고 예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으로 후회없는 1년을 보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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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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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타 쥰세이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 눈동자도, 그 목소리도, 불현듯 고독의 그림자가 어리는 그 웃음진 얼굴도, 만약 어딘가에서 쥰세이가 죽는다면, 나는 아마 알 수 있으리라. 아무리 먼 곳이라도, 두 번 다시 만나는 일이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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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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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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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몇 개월 간 나를 힘들게 했던 인생노잼 시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방황의 종결은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에 찾아오니 걱정할 필요 없다던 J의 말처럼 다행히도 해가 바뀌기 전에 찾아와주었다. 아직도 속에선 수많은 싸움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을 옆에 두고 싶다는 마음만은 분명하니 스스로를 갉아먹지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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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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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늦여름의 나무들 햇빛 속에 서 있었다 나무들은 내가 지나간 것을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그중 단 한 그루의 생김새도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잎사귀 한 장 몸 뒤집는 것 보지 못한 것처럼
그랬지 우린 너무 짧게 만났지 우우우 몸을 떨어 울었다 해도 틈이 없었지 새어들 숨구멍 없었지 소리 죽여 두 손 내밀었다 해도 그 손 ���해 문득 놀라 돌아봤다 해도
/ 여름날은 간다,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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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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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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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상대방은 하늘의 구름처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둘이 만나는 순간 비가 되고 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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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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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고마운 순간들을 고이 접어놓았다가 언젠가 이 관계가 섭섭해질 때 펼쳐 보는거야.               그럼 그때 나는 덜 서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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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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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2006)
어느덧 방영한 지 10년, 결국 시즌2가 나오지 않았다는게 두고두고 아쉬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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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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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for-onemor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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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정말 잘 맞는다는 당신의 말은, 내게 큰 짐이 되어버려서, 나는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해버렸어. 당신의 지난번 여자보다, 나의 지지난번 남자보다 우리가 잘 맞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게 ‘우린 정말 잘맞아’라는 말은… 당신의 언어에선 ‘세상에 당신이 최고야’라는 말이었겠지만, 나의 말 속에선 ‘나는 당신에게 빠져서 우리가 모든 것이 꼬옥맞는다고 착각중이야’ 라고만 되어버려서, 나는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해버렸어. 당신이 내 머리를 보고도 ‘난 초록이 정말 좋아. 우린 정말 잘맞아’라고 해버린다면,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지도 몰라. 그러니까. 말해줘. 우리가 잘 맞건 맞지않건 상관없다고. 니 머리가 초록이건 초록이 아니건 상관없다고. 그 말만 당신이 해준다면, 나는 좀 더 당신에게 이것 저것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있을텐데. 조금 뒤 당신이 들어올 문을 보며 좀 더 환하게 웃을 수 있을텐데. 몇 일 동안 고민했던 자전거를 당신에게 사러가자고 할 수 있을텐데. /daily p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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