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다가올 2024년이 조금은 예년보다 더 풍족하고 즐거운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직업 특성상 늘 불안함과 설렘이 함께 하고 있어요.
연기가 잘 될 때, 진실성이 갖춰질 때, 오디션을 잘 봤을 때 는 설레고 행복한데
그 결과가 좋지 못할 때, 내 연기가 가짜일 때는 늘 불안해요.
그래도 같은 일을 하는 내 편이 있어서 의지가 돼요.
그 사람이 힘들 때는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있고 내가 힘들 땐 그 사람이 힘이 되어주거든요!
아 요즘 저는 정말 즐거운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저한테 사랑이 이렇게 큰 의미가 될 줄 몰랐어요. 이성간의 사랑은 찰나일 뿐이고 설렘은 퇴색되기 마련이며 내 옆에 늘 있는건 가족과 친구일뿐이다?! 생각하며 살아 온 나에게 이렇게 큰 의미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해요.. 매 순간 순간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어요.
우리 너무 귀엽지 않나요 푸항•••
얼마전에 오디션을 엄청 잘 봤거든요!
스스로 연기 시작한 후에 이정도로 만족하는 오디션은 처음이었어요!
근데 최종에서 탈락 됐다고 해서 바닥에서 광광 울었단말이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는데 그 조연 자리에 제가 픽스였대요. 근데 제작사?와 관계 된 낙하산 배우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흘린 눈물이 아까워졌어요!
나는 잘했고, 빽도 실력인 세상이니 빽 없는 나의 자리가 아니었다~~!
난 나의 베스트를 했으니 만족한다 😏 가 결론 입니다.
남자친구는 최근에 인기작 시즌2 오디션을 봤는데 꼭 붙었으면 좋겠어요!!! 현장 못 나간지 좀 됐기도 하고 아닐 때도 있지만 초초해 하기도 해서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옆에서 아무리 위로를 해줘도 스스로가 불안하면 그 불안감을 잘 떨치지 못하는 친구라.. 아무튼 나보다 더 잘나게 되면 매니저나 할라고요 ㅎrㅎr
의도치 않게 위와 똑같은 옷이지만 아무튼 이 코디가 마음에 들어서 오디션 날 또 입었읍니다.. 헤어 메이크업 예쁘지 않나용 키키 수지쌤이 머리를 너무너무 잘 해줘.. 돈 많이 벌어서 수지쌤한테 은혜 갚아야하는데🥺
하지만 이 날 오디션은 이미 떨어진게 확정입니다.
촌스러운 시골 까무잡잡 소녀야한다네요.. 저랑 정 반대죠..? 다른 캐스팅 오픈콜 있다니 그걸 기대해 보려 합니다.. 에구 쉽지 않은 인생..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직업을 택했나.. 하지만! 하우에버! 네버더레스! 이븐도우! 연기를 하고 현장에 가 있을 때가 너무 행복합니다. 그래서 계속 견뎌보려해요. 터널은 늘 끝이 있으니, 나도 꾸준히 달리다보면 터널 끝에서 빛을 보겠죠! 좋은 소식 있으면 또 올게요. 아무도 안 볼 푸념 포스팅 이지만 그때까지 모두들 건강하세요! (지금 아프면 큰일나요.. 의료진이 없응게..)
요즘 저와 가장 친한 친구랍니다.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 온 절친들 보다 더 저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된거같아요. 저도 이 친구에 대해 정말 많이 알아가고 있어요. 사람을 좋아하지만 잘 믿는 편은 아닌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진솔한 부분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기가막히게 눈치가 빠르거든요? 간혹 티나는 거짓말을 할 때도 있는데 가끔은 넘겨주고 또 가끔은 시비를 걸기도 합니다. 그것도 서로 웃어 넘기긴 하고요. 제가 거짓말 하지 말라고 농담처럼 툭 던지면 바로 이실직고 하는 것도 꽤 웃겨요.
(큰 거짓말 같은건 아닙니다..)
8개월 간 크게 싸운 적은 없지만 음..신뢰를 쌓는데에 아주 아주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어렵네요. 호감으로 시작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랑이 되었지만 큰 사건이 한번 있었던지라 그 사건에서 파생 된 불신이 계속 가슴 한켠에 남아있어요.
함께 있는 순간에는 그의 눈빛을 보면 진실 된 감정을 전달 받는데, 함께 있지 않을 때는 뭔지 모를 불안감이 들어요.
저는 집착을 하거나 연애 때문에 스스로를 좀 먹는 스타일은 아니고 그 정반대의 타입이긴 합니다만, 이런 불안감이 종종 들 때 굉장히 짜증이 납니다. 이런 제 모습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둘 다 의리가 있는 편인데 그 신의를 저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한번 끝내게 되면 그건 정말 끝이라 그런 일이 안생기면 좋겠거든요.
흠, 글쎄 뭐 어떻게든 되겠죠.
대뜸 안좋은 이야기부터 시작한 것 같지만 당연히 좋은 점이 훨씬 많긴 합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 제가 입에 달고 살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좋아지고 나아지는 모습들이 보일 때마다 아주 감동을 받아요. 스스로를 발전하는 남자라고 칭하던데 정말 그래서 귀여워요. (팔불출 같네요 또) aka. 발남 이랍니다.. 어감이 다소 이상한거 같기도 하고?
서로 많이 예뻐해주고 있어요. 또, 위에서 언급 한 것처럼 서로에 대해 이제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많은 비밀을 공유하고 서로 응원해주며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친구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곁에 있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좋은 사람인데 그 면모를 많이 노출 하지 못한거 같아서요. 함께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싶은 그런 사람이에요.
충격적이게도 엑스와의 장기연애를 하면서 단 한번도 자발적으로 결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던 내가.. 프로포즈를 받고 헤어져버렸던 내가..
이 친구가, 자리 잡게되면 쭉 미래를 함께 하고싶다. 라는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난거 있죠? 아, 기쁨의 눈물 이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지만, 대부분의 우리 인간들이 그렇듯 이 순간이 영원할 것 처럼 사랑하고 있습니다.
쑥스럽지만.. 일단 지금의 저는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자 그리고 연기는 어떠한가?!
연기는 이 길이 늘 그렇듯 큰 엄청난 변화는 없었습니다.
사실 올 해 꾸준히 작게라도 뭔가를 했기 때문에, 누군가 들으면 복에 겨웠네.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성취하고 싶은 욕심의 크기에 비하면 작은 일들이라.. 아직은.. 현재 속도에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그런 일 아닙니까? 나에게 딱 맞는 배역과 작품을 만났을 때 내가 빛날 수 있는 순간이 오는거니 그 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 밖에요.
저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데 이상하게 제가 잘 하고 싶은 분야에 있어서는 과하게 겸손한 편입니다. 연기는 또 당당해야하는데 말이죠.. 큰일 큰일..
아마 저에 대해 아는 친구들은 저의 그런 점을 알거예요. 운동도, 언어도, 그 외 다른 것들도 남들이 아무리 잘한다고 칭찬해줘도 스스로 만족이 안되면 그렇다는 생각이 안들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도, (제가 당연히 어마어마한 우리가 아는 그 대배우들 처럼은 아니지만) 같이 연기하는 친구들한테나 선생님들에게 연기 잘 한다는 얘기를 꾸준히 들었는데 한번도 그걸 제 스스로 인정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요즘은 좀 연기가 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하 그래서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제 연기를 더 사랑하며 더 발전 할거예요.
저는 대배우가 되어서 좋은 작품 많이 찍고 작품이 좋으면 독립 영화도 몸값이 안 맞아도 할거고 헐리웃도 갈겁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정말 기부도 많이 할거예요. 그냥 입 발린 말이 아니라 기부 하고 싶은 특정한 기관과 사회적 약자들이 있거든요.
당장 그 순간의 감정이 힘들고 처음 겪어 보는 일들 투성이라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그때 그때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정리해서 얘기 해 본 적은 없네
우선
나는 함부로 나의 가치관은 이러하며, 나는 이런 사상과 주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외/내부적 다양한 요인으로 얼마나 많이 변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officially 나는 ‘비혼 주의자’야. 라고 말을 한 적은 없지만,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고싶어. 나는 가족들과 있는게 더 좋아. 어차피 100세 시대인데 30살에 결혼해서 한 사람과 70년간 붙어 살아야한다고? 글쎄 난 잘 모르겠어.
라는 식의 말을 종종 했었다.
그는 그때마다 역시 개인주의자라며 농담을 하곤 했다.
그렇게 우리는 장기 연애를 시작 했다.
나는 괜찮을 줄 알았다.
친구로 지내다 오랜 시간을 연인으로 지냈기 때문에
불 같은 나에게 물 같은 존재로
항상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던 가치관이 바른 사람, 늘 인터넷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사람들과 다르게 어떠한 존재를 혐오하지 않는 사람,
내가 뒤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꿈을 포기 할 수가 없다고 했을 때, 연기로 수입이 안생기고 그 동안 일을 하며 벌어 둔 돈을 다 쓰고 있을 때 에도
운동을 계속 하려던 꿈을 포기한 본인은 꿈을 좇아가는 내가 멋지다며 나의 모든 선택을 응원해주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괜찮지 않았던 것 같아.
그의 아버지는 높은 위치에 있는 공직자셨고 본인의 정년퇴직 전에 결혼을 했으면 하는 눈치셨다
‘내가 힘이 있을 때’,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 때’ ...
사실 나는 거기서 부터 어긋났던 것 같다.
결혼 이라는 건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해서 가정을 만드는 과정인데, 단순히 많은 하객과 많은 축의금을 받기 위해 결혼식을 해야한다고? 정말? 그게 맞는거야? 왜? 누구를 위해서?
부모님이 도와주시는데 그 정도는 참아야지
음 그런가?
음 2년 남았다고? 그래.. 2년, 짧다면 짧지만 아직 멀었네. 생각해 보자.
가 나의 대답 이었다.
그에겐 그게 단순히 yes로 들렸던 걸까?
전혀 예상치 못 했던 프로포즈 였다.
이 부분에서도 나는 그가 나의 말들을 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20대 중반에 했던 이야기,
“대부분의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깜짝 프로포즈는 헐리웃 영화에서나 나와. 미국이 땅이 커서 집 구하기가 쉬워서 일까?
그렇잖아.
서울 사람들은 아파트에 한 번 살아보겠다고 악착같이 청약 붓고 결혼 한다고 대출 알아보고. 예식장 잡아~ 웨딩드레스 골라~ 상견례 해~ 그리고 나서 어디 호텔 빌려다 꽃 몇 송이 깔고 촛불 좀 켜고 결혼 해 줄래? 하고 같이 치운 후에 거기서 1박 2일 함께 보내고 나오잖아.. 으 정말 싫어..
나는 그런 프로포즈 받을 바에야 같이 한강 저녁 산책이나 하다가 받는게 더 좋을 것 같아.”
그걸 기억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정말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고.
또 내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사족을 붙이자면
내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건 단순히 ‘영화를 좋아해서’ 였다
영화 배우가 되고 싶어서.. (과거에) 영사기를 통해 나의 모습이 담긴 프레임이 찍혀 나가는게 멋있어서..
내가 늘상 “나 롯데시네마랑 CGV 둘 다 vip다!” 자랑을 해댔으니.. 그가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지.
코로나 이후로 영화관을 잘 못 갔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골드클래스 티켓이 생겼다며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내가 마다 할 이유가 없지
신나게 보러 갔는데 영화관에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
“와 우리가 전세 냈다! 신난다~!”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응!”
신발도 벗어 던지고 신나게 팝콘을 먹으며 스크린을 보는데 광고가 끝나고 나와 그의 n년간의 사진들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들어와서는 나의 약지 손가락에 반지를 껴주던 그는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인이 되고싶다는 내게 영화관 스크린에서 나오는 내 모습을 선물 해주고 싶다고 했었다.
이런 저런 감정을 다 차치하고 결론만 얘기하자면 그가 내게 기대 했을 법한 감동의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랬을거다.
그래서 ‘그래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진행 했던 것 같다.
막상 마음을 먹고나니 결혼 준비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우선 베뉴를 찾았는데 그 과정에서 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 됐다
그는 무조건적으로 내 취향을 존중 해 주다 한 곳을 최종적으로 골랐다. 이유는 “그 계단에서 너가 내려 올 모습이 너무 예쁠 것 같아서.” 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나쁜년이 맞나보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친구들이 많이 올테니
밥 맛있게 먹고 갈 수 있게 밥이나 맛있는 곳이었으면.
생각했다.
그 후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게 되었는데
드레스를 입고 가려져있던 커텐이 걷히고 그가 나의 모습을 봤을 때의 표정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귀까지 새빨개져서 환한 입이 말그대로 귀까지 걸렸었지.
그때 나는 꽤나 부끄러웠던 것 같다.
물론 ‘내가 결혼을 해서 하게 될 후회’가 ‘이렇게 좋은 사람을 잃게 되어 하게 될 후회’ 보다 중량이 더 크다고 생각 했기 때문에 엎어버린 결혼이었지만 그럼에도 항상 앞으로 그 만큼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는 하다.
뭐 없으면 어쩔 수 없고.
그렇게나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흰색 사탕껍질 같은 드레스, 반짝 거리는 티아라, 화려한 굽 높은 하얀 구두..
웨딩플래너가 나한테 그러더라 이렇게 웨딩드레스 입고 기뻐하지 않는 신부님 처음 본다고
그때도 그는 그냥 웃으며 원래 여자친구가 공주놀이를 안좋아 한다고 얘기 했던 것 같다.
여기서 멈춰야 했다.
그냥 단순 ‘메리지 블루’ 인 줄 알았고 또 나는 괜찮아 질 줄 알았으니.
상견례 자리가 마련 되었다.
분위기는 좋았다. 서로의 부모님도 오래 알았고 친하게 지내기도 했으니. 그 자리에 진심이 아니었던 사람은 아마 나 한명 뿐이었던 것 같다.
화기애애 한 분위기 속에서 결혼을 하고 애는 꼭 한명 쯤 낳으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정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서 그 후론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었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
결혼 준비도 힘든데 애를 낳으라고? 갑자기요?
며칠 뒤 촬영 전에 샵에 방문을 했는데, 아침부터 마음이 뒤숭숭 했다. 일단 잠이 오질 않아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잤기 때문에 너무 졸렸고 피곤했다.
헤어 부원장과 따로 대화를 하던 중에 내가 일종의 공황이 왔다.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고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의 ‘수입’임에도 불구하고
결혼 하지말라고, 그런 마음이면 정말 하지말라고.. 지금이라도 이혼보다는 파혼이 나으니 하지말라고.. 나에게 말했다.
플래너도 나에게 결혼 준비를 하는 내내 웃지를 않으신다고 얘기했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내가 웃지 않고 있구나. 행복하지 않은게 맞구나.
그 다음 날 우리가 자주가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말을 꺼낼 수가 없어 한참을 뜸 들였다.
그는 나를 걱정하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무겁고 무거운 그 몇 개월간 닫아 놓았던 입을 열어,
그에게 이 결혼을 미루고 싶다고 말 했다.
그때의 정적이 여전히 기억 난다. 영화 속 한 장면 처럼 주변의 사물과 인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우리 둘 만 남아있는 세상에 정막만 있는 기분이었다.
그가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나는 결혼 준비 하는 과정이 힘들고 지금 하고 싶지 않다고.. 30대 후반 쯤 하고싶다고 말 했는데, 그는 ‘힘들다.’ 라는 말에 꽂혔던 것 같다.
“나는 너와 함께 달려 온 이 모든 준비 과정이 너무나 행복했고 앞으로의 3,40년이 기대가 되었는데 너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지옥이었구나.”
라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결혼을 미루자고 말 했는데, 그에게 ‘연기’ 라는 옵션은 없었던 것 같다. 결혼 혹은 이별 둘 중 하나.
원래 내 성격대로 라면 그 자리에서 비약하지마 라며 반박을 했겠지만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잘못이니까.
놀라운 건 그에게 결혼을 미루고 싶다고 말 하는 순간 가슴이 뻥 하고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거다.
더 이상 표현 할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속이 뻥 뚫린 기분.
아, 물론 그 기분은 찰나였다. 그 후로 약 3주간 지옥이 시작 되었으니까.
우선 나의 부모님, 부모님은 자신들의 딸을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화도 나셨던 것 같다. 여기까지 이렇게 끌어오지 말았어야지 라며 나를 꾸짖었다. 그가 좋은 사람이고 나의 부모에게 너무나 잘 했기에, 부모님도 많이 아쉬우셨 던 것 같다. 나를 설득하고 금전적으로 제법 큰 액수의 돈을 주겠다는 이야기까지 하셨다.
다시 그와의 이야기로만 돌아가자면, 첫째 주는 분노의 주였다.
나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 한 것 아니었지만, 처음보는 그의 폭력적인 모습 이었다.
나를 불러내 왜 본인을 믿지 못하냐며 화를 내고 계속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내 눈 앞에서 술을 미친듯이 들이키며 본인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라며 고통을 겪는 일을 자처했다.
이때부터 나는 약 3주간 매일 같이 약을 먹고 잤다.
아, 지금은 약 없이도 아주 잘 잠.
그 다음주는 회유 였다.
뭐가 문제인지 남자가 생긴 건지, 하고 싶은 일이 따로 더 있는건지 설득하고 이유를 찾아 나에게 맞는 방향을 제안 해 주려 했었다.
물론 결혼 자체가 이유 였기 때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마지막 주는 눈물의 주였다.
여기서는 나도 여러번 무너졌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많이 울어 본 날이 있을까? 아마 앞으로도 없을 듯 싶다. 둘이 만나서 두세시간을 하염 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그의 마음도 정리가 되었던 것 같다.
감사하고 미안하게도.
마지막으로 만난 날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 동안 고마웠다고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고 너와의 시간들을 평생 잊을 수는 없을 거라고.
나도 물론 그 악수를 받아드렸고,
“나의 20대에 있어서 너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였어
결혼을 너무 하고 싶어 하는 너를 차라리 조금 더 빨리 놓아 줄걸 후회가 돼
너처럼 좋은 사람에게 아물지 못 할 상처를 준 나는 분명히 벌 받을거야. 벌 받을게. 그래도 너는 행복하길 바라.”
라고 했다.
그는 아무런 얘기 없이 반지 한 쌍과 갖가지 계약서를 나에게 주었고 너 돈 계산 철저한 애잖아-그는 내가 더치페이를 철저하게 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알아서 보내. 라고 했다.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천만원이 조금 넘는 위약금 등이 나왔는데.. 벌 받는 돈이다 싶어서 보냈다. 출혈이 있긴 했지만, 어쩌겠어?
말 그대로 식음전폐의 3주였다. 보통 46kg였던 체중이 3주만에 42kg까지 내려갔었으니 말 다했지. (입맛이 돌아오자마자 다시 올라옴.)
많은 지인들이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괜찮냐고 힘들지 않냐고
놀랍게도 3주 후의 나는 언제 그런 시기를 겪었냐는 듯이 정말 행복하다.
사실 나에게 있어 그렇게나 큰 사람이 떨어져 나가면 많이 허전 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예로 프리랜서인 나는 기상 시간이 남들보다 늦은 편인데, 아침 8시 마다 출근 한다는 그의 카톡이 늘 와있었다.
나는 느즈막히 정오 쯤 일어나
지금 일어났다는 카톡을 했고
그는 이제 점심을 챙겨먹으라고 얘기 했었다
그럼 나는 그에게 알겠다며 너는 무엇을 먹는지 물어봤고
그는 오늘 무엇을 먹을 예정이다 라고 말하는 반복적인 대화를 하곤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걸 구속이라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일어났는데 의무적인 답장을 안해도 된다는게 정말 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내가 자기애가 유난스러운건지 보편적으로 다들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스스로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그렇게 오래 연애하면 가족 아니야?”
“설레기는 해?”
“근데 꼭 오래 연애하고나면 식장은 다른 사람들이랑 들어가더라.” 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닌데? 나는 괜찮은데? 여전히 좋은데? 나는 그런 사람들과 다른데? 라고 응수하곤 했다.
아니었나 보다. 오만이었나 보다.
사랑이라고 착각 했지만 나도 다른 이들 처럼 사랑이 아니라 정 이었나보다.
정도 사랑의 형태라면 형태겠지만 나에겐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이제 나는 그들이 아는 또 하나의 ‘장기연애 후 결혼까지 골인 하지 못한 커플’ 예시로 그들의 도마위에 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