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mangdixxx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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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스투시 (Part 2)
8. 스투시(Stüssy)
Part 1 (1) 언더그라운드의 시작 (2) 숀 스투시와의 대담 (3) 고리타분함을 배척하다 (4) 스트리트 키즈
Part 2
(5) 다채로운 협업 (6) 스투시와 힙합 (7) 런웨이로 나간 스트리트의 왕 (8) 스투시 x 한국 (9) 스투시의 미래
ARCHIVE: 스투시 (Part 1)
(5) 다채로운 협업
스투시는 아티스트 개인부터, 콘셉추얼 한 브랜드까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다. 거대 공룡 스포츠 기업, 나이키와도 N차 협업을 작업하며 꾸준한 인기를 유지 중이다. 2020년 글로벌 릴리즈된 둘의 협업을 살펴보자.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둘의 콜라보는 메인 슈즈와 의류 군을 포함했다. 
두 가지 컬러로 제작된 '에어 줌 스피리돈 케이지 2' 모델로 스포티한 실루엣이다. 특히, 메시 갑피에 반사형 은색 패널이 디자인된 블랙 모델이 눈에 띄었다. 가격은 18만 9천 원으로 앞쪽의 미니 스우시와 스투시 브랜딩으로 콜라보 정체성을 심었다. 또한, 각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스웨트셔츠-팬츠, 롱 슬리브 등의 제품도 함께 출시되었는데, 스웨트셔츠 11만 9천 원, 팬츠 9만 9천 원, 슬리브 8만 9천 원으로 발매됐다.
2021년 공개된 새 협업 모델인 블랙 & 화이트 에어포스 1 미드 모델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혀와 발목 스트랩에 브랜드 네임을 새겼고 앞, 뒤꿈치의 SS 심볼로 콜라보 정체성을 부각했다. 흰색 박스에 빨간색 텍스트가 디자인된 슈박스로 완성도 있는 패키징을 보여준다. 해당 제품은 나이키 에어포스 1의 40주년을 기념하는 해 이기도 한 2022년에 출시됐다.
19년도에 발표한 칼하트(Carhartt WIP),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과 함께한 한정판 워크웨어 라인 역시 눈여겨볼만 하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퀼트, 포켓, 스티치와 같은 장치로 꾸며진 브랜드의 상징적인 오버롤 팬츠, 조끼 모델이 특징인 컬렉션이다. 더불어 각 브랜드의 로고가 삽입된 '에어 브러시' 티셔츠 제품군도 출시됐다.
1017 알릭스 9SM의 수장, 매튜 윌리엄스도 유사한 협업 캡슐을 선보인 바 있다. 가장 이목을 사로잡은 아이템은 견고한 패브릭 원단으로 만들어진 워크 재킷. 해당 아이템은 이탈리아의 원단 브랜드, 로로 피아나(Loro Piana)에서 제작한 '캘리포니아 코튼'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셋업으로 착용할 수 있는 워크 팬츠 및 에이프런 드레스도 함께 만들어졌다. 세 아이템에는 스투시와 매튜 윌리엄스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패치와 로로 피아나의 원단이 사용됐다는 것을 알리는 패치가 위아래로 부착됐다. 블랙 컬러의 반팔 티셔츠 제품은 숀 스투시 특유의 타이포그래피 형식으로 적힌 ‘MATTHEW M WILLAMS’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도에 발표된 스투시(Stussy)와 아워 레거시(Our Legacy)의 만남은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각자의 정체성이 확고한 두 브랜드이기에 많은 관심을 받은 것. 루즈한 핏과 100% 업사이클링 소재로 제작된 제품들로, 스트라이프 옥스퍼드 셔츠와 재킷과 이지 팬츠 등의 의류와 토트백, 액세서리 라인으로 구성됐다.
두 번째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전작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그래픽 티셔츠, 스트라이프 셔츠, 쇼츠 세트업과 같은 제품과 워크웨어 스타일의 패딩 셔츠, 블레이저, 버킷햇 등의 옵션이 더해졌다. 또한, 장마철 요긴하게 쓰일 매킨토시 코트와 베이지, 블랙 두 가지 컬러의 비브람 솔 부츠도 빼놓을 수 없었다
2022년 봄 시즌을 맞아 스투시(Stüssy)와 아워 레거시(Our Legacy)가 다시 한번 뭉쳤다. 스투시 특유의 그래픽과 아워 레거시의 'WORK SHOP' 브랜딩이 결합한 의류들로 블레이저 세트업이 주요 아이템이다. 더불어 티셔츠와 셔츠, 리넨 의류와 액세서리 등이 함께 포함됐다. 제품 곳곳에 듀얼 브랜드 로고 패치가 새겨졌다.
더불어 스트리트 패션을 상징하는 두 브랜드, 스투시(Stüssy)와 베이프(BAPE)는 각각의 시그니처를 담은 트러커 햇 라인을 협업했다. 퍼플, 핑크 등의 컬러웨이로 꾸며진 제품은 베이프의 카모플라주 패턴으로 디자인되었으며 앞면에는 스투시 휘장이 그려졌고 뒷면에는 베이프 로고 패치가 부착됐다.
(과거 둘은 “ILL COLLABORATION”이란 타이틀로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에이셉 바리(A$AP Bari)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진행한 협업은 밀리터리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스투시는 영국 뮤지션 바카르(Bakar), 크리에이티브 하우스 본 소다와 손을 잡고 이색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바카르는 록, 펑크, 랩 등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다. 본 소다는 바카르의 앨범 [Nobody’s Home]을 메인 키워드로 삼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제품군은 후디, 스웨트팬츠, 티셔츠, 비니로 구성됐으며, 각 아이템에는 아랍어와 비슷한 형태로 쓰인 ‘Nobody’s Home’ 타이포그래피가 적용되어 눈길을 끈다.
스투시는 의류 뿐 아니라 브랜드의 색채가 녹아 있는 각종 주방용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재떨이, 티 포트, 비누, 자석, 접시 및 머그 컵 등으로 구성됐다. 재떨이는 조개 모양으로 디자인됐으며 중앙에는 스투시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 라구나 비치 태깅과 스투시 로고가 그려졌다. 티 포트는 상징적인 에잇볼 그래픽과 유사한 모습으로 완성되었으며 접시와 머그 컵, 비누에는 각각 스투시의 태깅이 더해졌다. 자석은 스투시 태깅 폰트를 하나씩 떼어낸 모습으로 제작되었다.
비츠 바이 드레(Beats by Dre)와 힘을 합쳐 2022년에 출시한 '비츠 필+' 컬렉션도 놓칠 수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전개해온 두 브랜드지만, 이들이 함께하는 것은 해당 협업이 처음이다. 비츠 필+에는 스투시 특유의 그래픽이 더해졌는데, 전체적으로 블랙 컬러가 사용된 스피커의 한 면에 해골과 뼈 패턴으로 장식됐고, 반대쪽에는 스투시 로고가 새겨졌다. 스피커 하단 면에는 특유의 글씨체로 새겨진 "The only good system is a sound system"라는 문장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1백85 달러, 한화 약 22만 원 발매.
(6) 스투시와 힙합
언더그라운드 패션 신은 단순하고 쉬운 옷을 입고 당시 상황, 아이디어, 취향을 결합해 발전해나갔는데, 그 주축이 된 브랜드가 스투시다. 힙합, 레게, 그래피티, 서핑, 스케이트, 펑크 등 다양한 도시 문화가 모여 스투시만의 의류가 만들어졌다. 90년대를 거치면서 힙합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보이는데, 시대를 상징하는 캉골(Kangol) 버킷햇과 쌍벽을 이루는 스투시 더블S 로고 버킷햇은 수많은 힙합 마니아들의 머리 위를 거쳐 갔다.
숀의 브랜드 철학은 그와 인접해 있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속에서 유기적으로 발전해갔다. “그는 비슷한 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을 계속 만났습니다.”라고 스투시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미틀만(Paul Mittleman)은 말한다. 뉴욕 힙합 DJ였던 알렉스 턴불(Alex Turnbull)은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파트 타임 어시스턴트인 줄스 게이튼(Jules Gayton)과 친분이 있었고, 폴 미틀만은 그들을 스투시 창고로 초대했다. “티셔츠와 바지 하나를 가지고 나왔죠. 그것들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이후 숀은 알렉스를 찾아 클럽의 메인 멤버 6명정도에게 스투시의 로고가 텍스트가 들어간 재킷을 선물하며 스투시의 일원으로 초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크루의 규모는 커졌다. 뉴욕 스케이트 선수인 제레미 핸더슨(Jeremy Henderson), 힙합 A&R 단테 로스(Dante Ross) 등의 인원이 추가됐다. 영국 BBC는 90년대 스투시를 분석하기 위해 숀의 동료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숀의 바지와 셔츠 그리고 재킷과 모자를 사람들이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스트리트웨어 답지 않게 양보다 질을 중요시했거든요. 예로 어떤 제품의 모든 색상을 구매해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샘플링, 리핑, 복각 등에서 더 발전한 거죠."
숀 스투시의 작품은 80년대 포스트모던 아트와 유사점을 가진다. 제프 쿤스(Jeff Koons)가 갤러리 공간에 물에 잠긴 농구공을 배치한 것처럼, 숀은 미국 힙합 듀오 EPMD의 가사(“I get goosebumps when the bass line thumps”)를 옷에 배치했다. 대중들의 의식 속에 미학과 문화를 주입하는 것. 숀의 그래픽 스타일은 그래피티 작업과 많은 것을 공유했는데 종종 공공 기관 기물 파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예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문화의 융합이란 측면에서 후에는 널리 알려지게된다.
이렇게 태생부터 뗴려야 뗼 수 없었던 스투시와 힙합의 연결고리는 더 찾아볼 수 있다. 스투시는 MTV <Yo!> 쇼와 콜라보래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Yo! 쇼를 보는 것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1988년 8월 6일 시작해, 1995년 8월 17일 마지막 송출까지 Yo!는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힙합 프로그램이었다. 스투시는 Yo!와 협업을 진행했다. 스투시는 원래 소위 ‘힙합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광고를 프로모션하기도 했다. 문화, 의류 등 스투시의 미학은 많은 대중에 의해 모방되고 즐겨졌다. 
티셔츠 컬렉션은 두 파트너의 상징적인 면모를 담아냈다. 그들의 연결고리에서 많은 활동을 펼쳤떤 아티스트들을 새겼다. 프리모(Primo)와 구루(Guru)의 [No More Mr. Nice Guy] 앨범 커버 포즈와 함께 리키 D(Ricky D)를 확인할 수 있다. 에릭 비(Eric B) & 라킴(Rakim), 브랜드 누비안(Brand Nubian), 아이스 티(Ice T),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드 라 소울(De La Soul) 등 힙합 황금시대의 인물들을 녹여냈다.
힙합 아티스트를 전면에 내세운 컬렉션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디트로이트 출신의 힙합 프로듀서인 제이 딜라(J Dilla) 캡슐이다. 2010년 공개한 제이 딜라 추모 다큐멘터리부터, 거의 매년 발매되는 관련 의류까지 대부분의 제이 딜라 상품은 히트 사례로기록됐다. 국내 아티스트인 송필영이 제작해 출시한 제이 딜라 피규어 역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레전드 힙합 듀오 ‘에릭 B. & 라킴’과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DJ인 에릭 B와 래퍼 라킴이 1986년 결성한 ‘에릭 B. & 라킴’은 당대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스투시는 평단으로부터 지금까지도 힙합 명반으로 회자되는 에릭 B. & 라킴의 두 번째 앨범, [Follow The Leader]를 주제로 해당 컬렉션을 완성했다. 제품군은 후디, 롱 슬리브, 티셔츠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 아이템에는 앨범 커버 아트워크를 비롯해 두 아티스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 등이 프린트됐다.
스투시는 2021년 밥 말리 & 더 웨일러스와의 협업 의류 캡슐을 출시했다. 컬렉션은 총 세 가지 아이템. 먼저 밥 말리 & 더 웨일러스의 1977년 앨범 [Exodus]를 테마로 한 화이트 티셔츠에는 기존 앨범의 폰트 그대로 후면에 앨범 제목이 새겨졌고, 전면에는 스투시 브랜드명이 프린트됐다. 밥 말리의 모습이 추가적인 디자인 요소로 활용됐다. 밥 말리의 사진들이 9개의 프레임으로 장식되고 스투시 특유의 폰트로 ‘밥 말리 & 더 웨일러스’ 이름이 더해졌다. 마지막으로 레드 컬러 스웨터에는 전면에 밥 말리의 초상이, 후면에 팀명과 또 다른 앨범 <Rebel Music>의 이름이 새겨졌다.
서울 챕터 리뉴얼을 기념해 스투시가 기획한 <스투시 2019 IST 게더링> 파티도 이야기에 빼놓을 수 없다. IST(International Stussy Tribe)란 스투시의 DNA와 일맥상통하는 음악, 패션, 스케이팅, 그리고 여러 서브컬쳐에 걸친 브랜드의 글로벌 모델을 의미한다. <스투시 2019 IST 게더링>에는 IST 멤버인 벤지 비(Benji B), 디제이 소울 스케이프(DJ Soulscape), 그리고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컬렉티브 다다이즘 클럽 등이 참여했다. (벤지 비는 BBC 1 라디오의 오랜 호스트이자 DJ로, 루이비통(Louis Vuitton) 2020 봄, 여름 컬렉션 뮤직 디렉터, 칸예 웨스트의 앨범 <The Life of Pablo> 공동 프로듀서, 버질 아블로의 <Televised Radio> 기획을 담당한 수준급 아티스트다) 이태원 케이크샵 및 콘트라에서 진행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7) 런웨이로 나간 스트리트의 왕
스트리트의 시대다. 과연 누가 런웨이에서 이와 같은 물결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2018년부터 다시금 수면으로 떠 오른 스트리트 스타일은 각종 그래픽 디자인, 액티비티즘, 친근한 제품이 주를 이뤄 쇼에 등장했다. 슈프림과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협업 컬렉션은 이에 대표하는 예로 스트리트 패션 신에 센세이션한 충격을 주었다. 스트리트 패션과 소위 명품 브랜드라 일컫는 패션 하우스의 간극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루이비통뿐 아니라 샤넬까지 스케이트보드 데크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으니까.
평소 스트리트 패션 신에 관심이 많았던 디올(Dior) 남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는 2019년, 숀 스투시와의 협업 컬렉션을 발표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트리트 브랜드, 스투시를 이끈 숀 스투시이기 때문에 스투시 특유의 스타일이 런웨이에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은 열광했다. (숀은 스투시와 작별을 고했기에, 정확한 콜라보레이션명은 '디올 x 숀 스투시'가 정확하다)
숀 스투시는 디올과의 작업 발표에 "만약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디올과 함께 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라며 소감을 내비쳤고, 킴 존스 역시 "저는 10대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투시를 입었어요."라고 스투시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표했다.
디올은 2020 프리-폴 쇼에서 소문이 무성했던 디올(Dior)에 에어 조던 1의 콜라보 모델을 컬렉션 슈즈로 공개했다. 완벽한 스트리트 무드를 꿈꾼 것일까? 흰색/회색 이탈리아 가죽으로 제작된 갑피와 디올의 상징적인 자카드 패턴이 디자인된 스우시가 돋보였다. 반투명 밑창에는 각 브랜드의 로고를 큼지막하게 새겼다. 가격은 한화 약 238만 원으로 비싼 가격에도 '에어 디올'의 상징성은 마니아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켰다.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된 컬렉션은 조던과 협업한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과 숀 스투시가 새롭게 해석한 디올 로고 등, 디올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젊은 감각의 제품들로 가득했다.
패션 업계에서 빠질 수 없는 '핫 디자이너' 중 하나인 매튜 윌리엄스(Matthew M. Williams)가 제작한 버클 액세서리, 엠부시(AMBUSH)의 윤(Yoon)이 디자인한 쥬얼리로 착장을 꾸미며 트렌디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박재범 등이 쇼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층 대담해진 킴 존스(Kim Jones)의 디올은 새로운 맨즈웨어를 제시했다. 숀 스투시의 터치로 더욱 스포티해진 아이템들과 그래픽 웨어, 서퍼 프린트와 다채로운 색의 향연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변화를 찾죠. 그런 의미에서 숀은 디올에게 새로운 영감과 활력을 완벽히 불어넣었어요. 그는 어릴 적부터 나의 우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한 것은 정말 꿈만 같죠. 그를 디자이너가 아닌 아티스트로 바라보고 작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숀이 제안한 6가지 패턴을 크리스찬 디올 아카이브에 접목해,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전개하기로 했죠."
LA 기반의 편집숍, 맥스필드 LA는 숀 스투시 x 디올 컬렉션의 모습을 담은 에디토리얼 화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룩북 촬영은 숀 주 무대로 활동하던 캘리포니아 해변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맥스필드 LA와 포토그래퍼 다니엘 레이건(Daniel Regan)이 협업한 화보에서는 디올의 오블리크 패턴이 새겨진 스웨터 및 B23 스니커의 모습을 담아냈다. 또한 콜라보레이션의 핵심 요소인, 숀 스투시가 완성한 새로운 디올 로고가 새겨진 셔츠, 코트, 스웨트셔츠 등 다양한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숀 스투시와 디올(Dior)은 2020 가을 남성복 컬렉션에 이어 특별한 콜라보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바로 디올 최초의 서프보드가 그 주인공이다. 해당 제품은 화이트 베이스에 디올 사인, 협업의 상징적인 콜라주가 함께 디자인됐다. 디올의 킴 존스(Kim Jones)는 "숀 스투시는 저의 위대한 영웅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직접 보드를 만들고 이름을 새기며 서퍼 커리어를 시작했죠. 최초의 디올 서프보드를 함께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죠."라고 소감을 밝혔다. 숀 스투시와 디올의 협업 서프보드는 100개 한정으로 제작됐다. 서프보드의 한쪽 면에는 숀 스투시의 ‘Dior’ 태깅이 도배됐으며, 다른 한 면에는 화이트 컬러 배경에 ‘Dior’ 태깅과 함께 숀 스투시의 시그니처 사인이 그려졌다. 이렇게 둘은 정기적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꾸준히 스트리트 신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8) 스투시 x 한국
스투시는 한국과 관계가 깊은 브랜드다. 2008년 서울에 첫 챕터 스토어를 오픈하였다. 뒤이어 홍대인근에 와우산챕터까지 론칭하였으나 몇년 못가서 철수했다. "‘Less is More’, 서울은 브랜드 이벤트가 너무 많고 잦다. 우리는 오버 프로덕션을 믿지 않아요. 이벤트를 많이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했을 때 더 큰 영향이 있을 거라고 믿죠."
그리고 2019년, 스투시의 서울 챕터가 리뉴얼 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런던, 로스앤젤레스, 암스테르담 등 전세계 스토어 디자인과 동일한 결과 감성으로 재설계될 서울 챕터는 디자인 회사 W&PA의 디렉션 아래 완성되고 있다. W&PA의 윌로 페론(Willo Peroon)은 "모든 스투시 스토어에서 사용되는 기본적 재료를 활용하고, 이전 매장의 요소를 유지하면서 친숙한 느낌을 주려고 합니다. 새 서울 챕터 설계의 목표는 다른 시대의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죠. 초기의 모더니즘와 포스트 모더니즘을 아우르고, 캘리포니아 특유의 모험적인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곳. 현재 내부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공간은 목재 선반, 파릇파릇한 식물, 밝은 조명 등으로 채워질 전망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과의 콜라보 화보는 고궁에서 촬영돼 특색을 담았으며, 한글 디자인을 활용한 모자, 의류, 액세서리 등이 발매되기도 했다.
국내 단체와 진행한 콜라보도 있다. 2012년 360사운드(360Sounds)의 7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티셔츠이다. 당시 국내 업체와의 첫 협업으로 화제가 되었다. 스투시를 대표하는 심볼 중 하나인 해골 캐릭터와 360사운드의 슬로건인 “STILL GOIN’ ON”의 만남은 국내 스트릿 씬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360사운드는 2013년, 다시 한 번 스투시와의 콜라보를 통해 8주년 기념 티셔츠를 발매하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스투시의 여성복을 이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한국계 제인 민(Jayne Min)이 임명되며 화제가 된 스토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인 민은 스투시 우먼스를 이끌어갈 두 번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패션 블로그 ‘Stop It Right Now’의 운영자로 알려져있다. 그녀의 블로그는 한국의 패션 피플에게 꽤 유명하다. 블로그 업로드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인 민은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무대 뒤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성격 탓에 사이트 활동을 줄이기로 결정했어요."라고 답한다.
그녀는 스타일에 있어 '균형'을 중시한다. "프로페셔널한 어른으로 보이고 싶지만 캘리포니아의 캐주얼함을 유지하고 싶기도 하고. 제가 쓰는 속임수는, 훌륭한 아이템 하나를 고르고 심플한 아이템들을 매치하는 방식입니다. 럭셔리한 원피스에 테니스 슈즈를 신어서 활동성과 캐주얼함을 부여하거나, 화려한 힐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어 덜 꾸민 듯한 느낌을 주듯이. 결국 모두 균형의 문제죠."
하이패션에 더 가까운 그녀의 커리어에 다소 의외의 약력이 된 '스투시 우먼스 디렉터'라는 직책은 마니아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는 새로운 세대라고 할 수 있죠. 인터넷이 의류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덕분에 저는 선임 디렉터가 일군 유산을 물려받아서 오늘날의 시스템에 알맞도록 재정비하려고 해요. 이렇게 상징적인 브랜드를 이끌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제인 민은 '솔 테크놀로지' 같은 스케이트보드 컴퍼니나 '더헌드레즈' 등 패션 산업에 10년 동안 종사해왔다. 그 안에서는 알게된 스투시 스태프와 여성복 라인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일이 시작됐다.
스투시는 늘어나는 여성 라인의 수요와 재정립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스투시는 한동안 여성 라인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남성복과 여성복 라인이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를 지닌 채 분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여성복에 창의적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 라인의 경우 스투시라는 큰 틀 안에서는 비중이 작은 편이지만,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여성복을 전체 브랜드 이미지에 통합시키는 것은 브랜드의 생명력에 큰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기 떄문이다.
철 지난 ‘유아틱’한 모습을 철저히 버릴 것을 선포한 제인 민은 페미닌한 실루엣을(원피스나 스커트 같은) 보이되,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여성스러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스투시 우먼을 통해 선보이려 하는 것은 보이시한 유니섹스 의류로 구성된 세련된 라인이다. 스투시 우먼스의 디자인이 다양한 면모의 여성을 충족시키고, 모두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제안할 수 있길 바라면서.
"여성들은 스투시에 여성스러움을 기대하지 않죠. 그래서 남자 티셔츠를 구입해 박시하게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남자 브랜드, 스트리트 브랜드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노력해야죠."
"스트리트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스투시와 같은 브랜드는,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투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핵심 요소들을 다시 소개하고, 확고한 그래픽 언어를 창안해 이것이 여성복에서 어떻게 다뤄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9) 스투시의 미래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접했다.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오픈 소스, 지속 가능한 사업의 열쇠일까?". 내용인즉슨,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오랜 연구를 거쳐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오픈 소스를 지향하는 업체에 투자하는 벤처 회사까지 설립했단다. '오픈 소스'란 무상으로 공개된 소스 코드 또는 소프트웨어를 뜻하는 IT 용어다. 최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발전돼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 자기 기술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며 협력을 도모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픈 소스는 그리 낯선 얘기가 아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로 대표되는 스포츠 브랜드도 전략적 공생 정책에 적극적이다. 이것은 신제품 개발을 회사 내에서만 골몰하지 않고, 단순 스포츠웨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상복의 영역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대형 생산 공정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디자이너 개인의 개성을 투영해 확장된 의미의 사례를 만들고 있다(이지를 비롯해 버질 아블로, 톰 삭스 등).
스투시도 이러한 움직임에 일견 동참하고 있다. 최근 업사이클 의류 컬렉션을 공개하며 '지속가능한 패션' 사업에 뛰어든 것. 해당 콜라보 라인은 LA 섬유 전문 업체, 룩아웃 앤 원더랜드(Lookout & Wonderland)가 파트너로 참여해 개성 있는 색채를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스투시의 월드 투어 도시를 상징하는 5가지 색상으로, 식물을 사용한 염색 기법으로 제작된 것 또한 눈에 띄는 부분. 더블 S로고를 비롯한 브랜딩이 곳곳에 새겨졌다.
스투시가 모로코에 위치한 여성 직조 협동조합 아티산 프로젝트와의 협업 컬렉션도 흥미롭다. 이 컬렉션은 티셔츠를 재활용한 30종류의 러그로 구성됐다. 사용된 티셔츠는 모두 스투시의 품질 정책을 통과하지 못해 창고에 쌓인 제품들이다. 단일 천이 아닌 티셔츠로 제작된 만큼, 만들어진 러그들은 모두 제각각의 모습으로 개성 있게 완성됐다. 스투시의 설명에 따르면 디자인 과정에서 캘리포니아의 여러 풍경과 서프보드, 빈티지 모로코 카펫 등을 참조했다고 한다. 30개 한정으로 판매됐다. 스투시는 아티산 프로젝트 발표와 함께 앞으로 같은 결의 작업이 지속적으로 있을 것이라 예고했다.
스투시는 마사키 노구치와 타쿠마 사사키가 2005년 설립한 노마 텍스타일 디자인과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노마 텍스타일 디자인은 다채로운 텍스타일을 선보이며 프라그먼트 디자인(fragment design), 니들스(NEEDLES) 등과 협업을 펼친 바 있다. 해당 협업은 두 가지 컬러의 데님 슈트로 구성됐는데, 유기농 직물 소재를 활용한 재킷과 팬츠에는 페이즐리, 체커보드, 꽃, 스투시의 ’S’ 로고 등 다양한 그래픽이 자수로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모든 사람이 어디에서든 스트리트 문화를 즐길 수 있지만, 80년대는 얘기가 한참 달랐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스투시는 여전히 건재하다. 뮤직 플랫폼, 보일러 룸(Boiler Room)에서 파티를 열거나 키코 코스타니노브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과의 작업이나 스투시에게는 어색하지 않은 작업이 됐다. 이렇게 스투시는 현대 문화와 패션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스투시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양질의 의류, 급진적인 그래픽, 브랜드를 대표하기 위한 헌신성. 이 본연의 뿌리들은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더 강해지고 발전해오고 있다. 스투시의 런던 챕터에 등장한 스투시의 티셔츠에는 밥 말리(Bob Marley)의 “No Woman, No Cry”가 언급돼있다. “이 위대한 미래에서, 당신은 과거를 잊을 수 없습니다.”
스투시는 스케이트, 서핑, 미술, 그리고 펑크에서 힙합까지, 유스 서브컬처에 영향을 받은 캘리포니아 브랜드이지만, 이 이름을 그저 스트리트 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스투시는 캘리포니아의 문화, 젊음, 그리고 음악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DNA를 지니고 있다. 일시적인 브랜드로 남기보다는 새로운 세대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스투시만의 유산이 있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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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스투시 (Part 1)
8. 스투시(Stüssy)
Part 1 (1) 언더그라운드의 시작 (2) 숀 스투시와의 대담 (3) 고리타분함을 배척하다 (4) 스트리트 키즈
Part 2 (5) 다채로운 협업 (6) 스투시와 힙합 (7) 런웨이로 나간 스트리트의 왕 (8) 스투시 x 한국 (9) 스투시의 미래
(1) 언더그라운드의 시작
스투시(Stüssy)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다. 짧게는 몇 년, 길더라도 10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스트리트 브랜드가 즐비한 가운데, 스투시는 얘기가 다르다. 1980년대부터 시작한 브랜드의 생명력은 현재도 유효하다.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상점에서 시작한 스투시는 현재 스트리트 패션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는 레이블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스투시의 역사는 캘리포니아 한 바닷가에서 출발한다. 스투시의 창립자 (Shawn Stussy)는 러셀 서프보드(Russell Surfboard)에 보드를 납품하는 쉐이퍼(서프보드 제작자)이자 보더였다. 그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프린팅 숍 덕분에 그래픽 디자인에 일찍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의 보드에 이것저것 그려보고 지인들과 팬을 위한 사인 보드를 선물한 것이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투시의 심볼도 이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다만 이 시그니처는 숀 스투시의 것이 아닌 화가였던 삼촌 얀(Jan)의 것이다. 필기체로 그려진 이 브랜드 로고는 서프보드에서 시작해 의류에도 대입해 판매 제품으로 번져나갔다.
캘리포니아 서핑 챔피언 숀 스투시가 자신의 사인을 프린팅한 보드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며 스투시는 판매 구조를 갖춘 스토어로 탈바꿈됐다. 그는 가장 손쉬운 홍보 대상인 티셔츠에 자신의 사인을 프린팅해 팔았고, 이는 해변에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펑크 록과 뉴 웨이브 음악에 뿌리를 두며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도 유행을 탔고, 힙합과 서프의 조합이라는 전례 없는 문화적 움직임을 이끌게 된다. 이는 패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소위 세계적인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슈프림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가 스투시의 일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제임스 제비아가 슈프림 론칭을 위해 떠나면서 후임자로 에디 크루즈(Eddi Cruz)가 영입된다. 후에 그는 언디핏(Undefeated)을 만들며 스트리트 신을 이끌기도 한다)
다만 그렇게 유행을 타면서 언더그라운드 패션과는 거리가 벌어졌다는 지적도 드문 나왔다. 하지만 숀 스투시는 자신의 철학과 상업성의 줄다리기에 최선을 다하며 브랜드를 성공 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려놓는다. 스투시가 기업의 형태를 갖추게 되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친구 프랭크 시내트라 주니어(Frank Sinatra Jr.)가 5,000달러를 투자하며 동업의 형태를 띠게 되고, 의류를 판매하는 제휴회사 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다. (공인회계사였던 프랭크 시나트라 주니어는 숀 스투시가 소량 제작, 판매하던 스투시의 가능성을 본다) 이후 1988년 유럽으로 확장, 뉴욕에 부티크 매장을 오픈하기에 이른다.
숀 스투시는 후에 경영권을 친구에게 넘기고 사임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라이센스 남발로 브랜드가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이 시기에 제임스 제비아는 스투시를 떠난다), 새로운 스투시 팀이 라이센스를 회수하며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스투시는 본격적으로 직영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1996년 숀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CEO로서 스투시를 이끌게 된다. 이후 디올 하우스를 통해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그리고 그가 최근 새로운 상표권을 출원하며 대중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투시는 북미 라스베이거스(Las Vegas), LA, 뉴욕(New York), 시애틀(Seattle), 토론토(Toronto), 밴쿠버(Vancouver)부터 괌(Guam), 마드리드(Madrid), 도쿄(Tokyo), 서울(Seoul) 등 세계 여러 곳에 챕터를 두고 있다. 22년 2월에는 파리 챕터 오픈을 기념해 파리 생제르맹 FC(Paris Saint-Germain FC)과 협업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저지와 티셔츠, 트러커 햇 등으로 구성되며, 스투시의 로고와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새로운 'PARIS'를 확인할 수 있다. 압구정에 있는 서울 챕터는 국내 최대의 스트리트 유통 업체인 카시나(Kasina)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스투시는 각 도시의 색깔을 살려 제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으며, 고유의 특성이 드러난 상품들에 팬들은 여전히 열광하고 있다.
(2) 숀 스투시와의 대담
숀 스투시는 더 이상의 소개가 필요 없을 만큼 스트리트 신의 선구자로 여겨지고 있다. '스투시'라는 브랜드는 우리가 현재 향유하는 스트리트 문화를 개척했고, 지금까지 그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70년대 친구들과 서프보드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 숀은 자신의 서명을 보드에 새기며 그만의 브랜딩을 시작했다. 이후 옷과 액세서리 제품군으로 확장된 그의 창의성은 지금의 스투시를 만들었다. 이러한 숀의 행보는 스트리트 컬처를 지지하는 마니아들에게 큰 응원을 받았다. 스투시의 영향력은 고리타분한 패션 신에 신선한 화두를 던졌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방식으로 길거리 문화를 전파했다. 숀 스투시의 DNA는 스투시에 주입돼 스트리트 르네상스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서프보드를 처음 접한 게 언제죠?
해변 근처에 살아 서핑을 접하기 쉬웠죠. 시작한 건 열세 살 때에요.
스포츠가 당신이 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거의 모든 면이죠. 스포츠는 저의 문화적 발화점이었요. 서핑은 캘리포니아에서 60년대 후반 쇼킹한 컬처였고 제 주변의 남자들은 모두 서퍼였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디자이너 혹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왜 그것을 합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건 우스운 일이에요. 의미 없죠.
스투시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요?
스투시는 순수하게 서프보드를 만들면서 시작됐어요. 저는 제 이름이 적힌 서프보드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브랜드는 아니었죠. 브랜드를 시작하기보단 '프로젝트'의 출발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잘 수행하고, 전념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죠. 그것이 지금의 스투시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입니다. 열정과 끈기로 시작했고 결국 그것이 가치 있길 원했죠.
초기 스투시의 철학은 무엇이었나요?
그냥 하루하루 살아 남는 거였어요. 하루하루가 모험이었고 그냥 제 일을 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스투시의 발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하기로 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최선의 결정이 된 것 같아요. '아니오'라고 말하는 건 '네'라고 말하는 것보다 때로 중요합니다. 스투시는 탄탄한 기반이 있어요.
브랜드를 떠난 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족에 집중하며 세 아들 키우기, 집 짓기, 조경, 서핑. 이렇게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어요.
스투시와 비교해 또 다른 레이블 에스더블(S/Double)'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서핑과 함께 스트리트웨어를 전개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스투시와는 또 다르죠. 부와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경쟁의 장, 새로운 규칙,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가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전념했습니다.
콘셉트와 구조적인 디자인은 어떻게 설계합니까?
저는 항상 그것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했어요. 저는 옷의 디자인은 개념보다 기능에 초점을 둡니다. 실루엣은 기능으로부터 나오는 거죠,
(3) 고리타분함을 배척하다
스투시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브랜드인 만큼 눈에 띄는 특징도 다수 존재한다. 첫 번째로 디럭스 라인을 꼽을 수 있다. 스투시는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캐주얼함이 돋보이는 '디럭스' 라인을 전개한다. 또 다른 콘셉트의 출현이라는 매력적인 이슈를 끌고 와 브랜드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스타일 아우르는 점 또한 특징이다. 스투시는 제품을 통해 힙합, 레게, 서핑,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서브 컬처를 전파한다. 더불어 콘셉추얼하고 개성 있는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행보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일례로 스투시는 2020년 봄, 여름 컬렉션을 맞아 특별한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장기인 서핑의 이미지를 중세 마상 기사에 대입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선사했다. 철갑옷을 두른 채 말을 타고 돌연 해변에 등장한 중세 기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부끼는 스투시 문장의 깃발을 뒤로한 채, 말에서 내린 기사는 돌연 검은색 컨버터블에 앉는다. 다시 중세풍 드레스를 입은 세 여인이 서프보드를 들고 등장하며, 영상은 두 기사의 마상 시합을 비추며 막을 내린다. 이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초현실적 주제다. 깃발과 서핑 외에도 스투시는 모자와 선글라스, 스니커 등의 액세서리를 짧게 소개한다.
또한, 스투시는 여러 패션 브랜드가 동참했던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참여했다. 특별한 뜻을 담은 티셔츠를 출시한 것. 스투시는 구조적 인종차별(Systemic Racism)에 반대, 사람들을 설득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를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블랙과 화이트, 2가지 컬러로 제공되는 티셔츠에는 스투시 특유의 필체로 적은 ‘STAND FIRM’, ‘END RACISM NOW!!’ 메시지가 프린트되었다. 해당 티셔츠의 수익금 100%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와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에 기부됐다. 가격은 40달러 한화 약 4만 9천 원.
스투시의 출시일은 결코 구체적이지 않다. 스투시의 시작은 공식적으로 1984년이지만, 숀 스투시의 작업이 시작된 것은 1979년부터다. 펑키한 낙서가 처음으로 기억되고, 공식 로고 없이 숀의 사인 자체로 고유의 제품이 되었다. 그렇게 큰 잠재력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숀 스투시의 작업은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으며 오리지널 스트리트웨어로 발전한다.
이렇듯 스투시는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은 다채로운 움직임을 지속해서 선보였다. 태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서핑, 스트리트 문화를 경시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그들의 페이스를 맞춰나갔다. 40년간 계속해서 컬렉션을 발매하고 있다는 점은 생명력이 얕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에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 고리타분함을 배척하고 그 당시에 집중하고자 하는 지향성, 그것이 앞으로의 스투시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이유이다.
(4) 스트리트 키즈 
우리가 알만한 많은 스트리트 브랜드의 수장들이 스투시에게 영감을 받았다. 슈프림의 제임스 제비아, 언디핏의 에디 크루즈, 키스(KITH)의 로니 파이그(Ronnie Fieg)가 대표적이다. 이렇듯 스투시는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브랜드로 수많은 스트리트 키즈를 양산해냈다.
스트리트 마니아들이 스투시를 사랑한 이유는 웨어러블하기 때문이다. 그 뿌리는 '오리지널 스트리트'이지만 같은 계열의 타 브랜드와는 다른 결을 보인다. 스트리트 레이블이라 하여 큼지막한 티셔츠, 통 넓은 바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포멀한 코트와 재킷부터 미니멀한 실루엣의 의류를 다량 출시한다. 그렇게 스투시는 키코, 아메카지, 놈코어 등 스트리트 신의 자주 거론되는 스타일에 언제나 자연스레 녹아든다.
아식스(ASICS)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Kiko Kostadinov)가 스투시의 아이템을 즐겨 착용하며 해외에서 화제가 된 것도 흥미로운 사례다. 덕분에 키코 코스타니노브가 과거에 보여준 스투시 리워크 캡슐 컬렉션이 재조명 받았고, 그 영향으로 개인이 스투시를 리워크를 해서 입는 경우도 많아졌다.
스투시는 2020년, 브랜드 창립 40주년을 맞아 스투시의 팬임을 밝힌, 전 세계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월드 투어 티셔츠 협업을 선보였다. 해당 컬렉션에는 릭 오웬스(Rick Owens),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타카히로 미야시타(Takahiro Miyashita),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마틴 로즈(Martine Rose)가 참여해 화제가 됐다. 각 디자이너는 스투시에 영향을 준 다양한 도시와 커뮤니티에서 영감을 받아 각기 다른 디자인의 티셔츠를 제작했다.
스투시는 몇 세대에 걸쳐 스트리트웨어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오렌지 카운티의 보드 워크부터 2020 디올 프리-폴 남성복 런웨이까지.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하는 오리지널 브랜드가 우리가 향유하는 스트리트 신을 형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 했다.
스트리트웨어는 태생 초기 반문화를 기초로 했다. 2018년 슈프림 아카이브 1,000여점 이상을 판매한 콜렉터 로스 윌슨(Ross Wilson)은 “숀이 없었다면 스트리트웨어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저도 이 문화에 빠지게 된 시기가 숀의 작업을 보면서였거든요.”이라고 인터뷰한 바 있다. 알릭스(1017 ALYX 9S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Matthew M. Williams)는 “스투시는 내가 알게 된 거대한 스포츠웨어의 또 다른, 최초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라고 언급하며 스투시의 지지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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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리차드슨 (Part 2)
7. 리차드슨(Richardson)
Part 1 (1) 파운더, 앤드류 리차드슨 (2) 매거진에서 어엿한 패션 레이블로 (3)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Part 2 (4) 리차드슨만의 발칙함 (5) 오리지널 컬렉션 (6) 특별 협업
ARCHIVE: 리차드슨 (Part 1)
(4) 리차드슨만의 발칙함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다"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에이즈로 만 4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ichael Mapplethorpe)(1946-1989). 도발적이고 발칙하면서도 아름다움을 표하는 찬사와 비난의 중심에 섰던 시대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외설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의 작품은 해외 아트페어와 달리 국내에서 개인전으로 만나기 힘들었다.
리차드슨 역시 다소 민망하고 과격하지만 특유의 발칙함으로 브랜드 위트를 상징적으로 부각한다. 섹슈얼 토이를 시작으로 성인용품을 제작하며 단번에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들이 만든 성기형 재떨이가 시끌벅적 회자하는 것처럼. <리차드슨 매거진>은 포르노가 아닌 '섹스 매거진'을 주장한다. 오르가즘을 자극하는 잡지가 아닌 섹스를 주제로 한 담론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도발적인 작업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나요?
"그럼요. 저의 패션 사업의 배경은 성인물을 가지고 작업하고 그걸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찰에서 나왔습니다. 어떤 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취향에서 시작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9금 감성으로 무장한 스트리트 브랜드 리차드슨은 세계 최대 규모의 포르노 웹사이트 폰허브(Pornhub)와 함께 협업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항공 재킷, 후드티, 티셔츠, 모자, 수영복, 토트백으로 구성한 콜라보 제품군은 폰허브의 로고와 유명 배우 아사 아키라(Asa Akira)의 얼굴이 검은색 배경에 수놓아졌다. 이렇게 리차드슨은 예술과 외설의 모호한 경계에 선두로 의문을 던졌다.
뒤이어 공개된 두 번째 캡슐은 15가지 제품으로 구성한 해당 협업은 '표현의 자유'와 '에로티시즘'이라는 두 브랜드의 공통분모를 기념하는 만남으로, 포르노가 금지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국기, 유명 성인 배우의 사인 등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활용되었다. 폰허브의 부사장 코리 프라이스는 "리차드슨과 두 번째 공동 작업을 발표하게 돼 기뻐요. 폰허브가 리차드슨의 예술, 섹스, 문화 잡지, 그리고 의류 라인의 팬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죠. 새 캡슐 컬렉션에는 리차드슨의 비전과 폰허브의 독특한 미학이 담겼습니다."라고 콜라보레이션 소감을 밝혔다. 제품군은 봄버 재킷, 후디, 티셔츠, 슬라이드, 양말 등으로 구성됐다.
오랜 시간 동안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다시 한번 진행한 또 다른 작업은 카드 제품 제작이다. 하트, 다이아몬드, 스페이드, 클로버 대신 높은 인기를 얻은 역대 성인물 배우의 인물사진을 더하고, 두 브랜드의 로고를 패턴화해 뒷면에 프린트한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해당 카드에는 리사 안, 렉시 벨, 아사 아키라, 아드리아나 체칙 등이 등장한다. 가격은 1만 9천 원.
안티 소셜 소셜 클럽(Anti Social Social Club)과의 협업 역시 눈에 띄는데, 리차드슨의 19금 감성을 살렸다. 분홍색 후디와 티셔츠의 앞면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흑백의 여자 사진을 프린트했으며, 뒷면에는 두 브랜드의 로고를 겹쳐 새겼다. 오직 단 하루 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특징이다.
또한, 리차드슨은 A9 이슈의 20주년을 기념해 캡슐을 공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컬렉션 속 상반신을 드러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의 모습. 스티븐 클라인이 촬영한 이미지를 활용한 콜라주 프린트가 후디, 티셔츠 곳곳에 디자인되었다. 라이터, 수건, 머그잔, 베개 등의 액세서리도 만나볼 수 있었다. 가격은 약 1만 원~54만 원까지.
발칙함을 기반으로 리차드슨은 국제적 사진가 집단 매그넘 포토(Magnum Photo)와 협업 컬렉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리차드슨 도쿄 매장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 그리고 봉쥬르 레코드 전 매장에서 판매됐다. 매그넘 포토는 설립 이후 역사적이나 미적으로 의미를 지닌 피사체들을 기록해오고 있다. 역사적 사건이나 피사체를 담아내는 사진의 힘을 증명하고, 혁명, 강제 수용, 종교 등 상징적인 주제들을 부각한다.
해당 협업에서는 매그넘 포토의 아카이브 중 대니 라이언(Danny Lyon), 앙투안 다가타(Antoine d’Agata), 질 페레스(Gilles Peress), 구보타 히로지(Hiroji Kubota)의 작품들이 사용되었다. 고품질의 프린트 기술을 사용해 각 작가의 작품을 티셔츠, 후디, 코치 재킷에 덧입혔다.
대니 라이언의 긴 경력은 1960년대 SNCC(Students Nonviolent Coordinating Committee)를 사진으로 기록한 것에서 시작되었으며, 미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이나 움직임들을 담아왔다. 그의 스타일은 사진가 역시 방관자가 아니며, 적극적으로 행동에 참여한다는 뉴저널리즘(New Journalism) 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해당 컬렉션에서 사용된 사진은 텍사스 교도소 생활을 담아낸 그의 대표 작품 시리즈 중 한 컷이다.
질 페레스는 사진을 통해서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 민족주의와 그 폭력적인 결과 등을 주제로 한다. 사용된 사진은 1972년 북아일랜드 분쟁 후의 황폐한 상황을 담아낸 'Bloody Sunday' 비주얼 에세이 중 한 컷이다.
앙투안 다가타는 중독, 섹스, 강박 관념, 매춘 등 사회의 어둠으로서 금기시되기에 십상인 주제들에 조명을 비춘다. 자신의 인생 경험을 소재로 사용하는 포토그래퍼인 그는 도덕의 한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히로지 구보타는 60년대부터 포토 저널리스트로 반전 시위부터 미국의 각종 정치 운동을 쫓아왔다. 해당 컬렉션에 사용된 그의 사진은 60년대 시카고에서 포착된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의 거칠고 강한 움직임을 비추고 있다.
룩북 촬영은 로스앤젤레스, 뉴욕, 도쿄 세 곳에서 진행되었으며 도쿄에서의 촬영은 따우전드(THOUSAND)가 발행하는 패션, 문화 미디어인 실버 매거진(Silver Magazine)이 담당했다. 또한 히스테릭 글래머(Hysteric Glamour)의 키타무라 노부히코(Kitamura Nobuhiko), WTAPS/FPAR의 니시야마 테츠(Nishiyama Tetsu), 여배우 겸 모델인 모톨라 세레나(Motola Serena)가 등장해 룩북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리차드슨 매거진은 섹스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 도발이 더 강력한 주제입니다. 섹슈얼리티와 문화를 주제로 한 잡지가 되길 원하죠. 그리고 이 잡지는 패션 브랜드로 발전했습니다. 잡지의 기조와 아이디어를 옷으로 변환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저를 꽤 바쁘게 하는 작업이지만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죠."
리차드슨은 지속해서 에로티시즘을 브랜드 제품에 담았다. 금기시되는 주제들을 적극적으로 투영했다. 예술과 포르노그래피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저항의 위치를 구축하고, 불편하고 낯선 감성들은 직선적으로 드러내며 오히려 대중들이 "힙하다"라고 느끼게 했다. 팬들은 일상성 안에서 브랜드 특유의 서사를 구현하며 종전의 관념적 디자인 대신,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발칙함에 빠져들었다. 리차드슨만의 실험적인 콘셉트는 패션 신에 남긴 발자취를 남겼다.
(5) 오리지널 컬렉션
리차드슨 컬렉션에는 시즌별 테마가 있다. 리차드슨의 2017 봄, 여름 컬렉션을 살펴보자. 해당 컬렉션은 '마스터스 앤 미스트리스 어소시에이션'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주인과 여주인의 교제' 정도. 다소 민망하고 과격한(?) 말이지만 이것이 바로 리차드슨의 위트 아니겠나. 실크 스크린 된 프린트물로 뒷면에 포인트를 준 MA-1 봄버 재킷을 비롯해 해피 밸런타인데이 티셔츠, 플리스 소재로 된 드롭 숄더 크루넥 스웨트셔츠, ‘RicHARDsON’이 프린트된 후디와 티셔츠 등의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는 하이츠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뒤이어 선보인 컬렉션은 시카고 화이트 삭스(Chicago White Sox) 야구팀의 로고를 대담하게 재해석한 아우터와 액세서리 라인으로 구성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Sox’ 문구를 ‘Sex’로 대체하는 대범한 유머를 발휘했다. 가격은 5만 원대부터. 코치 재킷, 봄버 재킷, 티셔츠와 데드 베이볼 캡(dad cap)을 만나볼 수 있었다.
리차드슨의 2017 가을, 겨울 컬렉션은 휘황찬란하지 않지만 무게감이 있는 그래픽과 코끝마저 시린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컬러감을 특징으로 했다. 총 세 갈래로 나뉘며, 제각각의 주제가 있어 구성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피에로 분장을 한 인물들이 삽입된 적갈색의 'We are Off to Join the Circus', 투쟁의 비장함을 표현한 'La Luta Continua' 그리고 단검을 활용한 그래픽의 ‘Dagger Girl’ 라인을 만날 수 있었다. ’We are Off to Join the Circus’의 후드는 오직 리차드슨 매장과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베를린점에서 판매했다.
한편, 2019 가을, 겨울 컬렉션은 밀리터리 아이템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군으로 플리스 재킷을 비롯, 후디, 스웨트셔츠, 트레이닝 팬츠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두 가지 색상의 스웨트셔츠에는 미 해병대 기지가 자리한 버지니아주의 콴티코와 미 육군 전력 사령부가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포트 브래그의 영문 스펠링이 각각 새겨졌다. 액세서리 컬렉션은 캡, 벨트 백, 백팩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탄피 모양의 목걸이와 키 체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2020 가을, 겨울 시즌을 맞아 공개된 제품들도 실용주의와 기본에 충실한 의류 라인이다. 아미 그린, 블랙, 브라운 등의 색상으로 꾸며졌으며 그래픽 티셔츠, 스웨트 팬츠, 트윌 재킷 등의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해당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해비웨이트 원단의 방수 다운 재킷. 나일론 소재의 밀리터리 재킷과 두 가지 컬러의 타탄 울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리차드슨은 리얼 트리 카무플라주가 가득 그려진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하기도 했는데, 캡슐 컬렉션의 이름은 '더 리얼 트리'이다. 컬렉션은 후디가 부착된 전천후 재킷, 베스트, 워크 팬츠 등으로 구성됐다. 전천후 재킷은 100% 면 셸, 폴리에스터 필, 나일론 라이닝 등의 소재로 제작됐으며 일부에는 3M 리플렉티브 디테일이 더해졌다. 베스트의 내부는 누비 폴리 새틴으로 마감되었으며 측면에는 오렌지 컬러의 라벨이 부착됐다. 워크 팬츠는 무릎 부근에 더해진 오렌지 컬러 3M 패치가 덧대어지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이 밖에도 볼 캡, 공구 가방, 파우치, 파라코드 랜야드 등의 액세서리가 함께 출시됐다. 매거진 창간 후 무려 24년이 흘렀지만, 리차드슨은 여전히 '핫'하다.
(6) 특별 협업
리차드슨은 매번 탁월한 파트너를 선정하며 참신한 협업을 선보인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을 필두로 유수의 편집숍과 작업했으며, 게이와 양성애자 남성을 위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그라인더(Grindr), 월드스타힙합(WORLDSTARHIPHOP) 등과 콜라보를 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LA 도서 박람회와 손잡고 의류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쇼보트'와 '서프 라이엇'의 새로운 발자취로 로스앤젤레스 도서 박람회와 손을 잡고 두 개의 새로운 협업을 내놓았다. 이 대대적인 만남은 오리지널 아트와 포스터, 전단, 사진 그리고 펑크, 섹스, 육체에 관련된 앨범 커버가 담긴 <쇼 보트>와 함께 시작됐다. 의류 및 잡화 형태로 표현한 <쇼 보트> 컬렉션은 자극적인 사진 및 글귀를 내보이며 시선과 재미로 대중을 단번에 압도했다.
세계 패션 트렌드의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은 2017년 5월 18일 런던에서 시작하는 포토 페스티벌, <포토 런던 2017(Photo London 2017)>의 개최를 기념해 저명한 사진가 집단, 매그넘(Magnum Photos), 뉴욕의 에로틱 포토 매거진 리차드슨(Richardson)과 협업한 캡슐 컬렉션을 발매했다.
해당 컬렉션은 리차드슨의 파운더 앤드류 리차드슨이 직접 큐레이터를 맡아 매그넘이 오랜 시간 쌓아온 아카이브 속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다큐멘터리 사진 다섯 장을 선택했다. 티셔츠 전면에는 사진과 그에 대한 정보를, 후면에는 삼자 협업을 기념하는 각 브랜드의 로고를 프린팅했으며, 가격은 10만 원 대로 책정했다.
또한, 리차드슨은 전위 예술 분야의 아이콘인 제네시스 피오리지 작품을 프린트한 캡슐 컬렉션을 발매했다. 'Genetic Fear(1974)', 'Mum and Dad(1971)', 'Correct Sadist(1989)' 시리즈의 작품, 2001년 작 'Candy Factory' 시리즈 중 에릭 하이스트와 협업한 작품 등이 활용되었다. 컬렉션은 뉴욕과 엘에이의 리차드슨 매장 그리고 온라인 숍에서 판매됐다.
스트리트 패션 신의 상징적인 브랜드, 슈프림과도 힘을 합쳐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0 봄, 여름 시즌을 맞아 진행된 콜라보 라인에는 팀버랜드(Timberland)도 함께했다. 리차드슨 협업 제품군은 티셔츠로 <리차드슨 매거진>을 장식한 마리오 소렌티(Mario Sorrenti)의 작품 <Unconditional>이 프린트되었다. 슈프림과 리차드슨의 인장이 곳곳에 새겨진 모습. 2020년 3월 28일, 리차드슨 도쿄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리차드슨은 일본의 브랜드 언유즈드(UNUSED)와 손을 잡고 펑크 서브컬처에 기반한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언유즈���는 디자이너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로 에이셉 라키(A$AP Rocky)를 비롯한 많은 패션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미스테리한 브랜드다. 협업 컬렉션은 모헤어 스웨터와 배기한 봄버 재킷 및 팬츠, 심플한 로고와 독특한 컬러 블록이 눈에 띄는 카디건 등으로 구성됐다.
도쿄에 새 플래그십 스토어를 차린 리차드슨이 벚꽃의 계절을 기념하는 캡슐 컬렉션을 출시한 것도 눈에 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전 세계인이 모든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받고 있는 가운데 리차드슨은 대신 지금 한창인 벚꽃을 후디, 스웨터, 쇼츠, 볼 캡 및 티셔츠에 새겨 넣었다. '체리 블러섬 팀스터'라 이름 붙여진 벚꽃 컬렉션의 그래픽 디자인은 미국 노동자 연합의 상징인 '팀스터' 로고를 차용해 완성됐으며, 문양 가운데에는 만개한 벚꽃의 사진이 그려졌다.
리차드슨은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대마초 회사, 에일리언 랩스(Alien Labs)와 협업 캡슐을 발매했는데, 해당 컬렉션은 외계인에서 영감을 받아 사이키델릭 그래픽으로 꾸며진 플리스 의류, 후디, 티셔츠로 구성됐다. 네온 야광 잉크로 프린트된 것이 가장 큰 특징. 제품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네온 그린, 레드, 옐로우 등의 컬러가 혼합된 플리스 재킷이다. 실용성에 기초를 둔 개성 있는 실루엣으로 디자인됐다. 가격대는 약 7만 원~35만 원.
또한, 러시아 아티스트 DJ Aktu가 전개하는 브랜드, Mum.Vs.Cold와 협업하기도 했는데, 해당 콜라보레이션은 두 번째로, 모스크바에서 제작된 겨울용 바라클라바로 구성됐다. 흰색/파란색/빨간색, 녹색/갈색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약 7만 원이었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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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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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리차드슨 (Part 1)
7. 리차드슨(Richardson)
Part 1 (1) 파운더, 앤드류 리차드슨 (2) 매거진에서 어엿한 패션 레이블로 (3)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Part 2 (4) 리차드슨만의 발칙함 (5) 오리지널 컬렉션 (6) 특별 협업
(1) 파운더, 앤드류 리차드슨
앤드류 리차드슨, 자신의 이름을 딴 매거진을 론칭한 남자
브랜드 리차드슨(Richardson)은 매거진으로 시작되었다.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이나 발렌티노(Valentino) 컬렉션 등의 스타일리스트 앤드류 리차드슨(Andrew Richardson)이 창간한 잡지였다. 그는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Steven Meisel)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마무리했고 그중, 친구이자 협력자인 슈프림(Supreme)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의 제안으로 매거진과 같은 이름의 클로징 레이블을 론칭했다. 이후 우연찮은 기회로 의류 라인까지 섭렵하며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묵묵하고 단단하게 지내왔다. 그는 정형화 돼 있는 패션 시장에 반기를 들며 혁신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스티븐 마이젤과 일하면서 무엇을 배웠나요? "스티븐과 15년간 일을하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모든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죠. 관심있는 생각 안에서 유기적으로 사유하는 열린 자세가 중요했습니다. 당신만의 취향이 있다면 정말 흥미로운 것을 만들 수 있죠. 스티븐의 최고 사진들은 다른 누군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발현한 것들입니다."
앤드류 리차드슨은 도발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즐긴다. 리차드슨 매거진은 누드 커버 사진, 포르노 그림 등으로 채워졌다. 일례로 2015년, 그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리차드슨 매거진>의 사진을 압수당했다. 그로부터 1년 전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여성 신체 일부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당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패션 신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스트리트웨어 레이블인 리차드슨은 초창기 리한나(Rihanna)와 케이트 모스(Kate Moss)를 통해 알려졌다. 런던 말로우에서 태어난 앤드류 리차드슨은 토목 기사인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는데, 19세에 그는 런던의 겐조(KENZO) 남성복 가게를 운영하며 패션 신에 발을 들였다. "돈을 아껴 세일 중인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바지 사는 데 집착했죠." 그는 1980년대 후반 남성복 디자인 일을 시작하기 위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많은 사진가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게 내가 할 일이야! 라고 느꼈어요."
그는 1992년, 마돈나(Madonna)의 마돈나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Erotica]의 부속물이자 사진집인 <섹스(Sex)>를 작업하며 뉴욕 성인숍에 익숙해졌고, 사업에 접목했다. <리차드슨 매거진>을 발행하며 예술과 외설 사이 모호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 것. 1998년 발간된 첫 호에는 성인 배우 제나 제임슨(Jenna Jameson)과 욕조 속 브룩 실즈(Brooke Shields)의 모습이 담겼다. "무엇이 적절하고 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해요." 리차드슨은 2003년 슈프림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패션 라인을 전개한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제품은 클럽 재킷도 아니요, 카펜터 팬츠도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리차드슨 숍이 있는 뉴욕 브룸 스트리트 주소가 기재된 22달러 티셔츠였다.
(2) 매거진에서 어엿한 패션 레이블로
앤드류 리차드슨은 뻔한 패션 시장에 질린다는 이유로 1998년부터 성(性)과 예술, 문화를 주제로 하는 뉴욕 기반의 잡지, <리차드슨 매거진>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해당 매거진은 야릇한 이미지와 패션, 영화, 정치를 베이스로 최대한 신선한 소재를 발현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중, 창간 3년 만에 공개된 새로운 이슈 ‘A10 : The Morality Issue’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10호의 표지를 트랜스젠더 모델 도미니크 실버(Dominique Silver)가 장식하고, 영국의 유명 포토그래퍼 글렌 러치포드(Glen Luchford)가 촬영해 화제 몰이를 한 것.
10호에서는 표지 모델 도미니크 실버와 "Hood By Air"를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 쉐인 올리버(Shayne Oliver)의 대담 인터뷰를 수록, 섹스 관련 산업 내 트랜스젠더로서의 고뇌, 진보적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사회의 시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 포르노 관련 출판물을 내는 편집장 디안 핸슨(Dian Hanson)의 이야기, 현대 예술가 폴 맥카시(Paul McCarthy)와 그 아들 데이먼 맥카시(Damon McCarthy)가 제작한 VR 영화 "<Coach Stage Stage Coach>"를 다룬 특집 기사도 만나볼 수 있었다.
리차드슨은 10호 발간을 기념해 쉐인 올리버의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어나니머스 클럽(ANONYMOUS CLUB)과 협업한 의류 컬렉션을 선보이며 새로운 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후디와 롱슬리브, 티셔츠로 이루어져 있는 본 캡슐은 리차드슨 새 이슈 발간에 맞춰 리차드슨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발매했다. 노골적인 이미지와 지적인 내용을 담은 의류 제품으로 마니아층을 다지며 리차드슨은 점점 인기 브랜드로 떠올랐다.
의류 브랜드 론칭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슈프림의 제임스 제비아와 친구에요. 그가 잡지에 나온 작업물들을 티셔츠로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죠. 제임스 제비아가 가지고 있던 패션 산업에 대한 지식을 많이 공유해줬습니다."
1998년부터 2년에 한 번씩 매거진을 발행했었다가, 더 많은 패션 관련 일들을 하면서 2002년, 2003년 잠시 매거진 발간이 중단됐다. "2009년이 되어 이 매거진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리차드슨 매거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3년쯤 A3 이슈를 만들 때, 저의 오린 친구이자 슈프림의 파운더 제임스 제비아가 리차드슨 매거진의 티셔츠를 함께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죠. 당시에 슈프림은 리차드슨 매거진에 광고를 실어주기도 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네 종류의 티셔츠를 만들었었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작업이었고, 이를 계기로 리차드슨 브랜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매거진뿐만 아니라 매 시즌 다양한 의류 컬렉션을 통해 패션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며, 미국 도버 스트리트 마켓과 일본 봉쥬르 레코드 등에 입점하여 대중들에게 더욱더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여러 패션 매거진과 패션계 유명 인사들로부터 소개되면서 미국과 일본에서 많은 인기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도 꾸준히 인기몰이하고 있기도.
(3) 브랜드가 추구하는 문화 가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부터 성인 비디오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섹스 컬처 매거진이라는 독자적인 주제로 스펙트럼을 넓혀온 리차드슨. 그들은 삐딱한 시선으로 패션 신을 바라보며 새로움을 이야기하길 원했다.
"리차드슨 매거진은 매우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들이 실려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단지 도발적이며 논쟁적인 콘텐츠로 여기거나 포르노 그래픽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매거진에 실린 모든 것들을 옷에 그대로 담았습니다. 옷에 프린트된 그래픽, 혹은 옷을 만드는 아이디어로 사용되어 매거진과 옷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맞는 적절한 이벤트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한 장소를 찾을 때, 이전에 마카롱 갤러리에서 매거진 이미지들을 모든 벽에 붙였던 것을 떠올리며 같은 것을 다른 방법으로 실현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도버 스트릿 마켓을 찾았고, 팝업 인스톨레이션을 진행했죠."
리차드슨이란 브랜드는 조금 미스테리하다. 선구자로서 스트리트 패션 신에 새로운 방향타 구실을 했다. 어떻게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떠한 방향으로 성장했는지 대중들은 항상 궁금해했다.
"찰리 브라운이라고 부른 일본의 어떤 친구는 듄(Dune) 이라는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었고, 그의 매거진을 위해 함께 일하던 도중 그 친구는 "리차드슨이라고 불리는 섹스 매거진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죠."
인스타그램의 검열 방침이 당신을 숨 막히게 하나요? "저는 성별이나 성적인 것들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의 검열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검열 정책이 더 길어지고 복잡해질수록 더 중요하고 진짜 문제가 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받고 있죠. 어쨌든, 저에게 이런 논쟁은 별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저는 요즘 신선한 이미지들이 제도적인 측면에서 통제된다고 느낍니다. 잡지는 아이디어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진정 문화 매거진이 되는거죠. 성에 대한 어리석은 관습을 볼 수 있죠.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국한돼 지루한 에로틱 모티브는 이제 그만 사용해야 합니다."
리차드슨은 에로틱한 테마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제안한다. 뿌리로 돌아간 본디지 컬렉션을 전개하며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속박과 구속을 뜻하는 본디지는 굵직한 메탈 지퍼로 표현했다. 점프슈트의 경우, 팬츠 뒷면에 지퍼를 병렬함으로써 포인트를 두고, 위아래를 가르는 지퍼도 더해 제품을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정됐다. 팬츠 역시 점프슈트와 동일하게 뒷면에 지퍼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리차드슨 로고를 새긴 러버 워크 백도 출시했다. 완벽한 방수기능에, 블랙과 옐로 두 가지 옵션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리차드슨은 이번 컬렉션과 함께 인센스 버너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수공예로 완성되는 인센스 버너는 오토-보디 페인트로 도장 됐다. 컬러 옵션은 카모, 레인보우, 세이프티 오렌지, 네온 핑크, 그리고 블랙으로 구성됐다.
잡지와 옷으로 대중을 자극하는 이유는 뭘까요? 어떤 경계를 넘으려고 하는건가요? "우리는 "좋아요"와 "부끄러움"의 문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경계에서 우리는 매혹적인 어떤 것을 느끼게 되죠. 리차드슨은 단지 생각의 자유를 제시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에요. 정치, 성, 폭력에 관한 무엇이든 말입니다. 리차드슨을 입으면 주류 문화로부터 잠시 떨어져 자신만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거라 자신합니다. 이러한 도발과 발칙함에 빠져있어야 비로소 리차드슨의 진정한 의미가 살아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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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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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베이프 (Part 2)
6. 베이프(BAPE)
Part 1 (1) 스트리트 패션 대부, 니고 (2) 시그니처 (3) 라인업 (4) 힙합 뮤지션과 베이프
Part 2 (5) 베이프스타 (6) 베이프만의 이색 아이템 (7) 베이프가 걸어온 '스트리트' 스타일
ARCHIVE: 베이프 (Part 1)
(5) 베이프스타
스니커는 스포츠, 패션, 음악 어느 분야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은 제품군이 되었다. 소수의 팬덤이 열광하는 신발을 넘어 절대다수가 사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한 스니커는 패션 브랜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라인업 중 하나이다.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고 베이프는 독자적인 슈즈 라인으로 베이프스타를 론칭한다. 해당 모델은 스트리트 신에 상징적인 신발로 자리 잡은 나이키 에어 포스 1을 오마주 했다는 점만으로 대중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브랜드 정체성을 재치 있고 격식 없게 첨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우시는 혜성 그래픽으로, 미드솔의 'AIR'는 'APE'로 변모됐다. 이 패러디 라인은 단번에 스트리트 스타일의 주요 아이템이 되었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베이프스타를 떠올리면 2007년, 막강한 패션 파워를 자랑하는 패셔니스타 중 단연 첫 번째로 거론되는 칸예 웨스트와 협력해 제작한 콜라보 제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이름하여 베이프스타 칼리지 드롭아웃. 칸예 웨스트가 협업에 참여하긴 했지만 디자인을 한 건 당시 베이프의 디자이너였던 니고다. 2004년 발매된 칸예의 앨범, [The College Dropout]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으며, 톡톡 튀는 색감과 칸예를 상징하는 심볼 등을 주입한 디자인이다. 당시 출시한 여러 베이프스타 모델 중 가장 인기가 많았다. 현재까지도 칸예의 대표작으로, 베이프스타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거론되고 있는 슈즈이다. 패러디 신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셈.
2019년에는 오프 화이트와 베이프가 함께 만든 베이프스타의 실물이 공개되기도 했다. 두 브랜드의 협업 스니커는 버질 아블로가 2019 루이비통 가을, 겨울 컬렉션 런웨이 무대에 오를 때 신고 있었던 신발이다. 해당 제품을 살펴보면 기존에 출시된 나이키의 에어 포스 1 뱀피 모델을 연상케 하는,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도드라진 갑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힐 컵에는 'BAPE', 'Tokyo', 'Japan' 등의 문구가 새겨지고, 'B*PE'를 양각 처리한 듀브레가 더해진 것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단, 아블로의 상징과도  같은 케이블 타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2000년, 처음 공개된 베이프스타는 2020년 1월, 20주년을 맞아 기념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 라인은 레오파드와 지브라 패턴을 중심으로 5종의 디자인 슈즈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이후 베이프는 베이프스타 로우 ‘ABC 카모’ 3종을 추가로 출시한다. ‘ABC 카모’는 2000년대 초반, 카무플라주 패턴의 어퍼와 그 위에 ��힌 슈팅 스타 로고로 많은 사랑을 받은 모델이다. 새롭게 출시될 베이프의 베이프스타 로우 ‘ABC 카모’의 컬러는 그린, 핑크, 블루 세 가지로 디자인됐다.
또한,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델 본연의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카모, 데님 등으로 꾸며진 '패치워크 데님'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데님 패치로 꾸며진 것이 특징. 측면의 'Bating Ape', 뒤꿈치의 'BAPESTA' 문구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다. 가격은 24만 원.
베이프스타를 상징하는 혜성 로고는 의류 제품군에도 활용되기도 했는데, 베이프는 스포츠웨어 디자이너 에릭 엠마누엘(Eric Emanuel)과 힘을 합쳐 쇼츠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베이프의 오리지널 ‘뉴 멀티 카모’, ‘레드 컬러 카모’, ‘트라이벌 카모’ 패턴을 기반으로 다양한 컬러의 베이프스타 로고가 디자인됐다.
(6) 베이프만의 이색 아이템
베이팩스(BAPEX)
베이프스타를 필두로 오마주, 패러디 컬렉션에 방점을 찍은 베이프는 시계 라인으로 제품군을 확장한다. 상징적인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의 디자인을 빌린 타임 피스인 베이팩스 모델을 론칭한 것. 대표적인 모델군은 타입 3(Type 3)다. 타입 3은 롤렉스를 대표하는 데이토나(Daytona) 모델에 베이프의 감성을 더한 것으로, 골드와 실버를 필두로 다양한 컬러웨이로 제작됐다. 다이얼에 다채로운 컬러를 적용하고 후면에 베이프의 유인원 얼굴을 새겨넣었다. 또한 야광 인덱스를 적용하여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 파악이 가능하다.
이후 골드와 실버 라인 외로 무광 카모 라인을 포함해 총 5가지 종류로 발매됐는데, 1st 카모 라인은 무광 블랙 컬러를 베이스로 카모플라주로 다이얼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골드와 실버가 추가된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크로노 버튼과 함께 빠져선 안 될 날짜와 요일 표시창도 함께 구성되었다. 생활 방수, 자동식 무브먼트를 포함하고 있으며 각 52만 원, 46만 원으로 출시됐다.
봄, 여름 시즌을 맞아 발매된 또 다른 타입 3은 청량감 있는 다이얼 컬러가 특징인데, 청록색, 골드, 블루로 포인트를 더했으며 전작과 동일하게 크로노그래프 장치가 탑재됐다. 브랜딩 텍스처를 주입해 정체성을 부각했다. 중앙의 'Ape Should Never Kill Ape' 문구는 빨간색으로 강조한 모습. 해당 제품의 가격은 약 45만 원이다.
메디콤토이(Medicom Toy)
베이프는 메디콤 토이(Medicom Toy)의 베어브릭(Bearbricks) 캡슐을 출시한 바 있다. 해당 컬렉션은 두 브랜드의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을 고스란히 담았다. 베이프의 카모 샤크 패턴이 메디콤 베어브릭 피겨에 주입된 디자인이다. 100%, 400%, 1,000%의 베어브릭은 물론, 베개, 머그, 키 체인 등의 액세서리와 일부 의류 제품도 포함됐다.
뉴욕 메트로카드
베이프가 브랜드 뉴욕 매장 오픈 15주년을 기념해, 지하철 전용 교통카드를 제작했다.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와 협업하여 완성된 해당 교통카드는 베이프의 시그니처인 카모플라주 무늬가 새겨졌다. 또한 베이프는 카드에 자유의 여신상 왕관을 쓴 유인원 로고와 함께, 'BAPE STORE® NEW YORK 15TH ANNIVERSARY' 문구를 새겼다. 베이프의 특별 메트로카드는 브로드웨이-라파예트 스트리트(B,D,F,M), 블리커 스트리트(6), 스프링 스트리트(6), 프린스 스트리트(R,W), 스프링 스트리트(C,E), 카날 스트리트(A,C,E) 총 6개 뉴욕 지하철역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바비 인형
베이프는 바비의 마텔사(Mattel, Inc.)와 협업을 하기도 했다. 상징적인 카모 샤크 후디를 바비가 입으며 특별한 비주얼을 뽐냈다. 베이프의 미니어처 매장에 있는 콜라보 바비가 베이프 재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 공개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베이프의 의류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제작사인 펍지(PUBG)와의 협업하며, 베이프의 인기 제품군이 게임 내의 복장 아이템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베이프의 카모 의류들을 입은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게 된 셈.
<슈퍼볼> 캡슐
2019년, 베이프는 아디다스와 컨소시엄 슈퍼볼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다. 신발, 의류, 미식축구 장비 및 전 제품군에 베이프의 시그니처 카모 패턴이 사용됐다. 해당 컬렉션에서는 캐주얼한 울트라부스트부터 기능성이 돋보이는 아디제로 8.0 클리츠 모델까지 만나 볼 수 있었다. 가격은 45만 원대부터 67만 원대까지로 이루어졌다.
캠핑 아이템 협업
새로운 도심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기 위해 현대인들이 선택한 '캠핑'은 이미 많은 마니아를 양상하고 있는 취미 분야이다. 베이프는 특유의 아웃도어스러운 디자인을 자랑하며 다양한 브랜드와 캠핑 아이템을 협업했다. 예로 국내 브랜드 헬리녹스(Helinox)와 1kg도 못 미치는 경량 테이블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백팩, 숄더백, 토트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다이어트 물병으로도 유명한 날진(nalgene)과 힘을 합쳐 야광 몸체를 자랑하는 물병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텀블러로 유명한 클린켄틴(kleankanteen), 드라이버, 네일 클리너, 다용도 고리, 칼로 사용 가능한 레더맨(LEATHERMAN)과의 마이크라 콜라보레이션도 큰 인기를 끌었다.
(7) 베이프가 걸어온 '스트리트' 스타일
베이프가 스트리트에 처음 등장했던 때 젊은이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기존의 스트리트 스타일에서 보지 못했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스트리트 패션 신을 뒤집어 놓았던 것. 버릇없는 뉴키즈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은 베이프는 유니크함으로 경쟁했다. 베이프의 창업자 니고는 미국에서의 마케팅이 베이프를 대중적인 브랜드로 만들까 봐 걱정까지 했으니까.
스트리트웨어는 기존의 옷과 유행에 대한 관념을 부수며, 새로운 '멋'에 대해 정의하고자 하는 패션 산업의 한 흐름이자 장르다. 스트리트웨어의 범주에 속하는 브랜드 대부분은 유통 구조를 탈피하는 방식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왔다. 가장 큰 특징은 배타성이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는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자들의 접근이 제한됐다면, 스트리트 브랜드는 '제한적인 유통'으로 접근 장벽을 세운다. 핵심은 바로 한정판 아이템이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대부분 아이템은 지극히 소량만, 일부 경로를 통해 유통되고 그렇게 판매된 한정판 아이템은 다시 ‘리셀’이라는 시장을 통해 그 희소가치가 가격으로 매겨진다. 대부분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베이프 역시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방식을 고수했는데, 비싼 가격을 지향하는 이들이 오히려 늘어나는 하이프 문화를 저격했다. 모두를 위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충성도 높은 마니아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주류 패션 시장에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당당히 자리했다. 베이프는 특유의 브랜드 철학을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여러 현상을 이끌었다. 음악이건 혹은 예술이건 상관없이 스트리트웨어의 정수를 목표로 하는 동일한 생각과 뜻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파생했다.
베이프의 다채로운 스트리트 스타일은 25주년 기념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브랜드의 25주년 기념 <BAPE XXV> 전시를 오픈한 것. 이와 함께 니고의 옛 자택 겸 스튜디오에서는 <BAPELAND> 설치 전시도 함께 진행되었다. <BAPELAND>에서는 베이프 브랜딩의 자동차, 주얼리, 가구, 미술 작품 및 크리스피 크림 협업 도넛 등을 선보이며 베이프만의 스트리트 스타일의 새로운 변모를 선보였다.
또한, 도쿄에서 25주년을 기념으로 대형 전시와 협업 프로젝트가 발표되기도 했는데. 전시에서는 10명의 아티스트가 커스터마이즈한 1.5m 높이의 베이비 마일로 캐릭터가 등장했다. 언디피티드(Undefeated)의 제임스 본드(James Bonds), 네이버후드(NEIGHBORHOOD)의 타키자와 신스케(Shinsuke Takizawa), 더블탭스(WTAPS), 피겨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Michael Lau), 그래픽 디자이너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그림을 8bit로 표현하는 작가 아담 리스터(Adam Lister) 등이 참여 아티스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아디다스, 지샥(G-SHOCK), 어그(UGG), MCM, 벨앤로스(Bell & Ross), 아이보(aibo), 알파인더스트리(Alpha Industries), 닥터 마틴(Dr. Martens), F.C.R.B., 마스터마인드(Mastermind), 메디콤토이, 몽블랑(Montblanc), 뉴에라(New era), 레디메이드(READYMADE), 그리고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등의 여러 브랜드들이 참여한 제품들이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다.
2010년대 후반에 이르며 스트리트 브랜드의 위상은 나날이 올라갔다. 콧대 높은 패션 하우스들도 스트리트 문화를 차용하기 시작했고, 스트리트 브랜드 수장들이 럭셔리 레이블로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더리얼리얼(The RealReal)의 2019년 재판매 추이를 집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년보다 스트리트 브랜드 검색이 281% 증가했다. 매체들은 독창적인 유통 전략, 여성과 X세대의 취향 변화로 과거에 비해 높아진 스트리트웨어의 위상을 근거로 들었다. 가장 많이 검색량 증가를 한 레이블은 팜 엔젤스(Palm Angels)로 무려 1,720% 증가했다. 2위는 오프 화이트 x 나이키 1,660%, 3위 베이프(BAPE) 958% 순이다. 럭셔리 스트리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대두되며 스트리트 브랜드의 인기가 증가했고, 베이프만의 스트리트 스타일도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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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베이프 (Part 1)
6. 베이프(BAPE)
Part 1 (1) 스트리트 패션 대부, 니고 (2) 시그니처 (3) 라인업 (4) 힙합 뮤지션과 베이프
Part 2 (5) 베이프스타 (6) 베이프만의 이색 아이템 (7) 베이프가 걸어온 '스트리트' 스타일
(1) 스트리트 패션 대부, 니고
베이프의 창업자인 니고(NIGO)는 일본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스트리트 광풍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프라그먼트 디자인(fragment design)의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 언더커버(Undercover)의 준 타카하시(Takahashi Jun)를 비롯한 일본 패션 트리오의 굳건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뽀빠이 매거진(popeye Magazine)>에서 일했던 그는 준 타카하시와 1993년, 4천만 원으로 베이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Nowhere'를 창업한다. 니고의 본명은 나가오 토모아키(Nagao Tomoaki)인데, <뽀빠이 매거진> 활동 당시 후지와라 히로시의 뒤를 잇는 2인자라는 의미인 '니고'를 자신을 대표하는 애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후 시리즈 브랜드로 수작업을 바탕으로 한 베이프를 시작했다.
니고는 어렸을 때부터 힙합 음악을 통해 다양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일본 힙합 그룹 테리야키 보이즈(TERIYAKI BOYZ)의 DJ로서도 활동하며 일본 내 뮤지션들과 교감하고,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선보이며 젊은 세대의 귀감이 되는 인물로 손꼽힌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소통했다. 그리고 2004년 퍼렐과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Billionaire Boys Club), 아이스크림(ICECREAM)을 론칭한다. 또한, 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티셔츠 라인 디렉터로 커리어를 쌓은 것도 눈에 띄는 이력이다.
"니고가 잡지에 실린 제 사진을 뜯어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에게 가서 똑같은 걸 다른 색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대요. 이 얘기를 듣고 일본에 갔을 때 니고를 만났어요. 우린 친구가 됐고 그는 저에게 독자 라인을 만들어 보라고 격려해줬어요. 난 니고에게 어떤 옷을 만들고 싶은지 설명했고, 그는 그걸 실현하게 도와줬어요." - 퍼렐 윌리엄스
베이프의 시작은 영화 <혹성탈출>이다. <혹성탈출>의 열렬한 팬이었던 니고는 브랜드의 상징을 영화에서 차용했다. 베이프의 풀네임은 'A Bathing Ape In Lukewarm water'로 목욕하는 편안한 원숭이라는 테마를 뜻한다. 이는 젊은 세대의 풍요롭지만 게으른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고. 베이프는 론칭과 함께 10~20대의 젊은이들에게 큰 관심을 끈다. 퍼렐과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입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유명세를 치른다. 니고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특징인 소량 생산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물량의 반은 지인에게 반은 숍에게 판매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후 니고는 Sk8thing과 휴먼 메이드(Human Made)를 추가로 발표한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디렉터, DJ인 일본 최고  셀러브리티 니고. 그의 등장으로 스트리트 패션 문화는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스트리트 패션이 거대 산업으로 편입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 홍콩 IT 그룹(캠퍼, 프렌치 커넥션, 언디피티드, WTAPS, 브랜드 보유)에 90%에 달하는 베이프의 개인 지분과 경영권을 30억 원에 매각한다. 이 시점에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을 제이지와 아이코닉스(ICONIX)에 매각하게 되는데,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은 다음 해 3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후 BBC가 잇따른 투자실패로 적자를 면치 못하자 2015년 퍼렐과 니고는 다시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을 헐값에 인수하게 된다.
니고는 패션 뿐 아니라 예술가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일본 도쿄에 가면 니고가 디자인한 공중화장실을 만날 수 있다. 비영리단체 일본재단과 도쿄시는 16명의 크리에이터들을 초청해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17개 공중화장실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에 참여한 니고는 하라주쿠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의 디자인을 맡았다. 구주택을 미니멀하게 변화시킨 니고의 화장실은 누구나 편안하게 사용하기 쉽게 디자인한 것이 메인 콘셉트이다. 그는 도쿄에 7층짜리 갤러리를 오픈하기도 했는데, 빈티지 의류에서부터 커스텀 오더 주얼리와 대중문화 유물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컬렉션화 했다. 그만의 취향이 담긴 큐레이팅 공간인 셈.
니고는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성공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의 성공은 우리가 성공한 것과 같아. 나는 스트리트 패션이 단지 옷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화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 아블로는 그 결실을 본 거지."
"패션 신에서 스트리트웨어를 입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어요. 저도 에디팅을 먼저 시작했지만 실제로 옷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았죠. 하지만 종종 정식으로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이 더 성공적인 작업을 할 때가 있습니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 패션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조용히 제 일을 하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누군가 함께 무언가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 요청에 흔쾌히 응할 거에요. 어떤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마다하지 않을 거거든요."
니고는 2013년 베이프에 마침표를 찍고, 2021년 겐조(KENZ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아메리칸 캐주얼의 DNA를 자신만의 스트리트 패션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킴 존스(Kim Jones), 버질 아블로, 매튜 M. 윌리엄스(Matthew M. Williams) 다음으로 니고 마저 LVMH 그룹의 프런트 맨이 되었다. 현재 패션계에서 스트리트 패션은 빼놓을 수 없고, 그렇기에 니고 또한 여전히 신 중심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새다.
(2) 시그니처
유인원(APE)
베이프를 이끌었던 니고는 팀 버튼(Tim Burton)작 <혹성탈출>에 큰 영감을 받았다. 그는 영화에서 따온 '유인원' 모티브를 브랜드의 상징적인 장치로 활용하고 의류의 패턴 플레이에 접목한다.
마일로
베이프의 마일로 캐릭터는 와일드한 브랜드 비주얼에 캐주얼함을 보탰다. 이로써 더욱 많은 콜라보를 성사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베이프 론칭 25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커스텀 베이비 마일로 전시를 예로 들 수 있다. 10명의 아티스트가 베이비 마일로를 커스텀 해 1.5m 높이로 제작했다. 참여 아티스트는 언디피티드(UNDEFEATED) 디렉터 제임스 본드(James Bond), 네이버후드(NEIGHBORHOOD) 디렉터 신스케 타키자와(Shinsuke Takizawa), 오베이(OBEY) 디렉터 셰퍼드 페어리 (Shepard Fairey), 피겨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Michael Lau)이다.
샤크 모티브
대부분의 팬은 베이프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아이템으로 샤크 후디를 꼽는다. 베이프 샤크 후디는 명불허전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이다. 밑단에서부터 후드 끝까지 올라오는 풀 짚 업 형태의 실루엣으로 대체할 것이 없는 제품이다. 샤크 후디는 전 세계에서 스트리트 스타일을 즐겨 입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소장하고 있을 아이템이 되었다. 후디가 끝까지 맞닿는 순간의 짜릿함에 샤크 후디를 못 끊는다고.
카모플라주 야광 그래픽으로 치장한 샤크 후디는 단연 눈길을 끄는 모델이다. 카모플라주 패턴에 야광까지 더해져, 상징적인 비주얼을 극대화했다.
카모플라주 패턴
니고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며 패턴과 색감에 집중했다. 루이비통의 빅 팬이던 그의 취향이 패턴 플레이에 큰 영향을 줬다. 메인 패턴인 덕 헌터 카모는 2차대전 당시 미국에서 개발해 한국전쟁까지 이용한 무늬이다. 베이프를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한 이 패턴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2001년, 펩시 음료에 베이프 특유의 카모 패턴을 입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은 베이프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린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후에 타이거 패턴이 추가돼 의류에 활용됐다.
(3) 라인업
A BATHING APE
베이프의 기본 라인인 'A BATHING APE'는 브랜드 시그니처 장치들로 제품들이 꾸며진다. 상징적인 카모 프린트, 샤크 패턴을 중심으로 스트리트 감성을 뽐낸다. 티셔츠, 후디, 재킷, 팬츠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되며 브랜드 내 가장 고가의 컬렉션으로 알려져 있다. 한정된 소량 생산 방식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마니아들의 리셀 문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퍼렐 윌리엄스, 칸예 웨스트, 에이셉 라키(A$AP Rocky), 릴 웨인(Lil Wayne) 등의 스타일리시한 뮤지션들이 애호했으며, 다양한 셀러브리티들이 비주얼 아이템으로 착용해 대중의 큰 인기를 끌었다.
BAPESTA
2000년대 초반, 니고는 나이키 에어 포스 1의 실루엣을 변형, 차용한 스니커 라인인 베이프스타(BAPESTA)를 론칭했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특징인 오마주 기법을 활용한 부틀렉 슈즈를 컬렉션을 선보인 것. 스우시 로고를 혜성 그래픽으로 변용했고, 미드솔에 각인된 'AIR'를 'APE', 'BAPE'로 변경해 위트 있는 디자인을 제시했다.
또한, 브랜드를 상징하는 카모 프린트를 활용하기도 하며, 에나멜, 가죽, 데님 등 소재의 변화와 다양한 컬러 매치를 활용해 다채로운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다. 에어 포스 1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도 차별화된 컬렉션으로 스니커 마니아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스니커 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나이키는 문제 제기 대신 베이프의 주식을 매입하며 암묵적인 긍정을 표했다.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베이프를 다시 한번 붐업 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해준 라인업이다.
BAPEX
베이프는 독자적인 시계 디자인이 아닌 오마주 방식을 활용한 시계 라인을 선보인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를 오마주 대상으로 선정해 베이프스타와 같은 맥락인 베이펙스(BAPEX) 부틀렉 라인을 론칭한 것. 롤렉스 워치의 실루엣에 다이얼, 핀 등에 베이프의 유인원, 로고와 같은 상징적인 심볼을 결합해 독특한 시계 모델로 탈바꿈했다. 심플한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타입' 시리즈를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BABY MILO
유인원이 귀엽게 변모한 마일로 캐릭터를 활용한 라인인 'BABY MILO'는 아동복을 지향하는 특별한 제품들로 구성된다. 마일로 캐릭터를 아이템 곳곳에 배치해 캐주얼한 디자인을 풀어낸다. 2019년, 데님으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 'Lee'와 스트리트한 아동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데님 재킷-팬츠, 빈티지한 오버롤 등의 제품군으로 구성됐으며, 귀여운 마일로 캐릭터를 활용해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를 주입했다. 베이프가 표현할 수 있는 스트리트 워크웨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컬렉션으로 평가받았다.
AAPE BY A BATHING APE
유인원의 그림자 로고가 돋보이는 세컨드 라인, 에이프(AAPE)는 기존 브랜드 디자인에서 탈피한 자유로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2012년 론칭한 이 라인은 간단한 로고 플레이, 프린팅 기법이 주를 이루며 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 많은 팬의 구매 니즈를 충족시켰다. 어반 스트리트, 영 컬렉션을 지향하며 일본을 넘어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도 대표적인 글로벌 스트리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부터 SE 인터내셔널 주식회사 상응무역의 국내 독점 운영 계약 체결을 통해 국내에서도 에이프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에 공식 에이프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다.
MR. BATHING APE
'MR. BATHING APE'는 정장, 슈트가 포함된 뉴 젠틀맨 라인이다. 베이프식 어덜트 스트리트웨어로 영국식 새빌 로우 테일러링 전통을 혼합했다. 베이프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디한 남성용 드레스웨어를 목표로 슈트와 타이 등을 제작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기존보다 더 남성적이고 빈티지스러운 그래픽을 전개하며 단독 레이블로서 어엿하게 자리 잡았다.
(4) 힙합 뮤지션과 베이프
후지와라 히로시는 스니커와 힙합이 스트리트컬처를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후드 바이 에어(Hood By Air)로 유명세를 치른 디자이너 셰인 올리버(Shayne Oliver) 역시 힙합, 스트리트 요소들이 패션에 빠질 수 없다고 얘기한다. “우리 옷엔 그런 면들이 있습니다. 그게 제 안에 있기 때문이죠. 저는 힙합 문화에서 살아왔기에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뭔가 더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것보다 힙합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 말이죠. 그게 다른 브랜드와 구분 짓는 또 다른 방식인 것 같아요.” 그렇게 스트리트 패션은 계속해서 변모했다. 에이셉 라키만 해도 과거 퍼프 대디(Puff Daddy)풍으로 불린 그의 옷차림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으니까. 이제는 아주 말쑥하고 댄디하며 젠틀하다.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 그리고 베이프는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다. 퍼렐 윌리엄스, 칸예 웨스트로 대표되는 베이프 스타부터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브랜드를 알려왔다. 키드 커디(Kid Cudi),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빅 션(Big Sean) 등은 베이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종합지 <콤플렉스(Complex)>에서 주최하는 콤플렉스콘(ComplexCon)을 위해 베이프에서 세 사람을 모델로 티셔츠를 제작한 것이다. 평소 베이프의 옷을 즐겨 입는 아티스트들의 베이프 스타일을 캐릭터로 재탄생 시켰으며, 베이프의 마스코트 베이비 마일로와 함께 티셔츠 위에 나란히 프린팅되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스트리트 패션을 이끄는 힙합 뮤지션과 베이프의 모습은 어떨까?
#키드 커디
키드 커디와 베이프는 협업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처음 선보인 티셔츠 라인은 앞면에는 키드 커디의 일러스트가 뒷면에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디자인됐다. 화이트, 블랙 두 가지 색상으로 제작된 제품은 뉴욕 베이프 스토어에서 약 13만 원에 출시됐다.
뒤이어 발표된 컬렉션은 총 20개의 제품으로 구성됐는데 과거 키드 커디가 뉴욕 베이프 매장에서 일했던 만큼, 그 오랜 인연으로 의미가 컸다. 키드 커디 캐릭터 그래픽, 우주 모티브 등의 디자인 요소를 결합한 바시티 재킷, 후디, 카디건, 모자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모델은 집업 샤크 후디다. 제품의 시그니처 실루엣을 살리면서 우주복을 입은 키드 커디의 모습이 카모 패턴과 함께 디자인됐다.
#드레이크(Drake)
드레이크의 OVO와 베이프의 협업은 2020 가을, 겨울 시즌을 겨냥해 발매됐다. 해당 컬렉션은 베이프의 시그니처 카모 프린트와 OVO 브랜딩으로 꾸며졌다. 2000년대 초 스트리트웨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제품들로, 그래픽 티셔츠, 후디, 트러커 햇을 비롯해 마스크, 키 체인, 아이폰 케이스 등의 액세서리로 구성됐다.
콜라보레이션을 기념하기 위해 LA 베이프 매장에는 콜라보 랩핑이 디자인된 람보르기니 차량이 전시된 것이 아주 특별했다. 캡슐 컬렉션의 가격대는 약 3만 원~80만 원.
#퍼렐 윌리엄스
니고의 절친한 친구로도 잘 알려진 퍼렐 윌리엄스는 베이프의 의상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과 아이스크림의 브랜딩을 이어갔다. 베이프의 열혈 마니아인 그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베이프의 다양한 의류를 스타일링하며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알린 인물이다. 그의 발자취가 담긴 베이프의 제품들은 어떤 비주얼을 살펴보자.
스파이크 TV 비디오 게임 어워드 2004년
2004년 스파이크 TV 비디오 게임 어워드에서 공연한 퍼렐. 그를 상징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베이프의 카모 박서와 버클, 아이스크림 그래픽 티셔츠를 스타일링해 스트리트 무드를 물씬 풍겼다.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 프레스 콘퍼런스 2004년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과 아이스크림이 리복(Reebok)과 새로운 신발 라인을 론칭하던 날. 퍼렐은 BBC x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로고 티셔츠, 베이프 카모 후디, 트러커 캡을 조합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루이비통 <인터뷰> 매거진 파티 2005년
루이비통과 <인터뷰> 매거진 행사에 제이지와 등장한 퍼렐. 그는 베이프 카모 집업 후디, 시그니처 로고 데님 팬츠와 BBC x 스와로브스키 상의를 매치했고 니고 루이비통(Louis Vuitton)과의 콜라보레이션 선글라스도 함께 선보였다. 제이콥 쥬얼리에서 제작한 N.E.R.D 커스텀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화려함을 부각한 모습.
MTV <TRL> 2005년
유독 베이프를 즐겼던 2000년대 초반, MTV <TRL> 프로그램에 출연한 퍼렐은 해당 브랜드의 후디와 로드스타 스니커를 착용했다. 큼지막한 N.E.R.D 펜던트로 포인트를 더했다.
#위켄드(The Weeknd)
베이프와 위켄드는 2018년 협업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다. 출시 전 루머로 떠돌며 이슈가 된 그 콜라보였는데. 티셔츠, 후디, 스웨트 팬츠, 워크 재킷과 함께 'XO' 카모 프린팅 러그가 출시됐다. 두 번째 콜라보레이션인 '베이프 x XO' 라인은 다채로운 브랜딩으로 제작된 코듀로이 재킷과 스페셜 후디, 데님 재킷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컬렉션 전반에 위켄드의 시그니처인 'XO' 그래픽과 'A Bathing Ape', 'Till We Overdose' 모티브가 디자인되었다. 해당 캡슐은 베이프 서울 매장 및 온라인 스토어, 위켄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매됐다. 신곡에 참여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XO 레이블 멤버 88글램(88GLAM)이 룩북에 등장하기도.
#릴 야티(Lil Yachty)
릴 야티 역시 베이프 캡슐을 선보인 바 있는데, 새로운 캡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릴 야티를 상징하는 드레드 헤어와 타투를 그대로 재현한 캐릭터다. 베이프는 릴 야티 일러스트와 함께 브랜드의 앙증맞은 시그니처인 베이비 마일로를 병치, 이를 아이템 전면에 더해 만남을 축하했다. 릴 야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밋앤그릿(Meet-and-Greet)’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고, 국내에서는 베이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위즈 칼리파(Wiz Khalifa)
베이프가 키드 커디, 트래비스 스캇, 릴 야티에 이어, 위즈 칼리파와 손잡고 새로운 의류 컬렉션을 선보였다. 콜라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디자이너 맨키가 그린 위즈 칼리파의 캐릭터. 위즈 칼리파를 상징하는 드레드 헤어와 타투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이목을 끌었다. 또한, 베이프는 위즈 칼리파 캐릭터와 함께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베이비 마일로를 아이템 전면에 나란히 새겼다. 가격은 약 14만 원부터 55만 원까지.
#돈 톨리버(Don Toliver)
칸예 웨스트의 열 번째 정규앨범 [Donda]에 참여했던 캑터스 잭 레코드(Cactus Jack Records) 소속 뮤지션, 돈 톨리버(Don Toliver)와 베이프(BAPE)가 머치 컬렉션을 협업하기도 했다. 그의 투어를 기념하기 위한 네 가지 티셔츠 제품들로 구성된 해당 캡슐은 돈 톨리버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Life of a Don]의 발매일과 유인원 로고, APE, 베이프스타 심볼 등 상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디자인됐다. 돈 톨리버는 뉴욕 소호 베이프 매장에 직접 등장해 팬들과의 소통, 라이브 쇼를 선보이기도. 제품 가격은 한화 약 10만 원이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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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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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반스 (Part 2)
5. 반스(VANS)
Part 1 (1) 스케이트 문화와 반스 (2) VANS OFF THE WALL (3) 스니커로 대두되는 브랜드 가치 (4) 변화무쌍 반스 스타일
Part 2 (5) 콜라보레이션 (6) 반스가 추구하는 가치 (7) 하우스 오브 반스 / 뮤지션 원티드
ARCHIVE: 반스 (Part 1)
(5) 콜라보레이션
최근에 이르러 패션 브랜드가 다채로운 장르의 협업을 이어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지만, 반스만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반스의 전 슈즈 라인은 마치 원래의 디자인처럼 커스텀 되고 변모된다. 팬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아티스트와 브랜드를 녹여낸 반스에 열광했다. 곱절의 시너지를 발현한 콜라보레이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스케이트 컬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스트리트 패션 신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두 브랜드 반스와 쓰래셔(Thrasher)는 '레드 핫'이라는 테마로 컬렉션을 발매했다. 쓰래셔의 아이코닉한 불꽃 이미지와 반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스케이터, 존 카디엘(John Cardiel)을 중심으로 디자인됐다. 울트라레인지 프로, 스케이트하이 프로, 슬립온 프로 등의 스니커즈 제품군과 후디, 롱 슬리브, 반소매 티셔츠 등의 어패럴 라인과 모자, 백팩 등의 액세서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슈프림(Supreme)과의 협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하프캡 프로와 올드스쿨 프로 모델을 재해석한 제품은 크림, 블루, 블랙 세 가지 컬러웨이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슈즈 본연의 클래식한 실루엣을 기반으로 양 측면에 'SUPREME' 문구를 체크 패턴화했다. 갑피는 캔버스 소재가 사용되었으며, 전통적인 러버 와플 아웃솔로 외관 디자인을 마무리한 모습.
반스는 소재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코듀로이 소재를 사용한 캡슐을 출시하기도 했으며, 프리미엄 스웨이드와 캔버스로 제작된  스케이트 하이 프로(Sk8-Hi Pro) 제품에 'F*ck the Wolrd'라는 문구를 새기며 특유의 쿨함을 드러냈다. 나사(NASA)는 우주복에서 영감을 얻은 재킷과 후디, 그리고 올스트쿨과 스케이트하이뿐만 아니라 우주 프린트를 장착한 클래식 슬립온을 발매했다.
럭셔리, 하이앤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눈에 띄는데,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아워 레거시(Our Legacy), 언더커버(Undercover),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등이 콜라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CDG와 반스의 올드스쿨 콜라보레이션은 특유의 가죽 라이너가, 곳곳에는 화이트 스티치가 더해졌다. 화이트 컬러의 미드솔에는 CDG 로고가 반복적으로 프린팅되었으며 아웃솔은 올드스쿨 모델 특유의 와플 트레드로 마감되었다.
알릭스는 스케이트 하이, 어센틱과 같은 반스의 클래식 모델에 액상 고무를 코팅해 기존 제품의 느낌을 확 비틀었으며, 샤넬(CHANEL)과 펜디(FEND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의 협업 컬렉션도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오프 화이트(Off-White™)는  반스의 블랙볼 모델을 재탄생시켰다. 화이트 어퍼에 블랙 컬러 미드솔로 깔끔한 컬러웨이를 선보였는데, 끈과 미드솔 부분에 각자의 브랜딩도 잊지 않았다. 이 모델은 런웨이에 공개되어 화제가 됐다.
반스의 영향력은 패션 분야를 넘어 다채로운 아트 협업으로 이어졌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미술관과 힘을 합쳐 의류, 신발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한 것. 클래식 올드스쿨과 슬립온, 어센틱, 스케이트 하이가 반 고흐 작품의 캔버스 역할을 하며, <자화상>, <꽃 피는 아몬드 나무>, <해바라기>, <해골> 등의 작품이 재해석됐다.
반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창조적인 자기표현의 기회를 장려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바탕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파트너십을 맺고, 뉴욕 현대미술관과의 협업 컬렉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을 시즌에 맞춰 선보인 특별 라인이었는데,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류보프 포포바(Lyubov Popova),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등 뉴욕 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반스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퍼거스 퍼가델릭 퍼셀(Fergus "fergadelic" Purcell)과 함께 '볼트 바이 반스' 캡슐을 출시하기도 했다,
반스는 캘리포니아 가구 브랜드 모더니카(Modernica)와의 첫 합작을 완성했는데, 의자 3종과 신발 3종의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각각 화사한 오렌지 하와이안 프린트부터 라이트 블루 야자수 이파리, 체크 프린트까지, 세 가지 스타일로 출시됐다.
너바나(Nirvana) 출신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이끄는 밴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가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반스와 협업 스케이트 하이를 내놓은 것도 특별했다. 해당 모델은 일반적인 블랙 캔버스 어퍼에 푸 파이터스의 이니셜을 딴 ‘FF’ 로고가 커다랗게 장식되었고, 후면에 각각 ‘Foo’, “Figthers’라는 밴드명이 나뉘어 새겨진 형태로 디자인됐다.
(6) 반스가 추구하는 가치
반스의 대표 격인 스니커 라인은 뛰어난 내구성과 착화감, 액션 스포츠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도록 하는 다양한 기술의 집약이라 할 수 있다. 반스는 스케이트보드를 필두로 한 액션 스포츠라는 구조 안에 브랜드의 또 다른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아트와 음악, 스트리트 컬처를 통합시켰다. 반스에는 청년 문화의 일부. 커뮤니티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토털  스포츠화 브랜드로의 전입 시도는 농구와 러닝, 야구는 물론 축구와 테니스, 레슬링까지 뻗어 나갔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밀레니엄 시대가 지향하던 라이프스타일은 스케이트 컬처의 침체를 가져왔는데, 이때 반스는 제조업에서 마케팅으로 사업 방향에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반스의 제품들은 클래식 디자인의 가벼운 변주로 무궁무진한 매력을 선사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새로운 디자인 모델이 추가되었고, 그중 클래식 라이트 라인은 50% 이상 가벼워진 무게와 착화감을 향상시켜 큰 인기를 끌었다.
반스는 더 많은 제품을 홍보하는 콘텐츠 대신 아티스트, 뮤지션, 스케이터 등의 크리에이터가 가진 아이디어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 집행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캠페인 <이 광고는 창의적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는 각 분야에서 창조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으로 캠페인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스의 한국 앰배서더는 스케이터이자 그립 테이프 커스텀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구현준, 시간, 공간, 그리고 현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샌프란시스코의 르위나 베슈, 생기 넘치는 그림을 더한 베개를 제작하는 애나벨 리(Annabell Lee), DIY 방식으로 자신만의 암실을 만들어 선보인 로스앤젤레스의 스케이트 포토그래퍼 앤서니 어코스타(Annabell Lee) 등 전 세계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창의적 활동을 지원했다.
또한, 프로 스케이터 저스틴 헨리(Justin Henry)와 함께한 'World Peace' 협업을 통해 저스틴 헨리의 고향 오하이오에 위치한 청소년 교육 지원 단체에 1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테마를 현실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 것.
코로나 19의 창궐은 패션과 스포츠 업계가 오프라인 행사와 캠페인을 모두 '온라인'과 '모바일'로 바꾸도록 방향타를 틀었다. 이러한 상황��서 반스는 '디스 이즈 오프 더 월(This is Off The Wall)'이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몇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소개했다. 그중 유독 눈길을 끈 것은 <더 스케이트 위치스 The Skate Witches> 캠페인이다. '스케이트 위치스'는 주류 스케이트 매거진과 필름이 다루지 않는 스케이트 문화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더 다양한 스케이트 커뮤니티를 조명하는 프로젝트이자 플랫폼이다. 독립 출판물인 진(zine)과 영상을 만들고, 스케이트에 관한 글을 모으고, 유머와 D.I.Y. 정신이 살아 있는 스케이트 콘텐츠를 소개한다.
글로벌 차원의 행사가 아니어도 반스의 이름과 지원은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지역 스케이터와 필르머들이 만드는 '스케이트 필름 프로젝트'이다. <계속 계속>, <크로스-폴리네이션(Cross-Pollination)>, <소나기>, <데드 맨 콜링>으로 이어지는 반스 코리아의 스케이트 필름 시리즈는 '스케이트보드'라는 브랜드의 뿌리를 후원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라이프스타일 뉴스 플랫폼인 '24/7 Tempo'가 가장 성공한 미국의 패션 브랜드 순위를 공개했다. 선정 기준은 브랜드의 수명, 인지도, 방문율, 매장 개수 및 수익이다. 가장 성공한 미국의 패션 브랜드 톱 20에 반스는 14위에 올랐다.
반스는 2023년까지 매출 5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VF 코퍼레이션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 랜들(Steve Rendle)은 "VF가 반스를 2004년에 인수한 이후 브랜드는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3조 원의 수입을 기록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변모했습니다. 반스는 향후 5년간 5조 원의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반스는 신발 부문에서 10~12%, 의류 및 액세서리에서 13~15%의 성장률을 목표로 사업 방향의 다각화를 통해 성장과 균형을 유지할 계획이다.
(7) 하우스 오브 반스 / 뮤지션 원티드
반스를 떠올리면 다양한 이미지가 연상된다. 올드스쿨 시리즈의 매끈한 모양새부터, 그라피티와 스트리트 스케이트 보딩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 열광적인 아티스트들의 활동까지, 반스는 '오프 더 월'이라는 슬로건 아래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트리플 크라운 오브 서핑(Triple Crown of Surfing)', '다운타운 쇼다운(Downtown Showdown)' 및 '워프드 투어(Warped Tour)' 등의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가 녹아든 농도 있는 이벤트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개최되는 하우스 오브 반스(House of Vans) 역시 마찬가지다. 201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처음 시작한 '하우스 오브 반스'는 반스와 지역 문화 창작자들이 음악과 패션, 예술, 액션 스포츠 등 문화 전반의 작업을 선보이는 거대한 축제이다. '하우스 오브 반스'가 한국에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었다. 이 이벤트는 이제 그들의 고유한 행사가 되었고 아트, 음악, 스케이트, 스트릿 컬쳐 등을 한데 모은 범문화적인 컬쳐 이벤트로 발돋움하고 있다.
반스는 숨은 인재 발굴에 늘 힘써왔다. 특히, 하우스 오브 반스는 세계적인 뮤지션 뿐만 아니라 신인 인디펜던트 뮤지션이 설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행보와 맞닿아 있는 행사다. 그 일환인 뮤지션 원티드(Musician Wanted) 역시 마찬가지다. 뮤지션 원티드는 반스가 2015년 론���한 뮤직 캠페인으로, 전문적인 심사와 콘테스트를 통해 실력 있는 신인 인디 뮤지션을 발굴하자는 게 핵심 취지인 캠페인이다. 하우스 오브 반스는 뮤지션 원티드 캠페인을 통해 더욱 풍성하게 진행됐다. 반스는 다양한 신예 뮤지션을 공개 모집하였고, 이후 국내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영광의 무대를 제공했다.
2015년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반스 뮤지션 원티드'는 전 세계 모든 장르의 인디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는 글로벌 뮤직 콘테스트로서, 올해는 지원자와 팬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쉽게 참가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뮤지션은 온라인 콘서트 등 최종 우승을 가리기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결선 진출팀에게는 반스의 다양한 컬렉션과 특별히 제작한 펜더 기타, 스포티파이(Spotify) 및 애플 뮤직 플레이리스트 업데이트,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의 뮤직비디오 제작 그리고 1년 동안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독립 아티스트를 위한 글로벌 디지털 음악 유통 서비스인 스핀업(Spinnup)을 통해 자신의 음원을 배급할 기회까지 다채로운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2017년 9월 15일, 세계 곳곳을 누비는 문화 예술의 집약체 '하우스 오브 반스'에서는 브루클린 출신의 여성 래퍼 영 엠에이(Young M.A)가 공연했고, 18년도 '뮤지션 원티드' 아시아 지역 최종 우승을 거머쥔 뮤지션에게는 9월 22일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되는 하우스 오브 반스에서 세계적인 래퍼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오프닝 스테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영광스런운 기회까지 주어졌다. 원데이 페스티벌 컨셉으로 변모한 이 행사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였으며, 스케이트 보딩과 아트 워크숍, 스트리트 컬처 그리고 라이브 뮤직으로 채운 알찬 구성을 선보이며, 관객 약 2천여 명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뮤직 프로그램 뮤지션 원티드 콘테스트가 진행되며 워크숍 프로그램의 목표로 세계적인 아티스트 앤디 젠킨스(Andy Jenkins)가 진행한 '진 메이킹 워크숍' 또한 눈에 띈다. 해당 이벤트는 사전 신청부터 약 300명이 넘는 지원자의 관심을 받았다. 스케이트 프로그램 메인 콘테스트는 월리 콘테스트(The Longest Wallie Contest), 게임 오브 스케이트(Game of S.K.A.T.E) 그리고 트릭 포 캐시(Trick for Cash)로 구성되었으며 프로그램별로 높은 상금이 걸렸다.
19년도 하우스 오브 반스는 특별하게 현대카드와 파트너십을 통해 서울 이태원에 자리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서 진행하기도 했는데, 음악 체험과 전시를 위한 공간은 모두 반스가 기저에 두고 있는 문화를 담았다. 바이닐앤플라스틱은 '라디오 스테이션', '보일러 룸(Boiler Room) 팝업', 그리고 '반스 커스텀 존' 세 공간으로 운영됐다.
재능 있는 로컬 뮤지션을 발굴하는 뮤직 캠페인인 <뮤지션 원티드 2019>는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필리핀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10개국에서 진행되었으며, 우승 뮤지션에게는 하우스 오브 반스 무대에 오를 기회는 물론 음악 전문 채널 MTV 아시아의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이 밖에도 반스는 창의적인 뮤지션들의 음악이 전 세계 다양한 리스너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글로벌 온라인 음악 방송 플랫폼인 보일러 룸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얼터너티브 케이-팝 밴드를 지향하는 바밍 타이거가 심사 뮤지션으로 참여했다.
반스의 음악 사랑을 살펴볼 이벤트는 더 있다. 반스는 미국 전역을 돌며 진행하는 음악 투어 '워프트 투어'를 후원했다. 그들은 2001년 500만 달러를 들여 이를 인수했고 워프트 투어는 2015년 20주년을 맞았다. 그들은 스케이트 보딩 비디오를 만들거나 각종 BMX와 서핑 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2000년대 초 다큐멘터리 <독타운과 Z 보이즈> 제작엔 8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이기도 했다.
뉴욕, 시카고, 멕시코시티, 로스앤젤레스 등의 반스 공간에서 게스트들과 함께 음악 및 문화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이벤트 'Channel 66'은 가장 신선한 목소리를 전달해줄 디지털 프로그램이다. 음악,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생중계되는 크리에이터 중심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진행하며 각 도시의 독특한 유산과 서브 컬쳐를 조명하고자 했다.
반스는 국내의 레코드 숍 웰컴 레코드와 함께 컴필레이션 바이닐 앨범 '웰컴 섬머 2020'을 출시하기도 했다. 웰컴 레코드는 힙합 크루 360사운즈 소속 앤도우(Andow)와 썸원(Someone)이 운영하는 곳으로, 힙합은 물론, 하우스, 재즈, 소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큐레이션을 선보이며, 로고를 활용한 여러 머천다이즈 발매 로컬을 서포트했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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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반스 (Part 1)
5. 반스(VANS)
Part 1 (1) 스케이트 문화와 반스 (2) VANS OFF THE WALL (3) 스니커로 대두되는 브랜드 가치 (4) 변화무쌍 반스 스타일
Part 2 (5) 콜라보레이션 (6) 반스가 추구하는 가치 (7) 하우스 오브 반스 / 뮤지션 원티드
(1) 스케이트 문화와 반스
반스(VANS)의 시작은  브랜드 설립자인 폴 반 도렌(Paul Van Doren)과 짐 반 도렌(Jim Van Doren) 형제의 이름을 딴 '반 도렌 러버 컴퍼니(The Van Doren Rubber Company)'부터 였다. 이후 애칭처럼 둘의 미들 네임을 가져와 복수형 '반스'로 불렸고,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지금의 반스로 정착됐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폴 반 도렌이 업계의 전설이 되기까지 겪은 독특한 여정을 담고 있는 회고록 <어센틱(Authentic)>에서는 그가 블루 칼라 계층 가정에서 자라, 고등 교육을 받거나 소매업을 경험하지 못한 가정적 배경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은 캔버스 테니스화를 제작하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족 신발 사업을 시작했고 그의 가게는 글로벌 브랜드, 반스로 성장했다. 1966년, 그 당시에는 생소했던 스니커 독점 매장을 세 명의 동업자와 함께 오픈했고, 디자인과 유통 및 마케팅에서 적절한 사업 수완을 보여주며 브랜드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다.
1960년대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으로 사회적인 불만이 일고 청소년들의 반항시기로 불리는 독타운 에라(Dogtown era)의 시대였다. 이러한 영향이 파생돼 스케이트보드, 그라피티 등의 문화가 성행한다. 반스가 독타운 에라 시기에 우연히 시작했던 커스텀 컬러 배치는 스케이트 보더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어센틱은 반스의 상징이 되었고, 스케이트보드 신의 상징적인 슈즈로 자리 잡았다.
스케이터들의 반스 신발에서 영감을 얻는 사람들도 있다. 꼭 스케이트를 타지 않아도 반스를 신으면 마치 스케이트 보더가 된 듯하다. 반스는 전설적인 스케이터들의 자문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디자인과 기능, 그 어느 것 하나 뒤떨어지는 게 없다고 평가된다.
반스가 이렇게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스케이트 문화의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더 나은 신을 만들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드의 레전드라 불리는 독타운 출신 모두 반스를 신었다. 오로지 스케이트보드에만 집중한 브랜드. 스케이트 보딩 관련 잡지 중 하나인 <트래셔(Thrasher)>에 등장하는 스케이트 보더들의 대부분이 반스를 신고 있다.
반스는 전설적인 스케이트 보더, 토니 호크(Tony Hawk)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임명하며 이벤트 참여와 제품 제작 등 폭넓은 범위의 협업에 참여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토니 호크는 과거부터 이어온 스케이트보드 대회, 반스 파크 시리즈의 사회자 일을 지속하는 한편, 새로운 스케이트보드 대회도 개최했다. 토니 호크는 해당 협업에 대해 "반스는 1978년 내가 처음으로 신은 스케이트보드 슈즈였죠. 반스는 초창기부터 스케이트보드 신을 지원했어요. 스케이트보드를 향한 그들의 진정성을 늘 존중하기 때문에 문화 발전에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나는 단순히 수영장 벽을 타고 그 벽에 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그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신발을 원하죠." 당대 최고의 스케이트 보더로 손꼽힌 토니 알바(Tony Alva)가 반스를 설립한 폴 반 도렌의 가족을 만나 한 말이다. 폴의 아들인 스티브 반 도렌은 그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신발 제작에 나섰다. 그것이 스케이트 보더를 위해 제작한 첫 번째 신발, ‘에라(Era)’다. 역사에 담긴 단순한 멋. 스케이터들이 팀 티셔츠와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반스의 신발을 마치 유니폼처럼 착용했다.
반스가 브랜드의 대표적인 ‘에라’ 실루엣을 조명하는 캠페인에는 전설적인 스케이터 토니 알바를 선정했는데, 산타 모니카 출신의 알바는 1976년, 스테이시 페랄타(Stacy Peralta)와 함께 반스에게 스케이트화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것이 지금의 에라를 탄생시켰다. 여러 개의 패널로 내구성을 강화한 갑피, 와플 밑창으로 그립감까지 높인 에라는 40년이 넘은 지금도 많은 스케이터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반스는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스케이트 파크를 짓기도 했는데, 1990년부터 2000년 사이 미국 전역에 지은 스케이트 파크의 개수만 해도 12개로 스케이트 보더를 내세운 마케팅을 넘어 그들의 문화가 내실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의의를 두었다. 반스는 2000년대 중반 신디케이트나 볼트 등의 고급라인 론칭하며 사업을 확장했고, 스케이트 보딩과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잠재력을 갖추게 됐다. 개성 강한 색상과 자유로운 패턴의 무늬로 스케이트 보더의 자유분방함을 표현했다. 스케이트 보딩은 꾸준히 진화해왔고, 반스는 늘 그 옆을 지켜왔다. 반스는 모두에게 스케이트 보딩의 기회를 주고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애쓴다.
국내 스케이트 신으로 눈을 돌려보자. 반스의 실내 스케이트 파��� ‘반스 라이즈 스케이트 파크’가 홍대 라이즈 호텔 지하 1층에 문을 열었다. 약 넉 달 동안 운영된 반스 라이즈 스케이트 파크는 실내에 자리한 만큼 날씨와 관계없이 스케이트보드를 즐길 수 있으며, 550㎡ 규모의 면적에 다양한 난이도의 기물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실력과 관계없이 남녀노소 이용할 수 있었다. 여성 스케이터만 참여할 수 있는 ‘걸스 스케이트 나이트’ 프로그램이 매주 수요일 저녁 개최되며, 기초를 배울 수 있는 ‘걸스 스케이트 클리닉’ 프로그램도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됐다.
반스는 스케이트 보딩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창조적인 자기표현을 이어나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특히 여러 세대에 걸친 독립적인 스케이트 커뮤니티의 열정을 보여주며, 이는 최근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반스는 전 세계 다양한 스케이트 커뮤니티와의 교류를 위해 디지털 워크숍을 주최하고 사진, 글쓰기 그리고 영상 제작 등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하고 싶은 전 세계의 팬들을 초청하며 신의 분위기를 북돋웠다.
(2) VANS OFF THE WALL
‘오프 더 월(OFF THE WALL)’이라는 반스의 슬로건은 기성세대를 향한 저항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프 더 월'이란 문구는 스케이트보드와 서핑과 연관이 깊다. 스케이트보드는 서퍼들이 파도가 없는 날 땅에서 파도를 잡는 연습을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실력 있는 보더들을 보며 "Did you see that guy get off the wall!(저 사람 벽 타고 내려오는 거 좀 봐!)"라며 탄성을 지르는 것에서 유래됐다. '특이함'이라는 뜻을 가지기도 한 이 슬로건은 자유로움과 개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아 현재도 반스의 타이틀로 널리 쓰이고 있다.
반스는 스케이트 컬쳐와 관련한 무엇이든 후원해주고 있다. 반스는 스케이트 보더 제프 로울리(Geoff Rowley)의 삶과 결정적인 순간을 다큐멘터리, ‘Rowley VS’에 담으며, 그의 인생을 넘어 스케이트보드가 어떻게 진화하게 되었는지까지를 그렸다. 더불어, 산타 모니카 반스 스토어를 중심으로 'Vans US Open of Surfing'의 영향도 뻗어 나갔다.
영국의 전설적인 스케이트 보더, 제프 로울리의 생애를 조명하는 반스의 캠페인 ‘This is OFF THE WALL’에서 그 의미를 조금 들여다볼 수 있다. 반스와 함께 '오프 더 월' 정신을 추구한 제프 로울리는 스케이트보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지금까지 평가받고 있다. 캠페인의 챕터에 'Rowley VS'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다. 반스는 'Rowley VS'를 통해 제프 로울리의 스캐이트보드 20년 생애를 조명했다. 가장 주목할만한 대목은 그의 결정적인 순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필름. 반스는 영상에 담은 제프 로울리의 삶과 순간을 통해 그의 삶을 넘어 스케이트보드가 어떻게 진화하게 되었는지를 그렸다. 반스의 스케이트보드화 '로울리 프로' 또한 이 순간을 기리기 위해 태어났다. 로울리 프로 이후, 기능성 스케이트보드화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했다. 반스는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이처럼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제프 로울리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조각상을 세웠다.
또한 반스는 그가 지닌 영향력을 다시금 조명하는 디지털 캠페인과 리버풀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하우스 오브 반스(House of Vans)' 이벤트를 함께 개최했다. 가장 위험한 스케이트 보더이자 도전자 반스 로울리는 본 캠페인에 대한 소감으로 "몸이 견뎌내기만 한다면, 죽기 전까지 계속 밀어붙일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프 더 월 정신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꽤 괜찮은 일임을 의미한다. 남들과 달라도 되는 것. 그것이 청년 문화를 대변하는 가치라 여겨지며 늘 이전 세대와 다르길 원하는 그들을 대표한다. 그리고 반스는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반스는 현재 액션 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속 선수는 스케이트 팀 26명, 스노 팀 20명, 서프 팀 20명, BMX 팀 15명으로 구성되어있다.
(3) 스니커로 대두되는 브랜드 가치
창립자 폴 반 도렌은 회사를 설립할 당시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의 제품을 모두에게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2015년 공개된 캠페인 '오리지널이 되자(Be the Original)'는 제품 마케팅, 물류와 배송 면에서 원가를 절감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신발 비즈니스라는 포트폴리오였다. 이로 인해 다양한 기술로 무장한 스포츠 스니커 대신 원형에 가까운 클래식 슈즈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반스는 매 시즌 클래식 라인에서 300개 이상의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에 끊임없이 집중한 것. 보드 전용화는 스케이트 숍에서만 판매하며, 일반 대형 몰이나 체인점에는 공급하지 않았다. 특별한 신발은 특별한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것이 반스의 특별한 점이다. 오더 메이드 시스템으로 비즈니스의 규모를 넓히고 스케이트 보더를 위한 전용 스니커를 개발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반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이끈 스니커 라인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어센틱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질과 내구성으로 가성비 슈즈로 반스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이다. 검 러버 솔, 미끄러지지 않는 와플 패턴의 아웃솔을 기반으로 한 캘리포니아 스타일이 특징이다. 와플 아웃솔은 스케이트보드 데크에 닿는 밀착감을 높였고 견고한 육각형 모양으로 제작해 갈라짐을 최소화했다.
반스 최초의 프로 스케이트보드화 에라는 1970년대에는 스타일#95라는 명칭에서 시작된 신발이며, 1966년 어센틱을 개선해 만든 모델이다. 토니 알바와 스테이시 페랄타가 참여해 만들어 유명세를 치렀다. 에라에는 발목을 안정적으로 감싸는 도톰한 패딩 칼라가 장착돼 있는데 이는 편안한 스케이트 보딩을 위한 장치다. 어센틱보다 길고 날렵한 앞코에는 단단한 덕 캔버스 소재를 쓰고, 약간의 쿠션감을 더한 인솔과 아치 서포트도 더했다. 에라는 기능만큼 스타일에도 중점을 두었는데, 반스 최초로 두 가지 컬러를 배색하는 디자인이 그 예다. 클래식으로 손꼽히는, 블루와 레드 배색의 에라 오리지널 모델은 이렇게 탄생했다. 오프 더 월 로고는 에라가 등장한 이후로 힐 탭에 새겨지게 됐다.
최초의 하이 톱 스케이트보드화인 Sk8-Hi는 전설적인 스케이트 보더 스티브 카발레로(Steve Caballero)가 스케이트 대회 <델 마 스케이트 랜치(Del Mar Skate Ranch)>에서 해당 모델을 신고 등장해 화제가 된 모델이다. 발목까지 오는 하이 실루엣이 특징인 제품이며 스트리트 패션과 아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라인이기도 하다.
하이톱보다 발목이 절반가량 낮은 하프 캡(Half Cab)은 신발의 발목 부분을 절단해 신는 스케이트 보더를 보고 영감을 받아 기획된 모델이다. 하이 톱의 단점인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완한 셈인데, 스케이트보드화의 아이콘적인 모델이라 볼 수 있다.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올드스쿨(Old Skool)은 1977년, '스타일 36'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모델로, 반스의 상징적인 ‘사이드스트라이프’를 적용한 최초의 신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드스쿨은 특히 1990년대 스케이터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후 내구성이 뛰어난 가죽 소재를 사용하며 변모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스케이트보드뿐만 아니라 음악, 예술 그리고 스트리트 컬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인 인물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풋웨어로 자리매김했다.
<리치몬드 연애소동(Fast Times at Ridgemoun High)>에서 숀 펜(Sean Penn)이 체커보드 무늬의 슬립온을 신고 나오면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슬립온 역시 편한 착화감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반스 스니커 라인에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다.
반스 슈즈는 1990년대 서울 압구정을 중심으로 일부 편집매장에만 개별적으로 유통됐다. 또 당시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수입된 탓에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던 브랜드였지만, 2002년 ABC마트에서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반스의 스니커를 신고 다녔고, 연예인들 사이에서의 인기는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 있는 10·20세대에게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4) 변화무쌍 반스 스타일
반스의 '오프 더 월' 정신의 줄기를 잇는 커스텀 문화는 반스에서 빼놓을 수 없다. 소비자가 반스의 문화를 즐기는 과정 자체를 브랜드는 장려하고 그것을 마케팅 수단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디자이너 겸 스타일리스트인 이안 코너(Ian Connor)는 반스 운동화를 리폼해 만든 리벤지 스톰(Revenge X Storm) 브랜드를 전개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반스의 신발을 갖고 노는 것은 하나의 장르이자 게임으로 자리 잡았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반스는 시각 장애인 아트 랩 비영리 단체 '우리들의 눈'과 함께한 커스텀메이드 캠페인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점 대신 누구나 창의적인 자기표현을 실현할 수 있고, 각자만의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둔 이벤트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캠페인에 참여한 시각 장애 아티스트들은 각자 반스의 핵심 문화인 ‘예술’과 ‘음악’을 아우르는 워크숍에서 경험한 전율과 영감을 반스의 신발 위에 아트워크로 담아냈다. 공개된 커스텀 디자인은 세 종류의 패턴을 더한 올드스쿨, 슬립온, 어센틱의 세 가지 아이코닉한 클래식 실루엣으로 구성되었다. 각 패턴은 세 명의 시각 장애인 아티스트가 '드럼의 울림'과 '까랑까랑한 기타 선율' 그리고 '따뜻함과 시원함'이라는 주제를 표현한 아트워크로 만들어진 것이다.
반스의 커스텀은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는데 PC 또는 모바일을 이용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신발을 디자인하고,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반스는 브랜드 초창기부터 추구해온 가치와 맞닿아 있는 '반스 커스텀' 플랫폼으로 소비자에게 창조적인 자기표현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반스가 개최하는 '반스 체커보드 데이(Vans Checkerboard Day)' 역시 커스텀 문화를 잘 대변한다. 세계적으로 고립이 심화하는 시기에 창조적인 자기표현의 가치를 지지하기 위한 글로벌 이벤트로, 특히 개인과 커뮤니티의 정신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하여 '창조적인 활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자기표현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 세계 자선 단체 10여 곳에 총 100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디지털 활동의 일환인 #VansCheckerboardDay 챌린지에는 전설적인 스케이터 토니 호크, 뮤지션 앤더슨 팩(Anderson .Paak) 등 글로벌 브랜드 홍보 대사들이 자신만의 창조적인 자기표현 방식이 삶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다.
반스가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와 함께 커스텀 플랫폼을 소개하는 ‘커스텀메이드 바이’ 캠페인도 국내 팬이라면 놓칠 수 없었다. 커스텀 플랫폼은 누구라도 쉽게 자신만의 반스 신발을 디자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슬립온, 어센틱, 올드스쿨, Sk8-Hi, 그리고 에라 다섯 가지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바밍 타이거는 어센틱 모델을 선택해 독특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 오프 화이트 색상의 캔버스 소재 위에 호랑이와 각 멤버의 캐리커처를 그대로 옮겼는데, 마치 스케치북 위에 낙서한 듯 자유분방하게 개성을 표현했다. 이처럼 반스를 활용한 커스텀 신발은 커스텀 플랫폼을 활용하면 직접 채색을 하거나 그릴 필요 없이 쉽게 완성할 수 있다. 반스 웹사이트에서 커스텀 페이지에 접속한 뒤 원하는 모델을 고르고 각 패널별로 원하는 색과 소재, 그리고 패턴을 선택하면 된다.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를 추가하면, 옵션 외에 자신이 선택한 패턴을 적용할 수도 있다. 또한, 로컬 아티스트 KKKIM과 함께 커스텀메이드 캠페인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월요일의 무기력함과 일요일의 여유로움에서 영감을 얻은 두 가지 디자인의 슬립온 제품이 출시됐다.
최고의 반스 커스텀 슈즈를 가리는 '반스 커스텀 컬처 콘테스트'는 첫 회 약 10만 명 이상의 참가자들로 화제가 되었는데, 반스 에라 위로 저마다의 그래픽을 새긴 커스텀 슈즈 작품이 채워졌다. 북미, 유럽,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각각 선출된 3인의 최종 우승자에게는 2만5천 달러의 상금과 함께 자신의 커스텀 슈즈의 실제 출시 기회가 제공되었다.
반스가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발표한 '와플헤드(Waffleheads)'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반스의 신발을 활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전 세계 컬렉터와 커스텀 아티스트, 그리고 크리에이터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화이트 컬러의 반스 스니커를 기부하고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치도록 하는 것인 커스텀 컬처 기부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젊은이들은 반스를 스니커 숍과 동시에 아트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쿨한 브랜드로 기억하게 되었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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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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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이지 (Part 2)
4. 이지(YEEZY)
Part 1 (1) 미니멀리스트로 변신한 칸예 웨스트 (2) 이지의 탄생과 전개 (3) 이지 대란 (4) 시그니처 스타일
Part 2 (5) 이지 부스트 (6) 바람 잘 날 없는 이지? (7) 이지가 꿈꾸는 미래 세계
ARCHIVE: 이지 (Part 1)
(5) 이지 부스트
칸예 웨스트의 이지 부스트는 프리미엄 스니커의 생태계에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전설적인 인기를 누린 기존 신발들과 마찬가지로 가격 폭등의 수순을 밟았다. 칸예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지 스니커는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 문화에서 스니커즈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누군가 에어 조던의 희귀 모델을 신고 있다면 그 사람은 그걸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멋져 보인다. 그래서 컬렉터들과 리셀러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이 시장을 키우고 새로운 멋을 만들어낸다. 과거 스니커즈의 모델들은 주로 스포츠 스타였다. 하지만 2009년, 나이키는 힙합 뮤지션인 카니예 웨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에어 이지라는 슈즈 라인을 선보였다. 이 새로운 운동화는 프리미엄 스니커즈의 생태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칸예는 아디다스와 새로운 브랜드를 전개하며 2015년, 이지 스니커의 첫 제품인 이지 750 부스트 라이트 브라운 컬러를 발매한다. 발매 수량은 9천 켤레였고 예약을 한 사람들만 뉴욕에서 아디다스 스마트폰 앱으로 살 수 있었다. 아디다스는 이 협업을 시작으로 나이키가 중심을 이루고 있던 리셀링 마켓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디다스의 매출과 주가는 폭등했다.
2016년 출시된 이지 부스트 350 V2 '벨루가 / 솔라 레드' 시리즈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색상에서도 또 다른 진화를 드러냈다. V1 시리즈의 견고한 디자인 기반 위에 니트 소재 갑피를 더해 V2 시리즈를 완성했다. 뒤꿈치에 달린 끈도 이때부터 사라졌다. 이지 부스트 350 V2 라인업은 이지의 고유한 유산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피스로 자리 잡았다.
이지 부스트 350 V2는 2016년 첫 번째 컬러웨이 ‘벨루가’ 출시 이후로 프라임 니트 소재로 제작된 어퍼, 컬러풀한 측면의 스트라이프, 굴곡지고 둥근 형태의 부스트 미���솔과 같은 디자인을 고��해왔다. 이후 새로운 컬렉션 ‘모노 팩’이 공개됐는데 ‘모노 팩’에 포함된 4종의 스니커는 조금 다르다. 어퍼에는 프라임니트 대신 반투명한 메쉬 소재가 사용되었으며 측면 스트라이프에는 단 한 가지의 컬러만이 활용됐다. 갑피 또한 ‘모노 미스트’, ‘모노 신더’, ‘모노 클레이’, ‘모노 아이스’ 등의 컬러웨이명에 맞춘 솔리드 컬러가 칠해졌으며 그 아래로는 사람의 갈비뼈를 연상케 하는 플라스틱 케이지가 삽입되었다.
칸예 웨스트는 이지 부스트 700 V2 '지오드(Geode)' 출시를 기념하여 아디다스와 미국 전역에서 팝업 스토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해당 팝업에서는 지오드 스니커가 판매되며, 킴 카다시안을 비롯한 칸예의 가족들이 함께 스토어를 꾸몄다. 행사의 판매로 인한 모든 수익금은 정신 건강 자선 단체인 나미(NAMI : Nation Intelligence on Mental Illness)에 기부됐다.
패션계의 칸예 웨스트의 영향력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손꼽는 패셔니스타, 트렌드세터로서 그가 입는 새로운 아이템들은 항상 화제가 된다. 50 센트(50 Cent)에게 노숙자 룩이라며 비판받은 칸예의 데일리 룩이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다시 한번 오른 일화를 보면 흥미롭다. 칸예의 일상복에서 포착된 스니커를 많은 이들이 새로운 이지 라인으로 추측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모델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디자인에  팬들이 당혹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공개된 신발은 삭 러너 스타일의 실루엣에 발과 밀착시킨 듯한 슬림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또한, 칸예 웨스트는 미국 경제전문 매체 패스트 컴퍼니에서 주최하는 <패스트 컴퍼니 이노베이션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이지 모델을 공개했는데. SNS상에서 '폼 러너'로 알려진 바로 그 제품이었다. 해당 슈즈의 정확한 모델명은 이지 클로그로 솔의 일부분이 화학 제품 대신 다시마, 미역 등 해양 조류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칸예 웨스트는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지 본사를 와이오밍 목장으로 옮겨 앞으로는 그곳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공개된 새로운 슈즈 라인업은 이지 부스트로 대표되는 캐주얼 스니커가 아닌 슬라이드군이다. 2019년 12월 공개된 본, 레진 색상에 어스 브라운, 데저트 샌드 컬러가 추가됐다. EVA 폼으로 제작된 매끄러운 소재의 어퍼와 톱니바퀴 아웃솔이 특징이다. 가격은 성인용 약 6만 7천 원, 어린이용 약 5만 5천 원, 유아용 약 4만 2천 원이다.
2021년 공개된 데저트 부츠의 새로운 컬러웨이 ‘토프 블루’도 눈에 띄는데, 이지 데저트 부츠는 지난 2018년 최초 공개돼 2019년 9월 공식 출시된 모델이다. 어퍼에는 스웨이드, 메쉬, 가죽이 혼용되었으며 솔에는 청키한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당시 공개된 ‘솔트’, ‘록’, ‘오일’은 각각 모델명에 어울리는 솔리드 컬러가 칠해진 점 또한 특징이다. ‘토프 블루’는 어퍼에는 브라운 기반의 컬러가 토캠, 오버레이 등에 톤온톤으로 칠해졌으며 솔에는 이와 상반되는 블루 컬러가, 슈레이스에는 어퍼와 유사한 톤의 카키 컬러가 적용됐다. 가격은 2백 달러, 한화 약 22만 원이다. 칸예는 이지 브랜드내에서도 스니커 라인에 특히 힘을 쏟았다. 신발 제품군은 계속해서 다양화되고 있고 새롭게 변화 중이다. 앞으로 공개될 차세대 이지 부스트는 어떤 모습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6) 바람 잘 날 없는 이지?
시대를 관통하는 브랜드에게 잡음은 필요불가결한 요소일까? 칸예의 이지도 높아지는 인기와 관심만큼 다양한 구설에 휩싸였다. 2018년 이지 시즌 6 컬렉션의 공개를 앞두고 프로모션이 한창인 가운데, 해당 캠페인이 문제가 된 것. 바로 패션, 비즈니스와 법의 관계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웹진 <The Fashion Law>에서 이지 시즌 6의 캠페인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킴 카다시안, 패리스 힐튼(Paris Hilton) 등,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이지 시즌 6의 제품을 입고 파파라치 컷의 형태로 촬영한 인스타그램용 이미지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비용을 지급한 경우 해시태그(#ad)와 함께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이는 소비자가 해당 게시물이 상업성을 띤 광고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The Fashion Law>의 편집장 줄리 제브로(Julie Zerbo)는 이러한 이유를 들며 대부분 소비자가 그것을 광고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셀러브리티들이 이지의 의류를 무료로 협찬받았는지 비용을 지급했는지도 불명확하다는 것 또한 문제 삼았다.
또한, 칸예의 이지는 법적 문제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그 중, 원단 업체 토키 센 아이(Toki Sen-I Co.)와 법정 공방이 유명하다. 토키 센 아이는 칸예가 53,000야드 양털 직물 주문에 대해 624,051달러(한화 약 7억 4천만 원)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주장했다. 그들은 상당 기간 칸예에게 다양한 지급 방법을 안내했지만 대금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이지는 토키 센 아이 측이 약속한 대로 제품을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직물과 그 보관 비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2019년 6월, 원고의 부실한 자료를 근거로 이지팀을 지지하는 평결이 내려지며 마무리될 것 같았으나, 토키 센 아이가 다시 한번 제소를 신청했다.
2019년 1월부터 시작된 둘의 마찰은, 칸예 웨스트의 페이퍼 컴퍼니 의혹, 사기 혐의 등이 붉어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해당 사건은 2015년부터 시작한 둘의 비즈니스 중 2018년 6월에 대한 주문분이다. 이후 2020년 3월, 토키 센 아이가 사건을 취하하며 일단락됐다. 칸예 웨스트의 법률대리인은 "토키 센 아이가 주장한 위반한 계약이라는 것은 확인된 바 없으며, 이행의 조건에 관한 주장이 모호해 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고, 원고 측이 사기성 의도 역시 밝혀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칸예의 이지는 토키 센 아이와의 법정 싸움을 마무리 지은 후, 또 다른 소송에 휘말렸다. 콜로라도에 위치한 회사 백본 PLC(Backbone PLC)가 이지 어패럴을 상대로 소프트웨어 사용료 미지급 소를 제기한 것. 백본 PLC는 의류 브랜드를 대상으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관리할 수 있는 툴을 제작하는 곳이다. 백본 PLC의 핵심 고객으로는 키스(KITH), 아웃도어 보이스(Outdoor Voices), 모바도(Movado) 등이 있다.
백본 PLC는 소프트웨어의 지속적인 사용에 대해 이지가 약 1억 5천만 원의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았으며, 2019년 9월부터 지급을 중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본 PLC 관계자는 추가 증거자료를 더 보강해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지의 웹 숍, 이지 서플라이가 '가장 나쁜 웹 숍'으로 평가된 것도 패션계의 큰 이슈였다. 고객 중 91%가 구매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 NBC는 2018년 12월, 수백 명의 고객들이 이지 서플라이를 상대로 컴플레인을 제기하였고, 그 내용은 그들이 주문한 제품을 받지 못하였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정 거래를 위한 생산자 단체인 거래 개선 협회(Better Business Bureau)에도 이지 서플라이를 대상으로 2018년 10월, 11월 189건의 불만 사항이 접수되었으며, 해당 연도에만 700건 이상의 컴플레인이 제기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많은 구매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 해결책을 공유하자고 주장하는 고객들이 SNS를 이용해 다양하게 소통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칸예가 공개한 스케치는 표절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당시 지방시 소속인 전 나이키 디자이너 토니 스팩맨(Tony Spackman)에 칸예가 10년 된 나이키 스케치를 베껴, 포토샵으로 날짜를 제거하고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7) 이지가 꿈꾸는 미래 세계
2018년, 칸예 웨스트가 이지 스니커의 조력자로 새로운 인물을 찍었다. 그 주인공은 나이키 에어 맥스 97과 리복(Reebok) 아즈텍을 디자인한 크리스티앙 트레저(Christian Tresser). 칸예가 남긴 트윗에서 그와 이지 700 VX 버전을 제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트레저가 팀에 합류한 것인지 단발적 콜라보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이지 디자인 디렉터인 스티븐 스미스(Steven Smith)와 비슷한 행보로 추측하고 있다. (스티븐은 리복의 인스타 펌프 퓨리와 뉴발란스(New Balance)의 1500 슈즈를 담당했다)
2020년 6월에는 이지를 온라인에서 직접 입어 볼 수 있는 새로운 이지 서플라이 웹사이트가 공개됐다.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Nick Knight)와의 협업 다큐를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양한 기능과 콘셉이 추가된 이지 서플라이 웹사이트가 등장한다.
3D로 재설계된 이지 서플라이는 제품들을 착용해보며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모델의 식성과 배경 정보 등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닉 나이트는 "인간은 모든 매체에 예술을 창조했지만, 인터넷은 예외였어요. 왜 인터넷에선 위대한 예술이 나오면 안 되죠?"라고 포부를 밝혔다.
칸예는 이지 본사를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에서 와이오밍에 있는 그의 토지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와이오밍주에 두 번째 목장을 구매한 칸예 웨스트가 이지 연구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칸예는 샘플 공장을 착공할 곳으로 와이오밍의 노스 인더스트리얼 파크에 위치한 코디 지역을 선택했다. 지역 매체 <코디 엔터프라이즈>는 도시 계획 지정위원들이 12월 17일, 현장 계획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지 샘플 연구소는 10~20명의 직원이 1월 말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관계자들은 웨스트의 새로운 타운이 긍정적 외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의류 제조 업체를 넘어 다른 벤처 사업으로 확장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WWD>는 칸예의 행보가 케링(Kering)과 LVMH의 성장과 유사하다며 의류 제조 업체를 넘어 다른 벤처 사업으로 확대하리리라 예측했다.
이지 캠퍼스 건립은 빛의 마술사, 우주 카우보이라고 불리는 설치 미술가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악셀 베르보트(Axel Vervoordt), 건축가 클라우디오 실베스트린(Claudio Silvestrin)과 협력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지 캠퍼스를 위해 부지를 찾던 중, 와이오밍의 전경을 본 순간 딱 이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 할 수 있게 하는 것, 인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에요."
또한, 일체형 실루엣이 특징인 이지 슬라이드, 해조류 등의 천연 재료로 제작된 독특한 외관의 클로그 슈즈를 연이어 발표하며 기존의 틀을 깨는 선구자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칸예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관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늘의 게스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데이비드 레터맨 쇼(My Next Guest Needs No Introduction)>에 출연하여, 신인들을 위한 인큐베이터로서의 계획을 밝혔다. 칸예 웨스트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해 재정적 지원과 멘토링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이지 컬렉션을 비롯해 새로운 쇼에서 유명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와 협업했던 것처럼 건축과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6월 말, 칸예가 패션 브랜드 갭(Gap)과 이지가 협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발표해 큰 화제가 됐다. 칸예는 10대에 갭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갭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꿈꿨다고 인터뷰한 바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 상황. 갭 시카고 매장 공사 현장에 걸린 거대 손편지가 그 애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지는 갭과 10년의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이지 갭'이라는 라인으로 모던함으로 꾸며진 한 차원 높은 에센셜 의류를 출시할 것을 예고했다. 갭은 이번 협업으로 연간 10억 달러 매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갭의 마크 브라잇바드(Mark Breitbard) 글로벌 대표는 "칸예가 이지의 미학과 성공을 기반으로 창의적 선구자로서 갭 패밀리에 돌아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갭은 애초 계획됐던 텔파(Telfar)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지연돼 우려를 샀지만, 이번 발표로 주가가 폭등한 상황이다.
갭이 칸예 웨스트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권한을 주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그 도박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갭의 주가가 이미 치솟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이것을 기회로 삼아 훌륭한 결과를 내놓게 된다면, 칸예 웨스트는 ‘갭의 스티브 잡스’라는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할 실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갭의 CEO 소니아 싱걸(Sonia Syngal)이 <비즈니스 오브 패션>과의 인터뷰에서 칸예가 이지 갭(YEEZY GAP) 의류 라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이지와 갭의 10년 파트너십이 발표된 후, 칸예는 와이오밍 목장에서 제품 디자인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이지 갭 컬렉션은 신발을 제외한 남성복과 여성복, 아동 라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2021년 4월 9일, 칸예 웨스트의 이지와 패션 브랜드 갭(GAP)의 파트너십과 함께 발표된 로고가 공식화됐다. 이달 초, 콜라보 컬렉션인 '이지 갭'의 로고 사용에 관한 권리가 담긴 법률 문서가 제출된 것. 이지 갭 로고는 갭의 상징적인 네이비 스퀘어 심볼에 이지를 뜻하는 'YZY'가 디자인됐다. 해당 로고는 의류와 더불어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지 갭은 올해 말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칸예 웨스트는 비즈니스를 의류에만 제한한두지 않는다. 이지가 뷰티 및 스킨케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며 사업적으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TMZ>에 따르면, 최근 이지는 메이크업, 헤어케어, 면도 크림, 탈취제 등 다양한 제품군의 상표를 등록했다. 이는 2017년 칸예의 크리에이티브 컴퍼니인 돈다(Donda)가 메이크업과 향수 등의 제품을 생산하려고 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데, 당시 출시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거의 시각으로 보면 칸예 웨스트는 패션 디자이너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패션 디자이너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는 게 맞을 거다. 때론 디자인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목표가 지나치게 원대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여전히 SNS를 통해 이해하지 못할 소리도 많이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의 목표에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하이 패션 시장의 모습을 지금처럼 바꿔놓는 데 크게 기여를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지는 우리의 삶에 점점 깊게 침투하고 있으며, 칸예의 대담한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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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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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이지 (Part 1)
4. 이지(YEEZY)
Part 1 (1) 미니멀리스트로 변신한 칸예 웨스트 (2) 이지의 탄생과 전개 (3) 이지 대란 (4) 시그니처 스타일
Part 2 (5) 이지 부스트 (6) 바람 잘 날 없는 이지? (7) 이지가 꿈꾸는 미래 세계
(1) 미니멀리스트로 변신한 칸예 웨스트
데뷔 초기 스포티한 스타일링과 볼드한 명품 액세서리를 휘감고 나오던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미니멀리즘'으로 패션 방향을 선회한다. "심플함은 패션의 최고의 미학이며, 그 단순함은 색깔을 극대화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라는 그의 유명한 말은 현재의 이지(YEEZY)를 만들었다.
지방시(Givenchy)의 남자로 불렸던 칸예의 스타일은 전보다 많이 바뀌었다. 현재의 그는 스타일링에 불필요한 액세서리를 배제하고 톤 다운된 모노톤 컬러를 중심으로 루즈한 실루엣과 활동성을 강조한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칸예가 최근 이지 컬렉션과 더불어 그전에 발표했던 머천다이즈와 화려한 투어 의상 역시 그 저변에 미니멀리즘이 깔려있다. 이러한 그의 지향점이 대표적으로 잘 드러난 이지 컬렉션은 올리브, 베이지, 카모 플라주로 포인트를 준 비교적 가벼운 스타일인 이지(Easy) 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여전히 미니멀을 기반으로 시즌을 계속 이어나가는 중이다.
칸예의 본격적인 디자인 커리어의 시작은 2011년 파리 컬렉션에 진출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그가 야심 차게 선보인 옷들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평범했고, 두 시즌 만에 끝이 났다. 칸예는 억 소리 나는 하이패션을 즐겨 입었던 예전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일에 큰 변화를 준다. 과거 화려했던 스타일을 뒤로하고 칸예의 옷들은 점차 간결해졌다. 한때, 자신을 ‘루이비통 황제(Louis Vuitton Don)’로 칭하기도 한 대담한 스타일의 아이콘에서 현재는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의 취향은 이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새로운 ‘칸예 스타일’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제 차림을 보면 부끄러워져요. 디자인의 끝은 미니멀이고 저는 지금 바로 그걸 추구하고 있어요."
2017년, 포착된 그의 데일리 룩을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당시 그는 하이앤드 제품이 아닌 LA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트리트 브랜드 부트 보이즈 비즈(Boot Boys Biz)의 제품을 입은 모습으로 거리에 등장했다. 칸예 웨스트가 입은 롱 슬리브의 가격대는 25달러(한화 약 3만 원)로 기존 그가 애용했던 브랜드에 비해 매우 저렴한 셈이다. 디자인 역시 간결해 많은 대중의 의아한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저렴한 스트리트웨어로 눈을 돌린 칸예 웨스트의 선택과 함께 그의 패션 파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그는 멧 갈라(Met Gala)에서 고가의 제품을 착용한 다른 셀러브리티와 달리 40달러(약 4만 6천 원) 디키즈(Dickies) 재킷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칸예 웨스트가 데일리 룩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워크 웨어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 포착되면서 그의 취향 변화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연일 소박한 차림을 선보이고 있는 것인데, 하늘색 칼하트(Carhartt) 디트로이트 재킷을 착용한 칸예는 느슨한 핏의 남색 팬츠와 이지 콤뱃 부츠를 매치해 자신만의 투박한 룩을 선보인 데일리 룩 역시 눈길을 끌었다.
칸예는 2009년 나이키와 파트너십을 시작한 뒤, 로열티 문제로 나이키를 떠나 2013년 아디다스와 새롭게 계약했다. 이후 나이키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일부 디자이너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칸예는 "아디다스 임원진이 되기 전까지 조던을 신을 거야"라며 에어 조던을 착용한 사진을 업로드했다 즉시 삭제하기도 했는데, 아디다스의 임원이 된다면 '공동체의 성장'이라는 목표로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 이지의 탄생과 전개
편안한 스트리트웨어라는 칸예 웨스트의 비전은 단순하면서 때로는 통념을 거스르는 라이프스타일웨어를 목표로 한다. 칸예는 나이키와의 오랜 작업을 뒤로하고 아디다스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2015년 2월 12일 첫 이지 컬렉션을 발표한다. 새롭게 부임한 아디다스의 디자인 크리에이터 더크 숀버거(Dirk Schoenberger)가 공격적으로 아디다스의 디자인 개혁을 시도하던 시기였다. 개인 레이블의 실패와 더불어 디자이너로서의 갈망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 듯 보였던 칸예 웨스트에게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카피, 컬렉션의 정체성 등 많은 논란에 휩싸이고 같은 이유로 패션계 전문가들에게 질타를 받았지만, 이지 컬렉션은 비교적 성공 그래프를 무난히 그리고 있다. 지금도 메가 히트 콜라보레이션으로 손꼽히는 명품 패션 하우스 루이비통과의 슈즈 콜라보레이션과 2009년 처음 발표했던 나이키와의 에어 이지 시리즈의 성공에 비견될 만큼 아디다스와 함께한 이지 부스트는 칸예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되었다. 그와 아디다스의 만남은 거대 스포츠 기업의 노련한 생산공정과 패션 스타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칸예는 이지 컬렉션을 이탈리아 출신의 퍼포먼스 아티스트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와 함께했는데, 그의 영향으로 ‘누드 톤의 보디 슈트’와 ‘집단 도열’이라는 파격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칸예는 이지 컬렉션이 미니멀리즘 그리고 편안��게 입을 수 있는 쉬운 옷이 될 것이라 밝혔고, 낮은 채도의 색감과 비교적 가벼운 스타일링으로 그러한 방향을 보여주는 듯했다.
컬렉션에서 선보인 새로운 신발 라인 이지 부스트는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릭 오웬스(Rick Owens), 헬무트 랭(Helmut Lang), 라프 시몬스(Raf Simons) 등에 대한 카피 논란이 불거지며 논란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모든 미디어와 매체들은 너도나도 이지 컬렉션에 관한 기사를 실었고, 칸예는 "디자이너에 대한 진정한 결례", "전혀 새롭지 않은 컬렉션", "단순한 패션 비즈니스"라는 많은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2015년 9월 16일 뉴욕에서 열린 이지 컬렉션의 두 번째 시즌은 바네사 비크로프트와 또 한 번 손을 잡으며, 전 시즌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포맷의 컬렉션을 보였고 여전히 톤 다운된 느낌을 유지했다. 카모플라주 패턴의 티셔츠를 초청장으로 사용하고, 그의 신곡 및 앞으로 발매될 신작 이지 부스트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가 바뀐 2016년 2월 11일 오후,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 이하 MSG)에는 1만 8천 명쯤 되는 인파가 몰렸다. 전부 이지 시즌 3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YEEZUS’가 적힌 모자를 쓰고, ’I FEEL LIKE PABLO’가 적힌 붉은색 맨투맨을 입은 칸예 웨스트는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정도 늦게 나타났다. 그가 착용한 맨투맨은 한 편에 마련된 머천다이즈부스에서도 판매했다. 아내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을 포함한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푸샤 티(Pusha T)와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키드 커디(Kid Cudi), 왈레(Wale), 닉 영(Nick Young), 빅 멘사(Vic Mensa), 빅 션(Big Sean), 투 체인(2 Chainz)도 현장에 함께 있었다. [The Life of Pablo]의 첫 번째 트랙 "Ultra Light Beams"와 함께 쇼는 시작되었고, 이어서 “Wolves,” “Father Stretch My Hands, Pt. 1 & Pt. 2,” “Freestyle 4,” “Famous,” 가 차례로 공개되었다.
지난 시즌과는 달리, 세 번째 쇼는 그의 앨범 전체가 플레이되면서 패션쇼와 음악을 동시에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제공했다. 물론 여전히 캣워크는 없었고, 모델들은 석고상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이에 관해서는 칸예 웨스트가 모델들에게 서른 개가 넘는 가혹한 조항을 요구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칸예 웨스트가 "Real Friends"를 부를 때에는 모든 모델들이 차례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기존의 패션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지 시즌 1부터 계속해서 등장하는 스킨톤의 보디수트와 함께 충분히 ‘웨어러블’한 의류들로 꾸려졌다. 말 그대로 ‘파괴’ 수준이었던 디스트로이드 형태의 니트는 그 수위가 적당히 약해졌고, 보디수트 외에는 거의 헐벗은 수준이었던 모델들은 옷을 완벽하게 갖춰 입었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유명하고, 돈도 많고, 랩도 하니까. 내가 이런 걸 되게 쉽게 한다고 생각할 거야. 가장 힘들었던 건 컬렉션을 함께 할 재능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었어. 내 비전에 믿음을 갖고 래퍼와 컬렉션 작업을 함께 할 만큼 재능있는 사람을 찾는 일. 지금 여기 서서 인터뷰 하는 미친놈 앞에 서 있는 모든 형제, 음악 식구들, 내 아내, 그녀의 가족들, 뉴욕 시민들. 여러분 모두를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
“정말이지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너무 행복해. 나를 욕하는 사람들 없이 내 꿈을 좇고 아티스트로서 창작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야.”
이후 칸예 웨스트는 그의 어머니가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Only One>이라는 이름의 비디오 게임 트레일러를 공개했고, 아디다스와 함께 계속해서 이지 스니커즈를 만들 것이며,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선언도 했다고 한다. 또 에르메스(Hermè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는 말도 했다고 전해진다.
2016년 9월 7일 수요일, 뉴욕 루스벨트 아일랜드(Roosevelt Island)에서 칸예 웨스트의 이지 시즌 4 역시나 많은 패션 관계자와 셀러브리티가 참석하였는데, 해당 컬렉션은 퍼포먼스(Half-Performance art)와 런웨이(Half-Runway Show)가 혼재된 구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누드 톤의 속옷을 입은 스탠딩 모델과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로 분리되었다. (칸예 웨스트가 말했듯 다인종 여성으로 모두 캐스팅되었다) 여성복, 카모플라주 패턴의 아웃웨어, 이지 부스트 등 모두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머드, 올리브, 베이지 등 역시나 톤 다운된 컬러로 전체적인 무드를 이끌어 나갔다. (곳곳의 카모 패턴이 런웨이에 활력을 넣어주었다) 니 하이 부츠를 비롯하여 이지 부스트 350 V2의 두 가지 버전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지 시즌 4는 타이달(TIDAL)을 통해 독점 중계되었으며, 여타 매체에서 어반 디스토피아(Urban Dystopia)를 가져온 컬렉션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다. 뉴욕 컬렉션에서 공개된 이지 시즌 5는 '좀 더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옷'에 초점을 맞춰 기존의 뉴트럴 컬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블랙을 기본으로 레드, 블루 등 컬러를 사용했다. 해당 쇼는 30도를 웃도는 땡볕 속에 모델들을 혹사한 체 몇몇은 열사병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칸예 웨스트는 선데이 서비스 공연과 함께 새로운 이지 451 스니커를 공개한 데 이어 이지 시즌 8 컬렉션이 발표했다. 해당 시즌은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잘 드러난 쇼로 칸예의 와이���밍 라이프가 잘 담겼다. 컬렉션 의류의 90% 이상이 유기농 직물로 만들어진 것도 특징이었다. 크롭탑과 스웨트팬츠를 필두로 패딩 베스트, 얼굴을 가리는 후디 모델 등으로 구성됐다. 심플한 디자인의 샌들과 푸퍼 부츠와 같은 슈즈 라인도 눈에 띄었다. 또한, 칸예의 딸인 노스 웨스트(North West)가 런웨이에 올라 랩 퍼포먼스를 선보이며(영상 링크)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눈여겨볼 포인트였다. 더욱 다양한 프로젝트,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칸예 웨스트의 이지. 과연 다음 시즌을 계획하는 칸예의 머릿속은 어떨까.
(3) 이지 대란
새로운 차원의 스트리트웨어 시장을 목표로 하는 이지는 리셀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한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서 분석한 재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오프 화이트(Off-White™), 나이키, 슈프림(Supreme) 등을 제치고 첫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하나의 통계를 살펴보자. 매일 약 4만 켤레의 신발이 거래되는 이베이에서 리셀러들의 사랑을 받는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와 칸예 웨스트가 제작한 스니커의 판매량 수치를 공개했다. 이베이에 따르면, 한해 이지 스니커는 8만 4천 켤레가, 오프 화이트와 나이키가 협업한 스니커는 1만 9천 9백 켤레가 이베이에서 거래됐다. 칸예의 이지 스니커는 품귀 현상이 극심하기로 유명한 아블로 슈즈의 4배가 되는 판매량 수치를 기록했다. 이지의 제품 중에는 이지 부스트 350 V2, 700, 데저트 랫 500, 700 ‘모브’ 등이 높은 인기를 얻었다. 하루에 ‘이지’가 검색된 횟수는 약 2천 6백 회 정도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기습 드롭과 웨어하우스 세일도 스니커 헤드들이 이지 발매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신발들은 대부분 5분이 안 되어 품절된다. 새벽부터 구입를 준비한 구매자들은 각종 커뮤니티 라이브를 동시에 살펴보며 기약 없이 기다리기 일쑤다. 계속되는 드롭을 기다리며 13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버틴 이들의 생생한 일화를 온라인에서 접할 때면 이지의 영향력을 한없이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칸예의 이지 스니커는 가격 폭등 수순에 이른다. 그만큼 더욱 구하기 힘들어진 것. 칸예는 이러한 상황을 프로모션에 적절히 이용한다. 그는 이지 시리즈의 첫 퍼포먼스형 농구화인 '이지 퀀텀'의 발매와 함께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Follow God', 'Closed on Sunday'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한 트럭이 시카고 거리를 돌며 주민들에게 신발을 무료 나눔 했다. 이 소식이 도시 전역에 퍼지며 많은 사람이 차량을 뒤쫓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본래 취지는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으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신발과 교환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칸예의 이지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더했고 특유의 도발적인 홍보 덕분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파리에서 공개된 여섯 번째 이지 컬럭션에서는 런웨이 대신 쇼룸 전시를 택했다. 그는 평범한 카드 형태가 아닌 이지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컬러 양말을 쇼의 초대장으로 활용했다. 말 그대로 이지 대란. 이렇게 이지는 더욱 희귀해지고 특별해졌다.
리셀 가격이 어마어마한 이지이지만 본래 칸예는 자신이 만든 신발과 의류들의 대중화를 목표로 브랜드를 전개했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후디를 60달러에 판매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며 그 생각이 변함없음을 보여줬다.
(4) 시그니처 스타일
칸예의 이지는 스트리트 패션 신에 전례 없던 컬러웨이와 실루엣을 선도했다. 기존 신에서 주목되지 않았던 카멜, 올리브, 초콜릿 브라운, 블루 그레이, 크랜베리 등 비주류로 여겨지던 색감을 핵심 컬러로 삼은 것이다. 비교적 다채로운 컬러를 선보인 이지 시즌 3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품에 톤 다운된 컬러가 사용됐다. 이렇게 의류들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섬세한 컬러 팔레트는 이지 컬렉션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카모플라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아우터, 보디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여성복에 누드톤 컬러웨이를 사용하는 등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복잡한 문제의 답은 의외로 단순할 때가 많다.
칸예 웨스트는 풋웨어에도 의류와 동일한 색깔을 적용해 일관된 무드를 유지했다. 특히 밀리터리 스타일의 사막화 시대를 열었던 데저트 부츠 라인은 국내에서도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착용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셀럽들이 빈번하게 출몰하는 핫 스팟이나 스트리트 스냅에서 이지의 사막화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칸예는 제품에 패턴 사용과 프린팅은 최대한 자제하고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최대한 발휘하려 애썼다. 동시에 그만의 시크한 감성을 캐주얼한 화법으로 적용하려 했다. 이지의 등장으로 많은 브랜드들이 미니멀 디자인으로의 회귀에 발을 담갔고, 그중 유수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명품으로 일컫는 럭셔리 하우스들도 있었다. 감도 높은 패션 감각과 비교해 인정받지 못했던 칸예만의 디자인 오리지널리티가 드디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지는 여전히 스니커와 힙합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이지는 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에 더이상 스타 파워만을 앞세운 치기 어린 패션 브랜드가 아니게 됐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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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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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베트멍 (Part 2)
3. 베트멍(Vetements)
Part 1 (1) 포스트 마르지엘라의 탄생 (2) 러시아 디자인의 흐름 (3) 그 누구도 아닌 베트멍
Part 2 (4) 힙합 스타들이 사랑한 베트멍 (5)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템들 (6)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7) 뎀나 바잘리아가 남긴 유산
ARCHIVE: 베트멍 (Part 1)
(4) 힙합 스타들이 사랑한 베트멍
현재 패션계 뮤지션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중 힙합 아티스트들은 가공할만한 패션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패션 산업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양분한 ‘베트멍’은 그들의 레이더망에 선택된 브랜드다. 다양한 셀러브리티들이 베트멍의 옷을 입으며 패션 신에서 가장 뜨거운 브랜드로 떠올랐다. 패션에 대해 비교적 무던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고 독특해 보일 수도 있는 아이템들을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이들은 자연스럽다 못해 엣지있게 스타일링한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베트멍의 옷을 입은 스타들의 모습은 어떨까?
#1 리한나(Rihanna)
푸마(PUMA)와의 펜티(FENTY) 컬렉션 발표와 함께 "Work"로 빌보드까지 점령한 스타일 아이콘 리한나, 그녀는 베트멍의 15 가을, 겨울 컬렉션을 거의 통째로 자신의 옷장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를 비롯해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즐겨 착용했지만, 우먼 브랜드로 시작한 베트멍의 실루엣을 가장 잘 표현하는 아티스트는 단연 리한나다. 해당 시즌은 베트멍의 세 번째이자 최고의 전성기 시즌으로 평가되며, 높은 가격에도 극심한 품귀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리한나는 베트멍 후디를 레이스 스커트와 매치하며 독특한 믹스매치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패션을 정복하고 신진 디자이너에게도 관심을 가지며 항상 새로운 패션 영역을 탐구하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베트멍 제품은 마놀로 블라닉과 협업한 사이하이 부츠다.
#2 칸예 웨스트(Kanye West)
14 가을, 겨울 시즌 베트멍의 첫 번째 쇼에서 보여준 청바지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리바이스 빈티지 진을 조각내어 업-사이클링 기법으로 새로운 실루엣을 탄생시킨다. 독특한 밑단 처리로 큰 주목을 받으며 후에 이어질 대박 행진에 견인차 구실을 한다. 칸예 웨스트는 이 베트멍의 런웨이 쇼장을 찾아 화제가 됐다. 럭셔리 스트리트 스타일링을 선도한 장본인인 칸예는 이렇게 베트멍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그는 매년 쇼에 등장하며 브랜드와의 친분을 보여주었고, 데일리 룩에서도 그들의 제품을 자주 착용했다. 자신의 의류 브랜드 이지(YEEZY)의 첫 컬렉션이 베트멍과 비슷한 실루엣, 스타일링을 선보였다는 대중의 평가는 과연 우연일까?
#3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세 명의 디자이너로 시작한 베트멍은 초기 큰 상업적 반응을 기대한 브랜드가 아니었다. 바이어 혹은 대중들에게 조금은 어려워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현재의 베트멍은 패션계의 내로라하는 셀러브리티들이 마니아를 자처하고 있다. 그중 '스타일 루키'를 넘어 대세 반열에 오른 트래비스 스캇은 베트멍의 빅 팬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한 그는 이안 코너(Ian Conner)와 함께 젊은 패션 신의 우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칸예와 함께 베트멍의 쇼에 참석하며 많은 패션 관계자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 후 리얼 스트리트 룩에서도 베트멍의 제품이 빠지지 않으며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그가 착용하여 화제가 된 15 가을, 겨울 시즌 가죽 재킷은 엄청난 가격에도 완판되었다.
#4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빌리 아일리시는 평소 헐렁한 옷차림을 고수한다. 이는 남들이 자신의 몸을 평가하는 게 싫어서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옷을 칭찬하면서 노출이 많은 옷차림을 비난하는 것 또한 사회 통념에 어긋난 비난이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이런 빌리의 스타일링 철학에 베트멍은 매우 적합한 브랜드다. 온몸을 휘감는 실루엣에 널찍한 오버사이즈 제품들을 다양한 브랜드와 섞는 그녀의 스타일링은 독특하면서도 신선하다. 빌리 아일리시의 최애 아이템은 손을 다 가리는 후디와 봄버 재킷! 바지, 신발 모두 큼지막하게 연출하는 그녀의 코디네이션에 베트멍은 필수적인 비주얼 악센트 요소라 할 수 있다.
#5 지드래곤(G-DRAGON)
미국 보그(Vogue) 편집장 안나 윈투어(Anna Wintour)는 한 인터뷰에서 "트렌드는 더러운 단어예요."라고 말하며 '트렌드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만큼 시시각각 변하고, 복합적이며 다채로운 패션 신을 예로 든 것이다. 명실상부 스타일 아이콘 지드래곤(G-DRAGON)은 국내의 패션 유행을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을 넘어 해외까지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그의 눈에도 베트멍은 피해갈 수 없었다. 스트리트웨어는 물론이고, 에어비앤비(AIRBNB)와 함께한 광고 영상 속에서 베트멍의 제품을 풀착장하고 나오며 널리 브랜드를 알린다. 지드래곤뿐만 아니라 씨엘(CL), 산다라박 등의 아티스트들도 베트멍의 제품을 자주 착용하고 등장하며 국내 유행을 선도했다.
(5)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템들
패션 브랜드가 론칭 초기 명맥을 이어올 수 있는 건 시그니처 아이템의 존재 여부다. 브랜드를 상기할 때 떠오르는 제품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베트멍의 경우는 어떨까? 브랜드 고유 유산 중 가장 주목할만한 피스는 뭐가 있을까? 첫 번째로 이야기할 대표 아이템은 바로 밀레니얼 슈퍼스타부터 전설적인 디바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후디다. 패션계 지각 변동을 일으킨 베트멍의 후디 스타일은 독특한 실루엣의 오버 사이즈 세트업 디자인으로 많은 셀러브리티가 애용해왔다.
1930년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으로 처음 고안된 후디는 현재 편리함과 간결한 디자인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필수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베트멍은 이런 제품 본연의 의미를 경시하지 않는다. 2019년 12월 1일부터 2020년 4월 12일까지, 베트멍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더 후디(The Hoodie)> 전시에 참여해 후디의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 사회 정치적 기능을 조명했다. 또한, 챔피온(Champion)을 오마주한 후디 모델은 스트리트 신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베트멍은 후디에 다양한 슬로건을 입혀 구매욕을 자극했고, 스트리트 신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싸이하이 부츠도 베트멍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빼놓을 수 없다. 그나마 친숙하게 느껴지는 후디 스웨트셔츠와는 달리 2015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 처음 공개되며 새로운 디자인 흐름을 제시한 싸이하이 슈즈는 단연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허무는 해체주의 디자인의 옷들이 루즈한 핏을 만나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냈고, 여기에 에로티시즘이 가미된 독특한 패션 코드가 완성됐다.
무심하게 컷팅한 비대칭 밑단이 돋보이는 리바이스 데님 팬츠도 브랜드를 널리 알린 효자 제품군이다. 서로 다른 데님을 엮어 한 피스의 재킷과 팬츠를 완성해 묘한 느낌을 자아냈고, 리바이스의 레드 라벨을 살려 클래식함을 부각했다. 엉덩이 부분에 지퍼를 디자인하며 도발적인 디자인을 제시한 클리비지 진 또한 이슈를 몰고 오며 약 2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품절된다.
2016년 봄, 여름 시즌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DHL 티셔츠는 약 24만 원이란 발매가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베트멍이 아닌 DHL 라벨을 단 원래의 티셔츠 가격은 6천 원. DHL CEO, 켄 알렌(Ken Allen)은 한 인터뷰에서 베트멍으로 인해 DHL의 이미지가 새롭게 달라짐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온라인 쇼핑몰 리스트(LYST)는 일주일 만에 약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이트에 DHL을 검색한 사실을 알고 이를 유머러스하게 마케팅하기도 했다. 실제 DHL 택배 기사인 토니(Tony)를 납치해 그의 몸값으로 티셔츠 1천 장을 DHL 영국 본사에 요구한 것이다. 'No T-Shirt, No Tony'라는 협박 메일도 보냈다고.
신발로 눈을 돌려보자. 럭셔�� 브랜드부터 스포츠 브랜드까지 수많은 청키 스타일 슈즈를 홍보하던 2016년 즈음, 베트멍은 아웃소싱의 일환으로 리복(Reebok)을 파트너로 선택한다. 한국 남양주 팝업에서 처음 공개된 베트멍과 리복의 첫 콜라보 펌프 슈프림을 시작으로, 2017년 1월 인스타 펌프 퓨리가 발매되며 제2의 퓨리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얀색 갑피에 뎀나의 위트 있는 핸드 그라피티가 얹어져 많은 셀러브리티가 즐겨 착용했다.
베트멍은 이렇듯 제품군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2017년, 베트멍의 참가만으로 화제가 됐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칼하트(Carhartt), 리바이스,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등 총 18개의 브랜드와의 협업한 일은 그들의 관점을 잘 대변해주는 일화다. 10월경 선보일 컬렉션을 7월에 발표해야 해 촉박한 시간을 해결할 묘책이었다. "쿠튀리에가 되고 싶었다기보단 6월에 바이어가 예산을 가장 많이 쓰기 때문이다."라는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뎀나의 인터뷰 역시 화제가 됐다.
(6)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옷 이란 즐기는 것 그 자체죠."
뎀나의 베트멍 크루는 의복 본연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 컬렉션에 참여한 모두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해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그들의 장기인 패러디, 2차 창작이 활발히 성행한다. 스눕 독(Snoop Dogg)이 20년 전 투어 의상으로 만든 티셔츠를 그대로 재현해 판매한다든지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패딩을 연상케 하는 재킷, 에비앙(evian) 콜라보 물병을 제작해 판매했다.
이러한 패러디 문화는 2012년, 꼼데퍽다운을 시작으로 베트밈(Vetememes), 불렌시아가 등의 브랜드가 생기며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일명 ‘카피캣’으로 불린 아이템들이 하나둘 모여 현상이 되고, ‘부틀렉’이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부틀렉은 ‘해적판’을 의미하는 용어로, 원래는 뮤지션의 공연을 촬영해 만든 미디어 혹은 원작자의 동의 없이 공개된 오디오 기록물을 뜻했으나,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을 차용한 여러 아트워크의 의미로 지칭되며 단어의 범주가 넓어졌다.
베트멍의 창립자 뎀나 바잘리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멍을 대놓고 따라한 베트밈에 대해 "고소할 생각이 없다. 그들도 나처럼 재밌게 옷을 만들면 좋겠다."라며 부틀렉 문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뎀나는 복식에 대한 사회적 디자인을 풀어내며 새로운 베트멍의 DNA를 창조했다. 2017년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는 타이를 맨 대디부터 10대 펑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렸고, 모델 역시 연령, 인종, 체형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했다. 대부분 전문적인 모델이 아니라 베트멍 크루의 지인들이고 심지어 쇼 전날 밤 근처 술집에서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급하게 캐스팅하기도 했다. 또한, 일반인들의 신분증에서 차용한 가짜 신분증 초대장은 패션계의 특권성과 배타성을 풍자하며 각종 인종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으며, 비옷과 경찰복, 소방복과 같은 유니폼으로 하이앤드 패션계를 비웃기도 했다.
중국 레스토랑, 게이 클럽,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는 런웨이도 베트멍만의 볼거리다. 어떠한 의미를 담아 장소를 선정했냐는 질문에 "대여 비용이 저렴하고, 쇼를 하기 쉬웠기 때문."이라는 뎀나의 답변은 대중에게 '안티' 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국내에서 이슈가 됐던 세계 최초의 '오피셜 페이크 캡슐 컬렉션'은 팬들의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컬렉션의 장소는 다름 아니라 서울로 이날 출시된 한정판 제품들은 사실 한국의 카피 문화를 풍자하기 위함이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트멍의 카피 제품을 구매한 뒤 재해석해 재판매하는 개러지 세일(Garage Sale)이었던 것. 런던의 럭셔리 온라인 샵 매치스패션(Machesfashion)이 함께한 이벤트에 많은 인파가 몰렸고, 지방에 거주하는 구매자들은 SNS상으로 대리 구매까지 요청하며 또 하나의 ‘창조 경제’를 만들어내는 웃지 못할 상황도 일어났다.
메이저 매거진 및 셀러브리티들은 이벤트 시작 전 개러지 세일 준비 실황을 SNS에 올리며 구매자들을 더욱 기대하게 하였다. 약속된 시간이 다다르며 그 현장이 공개되었고 이벤트가 종료된 뒤 인터넷은 각기 다른 그룹으로 나뉘어 설전이 오갔다. 이들의 주된 내용은 정치 문제도 아니요, 연예인의 가십도 아니었다. 바로 베트멍의 개러지 세일이 그 이유였다.
해당 캡슐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의 컬렉션의 특징을 모아 베트멍의 상징적인 피스를 새롭게 해석한 라인이었다. 베트멍의 가품에 영감을 얻은 브랜드 측이 가품이 많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을 선택해 그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베트멍을 경험해주게 하고 싶다는 취지이다. 즉 개러지 세일이라고 해서 기존 제품을 할인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정가에 공개되는 형식이다. 새롭게 공개된 리복 운동화와 두 번째 사진집 ‘썸머 캠프(SUMMER CAMP)’를 비롯해 대표 아이템 레인 코트와 두 가지 종류의 로고 후드, 데님 팬츠, 메탈리카 반팔 티셔츠, 라이터 삭스 부츠, 두 가지 종류의 볼 캡까지 총 10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되었다.
뎀나 바잘리아는 "한국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카피가 많은 나라 중 하나인데, 베트멍의 제품을 신선하게 재해석한 작품들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베트멍의 카피 제품을 응용한 새로운 캡슐 컬렉션을 만들기로 했다."며 이날 행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오피셜 페이크'를 둘러싼 대중의 뜨거운 논쟁도 뎀나가 말하는 패션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7) 뎀나 바잘리아가 남긴 유산
뎀나 바잘리아는 흔치 않은 디자이너이다. 패션계의 파격적인 영웅 중 한 사람인 동시에 패션계를 비꼬고, 뒤흔든다. 그는 지난 10년간 기존 관습을 타파하는 베트멍의 디자이너로 특유의 반항적인 에너지를 모두가 열망하는 건설적인 영향력으로 전환해왔다.
그리고 2019년, 뎀나는 베트멍의 수석 디자이너직을 내려놓는다. 브랜드 디자이너로서의 소명을 다했다는 것이 사임의 이유다. <WWD>의 보도에 따르면 뎀나는 베트멍을 떠나 새로운 벤처를 계획 중이다. 그의 동생이자 CEO인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는 베트멍의 가치를 유지하고,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 임을 밝혔다.
"패션이 지루하다고 느껴 베트멍을 시작했습니다. 베트멍이 등장하고 패션 신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새로운 포문이 열렸죠. 나는 개념주의자로서, 또 디자인 혁신가로서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베트멍은 브랜드 스스로 더 창조적인 유산을 낳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요."
"내가 계속 갖고 있던 불안감을 지웠어요. 뭔가 증명해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거였죠. 늘 '그렇게 이기적이면 안 돼'라고 생각했거든요. 브랜드와 팀, 다른 이들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금의 나는 몇 년 전과는 다른 디자이너입니다. 더는 세상의 어두운 면만 보지는 않죠."
베트멍은 불안에 가득 찬, 정착하지 못하는 젊은이의 프로젝트였다. 그게 바로 빠른 성장의 요인이자 어필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뎀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불안에 가득 찬 젊은이로 느끼지 않는다. "브랜드 이름을 베트멍이라고 지었죠. 내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요. 디자이너가 되어가는 과정에 진행한 프로젝트로 여겼거든요." 성공은 그의 허를 찔렀다.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이 잔인하고 가차 없는 업계에서 말이죠. 만약 알았더라면 더 빨리 시작했을 텐데요."
그는 스트리트 스타일을 따르기보다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도시의 과시욕을 충족시켰고 길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이 옷을 입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지 않는 대신 아리송하고 사적인 요소를 차용했다.
뎀나 바잘리아의 인류학적 관찰과 패션 산업에 대한 모순적 감정의 결합은 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역설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그는 독창적이고 우아하며,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전위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일상의 평범한 시각에 기반해 작업하는 디자이너다. 지난 베트멍이 걸어온 발자취는 업계에서 독보적인 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리고 베트멍은 2021년 가을, 겨울 시즌 베트멍이 디지털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새로운 컬렉션으로 돌아왔다. 공개한 룩북에는 베트멍의 역대 최대 규모인 165개의 룩이 실렸다. 어마어마한 수량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강조된 오버피트의 재킷부터 특유의 재치 넘치는 슬로건이 담긴 티셔츠, 하이브리드 패널 오버코트, 과감한 크롭 셔츠 등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였다. 베트멍은 앞으로도 외부 투자 없이 독립된 자본력으로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각계각층에서 투자 제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그 어떤 제안도 받아들일 계획이 없다고 한다. 꼼데가르송이 그들이 그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범지구적으로 우울한 시기지만 그럼에도 뎀나 바잘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래를 꿈꾸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 "옛날에는 절망의 순간이나 삶이 잔인할 때가 가장 창의적인 시기라고 여기곤 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세상의 밝은 면을 발견했고 나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볼 때 생산성이 10배는 더 늘어나죠."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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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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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베트멍 (Part 1)
3. 베트멍(Vetements)
Part 1 (1) 포스트 마르지엘라의 탄생 (2) 러시아 디자인의 흐름 (3) 그 누구도 아닌 베트멍
Part 2 (4) 힙합 스타들이 사랑한 베트멍 (5)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템들 (6)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7) 뎀나 바잘리아가 남긴 유산
(1) 포스트 마르지엘라의 탄생
“패션은 돌고 돈다"라는 패션 전언은 현재, 신에 농도 있게 물들어 있다. 뉴키즈 디자이너 브랜드(예로 오프 화이트(Off-White™), 발렌시아가(Balenciaga), 후드 바이 에어(Hood by Air) 그리고 지금 소개될 베트멍(Vetements)까지)들은 16 가을, 겨울 시즌을 시작으로 롱 앤 린(LONG & LEAN) 시대를 열었다. 런웨이뿐만 아니라 스트리트웨어로 눈을 돌려보자. 자신의 체형에 곱절은 돼 보이는 큰 후디에 팔을 온통 뒤 감는 재킷까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딱 맞기는커녕 점점 작아지기까지 했던 ‘사이즈’라는 녀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버사이즈의 시대가 온 것이다.
‘베트멍’은 단순한 팬덤이 아닌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매우 과감하면서도 당당하게 ‘내 방식대로 보라’고 말하는 듯한 바잘리아의 자신감 넘치는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지 않는 대신 아리송하고 사적인 요소를 차용했다.
이 집단의 우두머리 중 한 명인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가 말하는 브랜드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그대로다. 베트멍은 메종 마르지엘라(Masion Margiela), 셀린(Celine), 발렌시아가에서 일했던 디자이너들의 크루이자 레이블이다. 헤드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는 ‘실용적인 힙(Wearable Hip)’을 강조하며 다른 하우스와의 차이점을 주장한다. 해체와 재조합, 그리고 전위성에 얹어지는 독창성은 베트멍의 최대 장점이다. "여러분이 입고 싶어 하는 약간 쇼킹한 옷입니다."라고 말하는 뎀나는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로도 임명되며 여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지아 출신의 뎀나 바잘리아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했다. 참고로 이 학교는 세계 3대 패션스쿨로 손꼽히는 명문이고,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을 배출했다.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앤트워프에서 졸업한 뎀나는 독창적인 디자인 성향이 짙다. 그의 미적 상징은 몸을 집어삼키는 듯한 실루엣이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영향을 받은 이러한 특성은 베트멍에서도, 정체성이 확실한 패션 하우스 발렌시아가 컬렉션에서도 발견된다. 바잘리아는 '무엇을 입느냐'가 곧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고, 개인의 태도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의류가 유니폼인 것도 이러한 가치관에서 비롯된 취향 중 하나다.
엄밀히 말하자면 '마르지엘라의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불과 몇 년 전의 베트멍을 하우스 시절부터 조우하던 동료들과 '파리 패션위크의 주역'으로 완성했다. 그들의 패기, 불균형, 리폼. 해체주의는 베트멍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90년대 시대상과 음산한 언더그라운드 정신에 세련된 부르주아의 취향이 가미되고, 여기에 에로티시즘을 믹스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베트멍의 패션 코드는 많은 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베트멍과 뎀나 바잘리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은 로타 볼코바(Lotta Volkova)다. 베트멍, 발렌시아가, 고샤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는 그녀의 스타일링을 거친 의상들은 쿨하다. 거북목을 의심케 하는 구부정한 자세�� 반듯하게 자른 쇼트 헤어는 롤타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다. 그녀는 베트멍의 오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이템 믹스매치부터 개성 있는 모델 캐스팅까지, 베트멍은 볼코바의 손길로 비로소 완성된다.
패션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베트멍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패션 쳇바퀴의 중심에 그들이 있다. 디올(Dior)이 이룩했던 ‘마른 남자 전성시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지, 아니면 조금은 더디게 베트멍의 전성기가 계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실패는 아직 요원한 듯 보인다.
(2) 러시아 디자인의 흐름
일반적인 신체 사이즈보다 큰 실루엣의 의류들, 파격적인 색 조화, 그리고 촌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일명 ‘못생긴 패션’이 변화했다. 베트멍은 오버 사이즈 너드룩에 트렌디 함을 섞은 대표적 브랜드다.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을 만든다는 것은 관련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있어 유의미하다. 베트멍 크루는 기존의 고정관념, 젠더, 나이, 권위 모든 것을 파괴했다. 새로운 디자인의 결합, 최신의 해체주의를 선사했다. 그들이 손댄 옷들은 힙하면서도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베트멍의 디자인 현상은 한때 큰 유행으로 자리 잡은 놈코어 스타일에 큰 영향을 끼쳤고, 고샤 루브친스키로 대표되는 러시아 디자인 흐름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의 발렌시아가(Balenciaga)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구소련 붕괴의 격동기를 겪은 포스트 페레스트로이카 세대인 1990년대 소비에트 키즈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패션을 뜻하는 포스트소비에틱 패션이 스트리트 신을 강타했다. 소비에트 연방 몰락기에 성장한 예술가들이 모스크바 언더그라운드 아트 신을 넘어 반란의 패션 코드들로 스타일 혁명을 이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장기 집권으로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피해 독일 등 해외로 이주하는 러시아인이 매년 증가하게 되었고, 러시아 예술이 세계 곳곳에서 꽃피기 시작한다. 대중문화계의 '제2의 러시아 혁명'으로 불릴 만큼 패션을 중심으로 한 문화 전반에 러시아 무드가 짙게 깔리며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러시아를 전면에 들어낸 공격적 마케팅의 고샤 루브친스키(그는 베트멍 런웨이에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와 캐주얼과 하이패션을 넘나드는 베트멍부터 떠오르는 신예 디자이너 안드레이 아티요모프(Andrey Artyomov)까지. 그들은 자유와 일탈을 추종하고 비주류 문화를 흡수하여 재창조하는 시대적 기제를 바탕으로, 억눌려있던 자아를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폭발시키며 스스럼없이 표현해내기 시작했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러시아 유스컬처를 핵심 가치로 삼고, 베트멍은 ‘가족과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컬렉션을 전개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러시아 디자인은 억압적인 정치 상황을 겪어야 했던 젊은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상징합니다. 자신들의 생각을 말할 수 없었고, 진정한 자유는 없었던 시절의 아픔과 번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뎀나는 바쁘게 자기 일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교외의 젊은이들에 매료됐다. 1985년부터 1990년까지, 고르바초프 시대에서 가져온 풍부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소비에트 동구권 스타일을 정립했다. 소련 붕괴 이후의 시선으로 해석된 고급 스트리트웨어와 80~90년대를 목격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리얼리즘' 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포스트 페레스트로이카’ 세대로 불리는 블라디보스토크 출신 아티스트, 로타 볼코바 또한 공산주의 추억과 새로운 서양 문화의 흥분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의 터치로 스타일링 되는 옷들은 기묘하면서도 쿨하다. 뉴욕 패션 위크 브이파일즈(VFILES) 쇼에 등장한 티그란 아베티스얀(Tigran Avetisyan), 다샤 셀랴노바(Dasha Selyanova) 역시 동시대 러시아 패션을 알리고 있다. 일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핼무트랭(Helmut Lang), 라프 시몬스(Raf Simons) 등이 냉전 시대를 상징하는 밀리터리 모티브를 차용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의 단면이다.
2017년 가시화된 러시안 패션 풍향은 러시아와 조지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를 포함하는 구소비에트 공화국 출신의 창의적인 젊은 세대를 가리키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집단적 기억과 구소련의 다층적 역사와 문화를 파고든다. 이런 경향은 이 지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는 디자이너들의 통과의례가 됐다.
"그곳은 수십 년 동안 극도로 규제받던 사회였습니다." 뎀나의 베트멍은 허가받은 사회주의 패션에서부터 진보적 경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컬렉션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페레스트로이카의 격동기. 패션과 거리가 먼 개념들이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됐다. 인기 절정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는 당시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영감을 얻은 권위적인 아이템의 해체, 미국적 발상의 재해석이 뿌리에 자리하고 있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러시아 디자인의 에너지는 다문화 국가 예술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3) 그 누구도 아닌 베트멍
긴 소매와 미식축구 선수 같은 어깨선,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넓은 바지통은 모두 최근 젊은 패셔니스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프랑스 디자이너 라벨 베트멍의 시그니쳐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롱앤린 실루엣이 스트리트를 점령했다. 특유의 개성 어린 디자인은 힙스터의 구매욕을 자극했고, 그렇게 베트멍은 스트리트 패션에 없어서는 안 될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뎀나는 사람들이 옷을 입을 때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해서나 어떤 태도를 보이기 위해 또는 실용성을 위해 등, 옷 입는 방식의 근본적 이유를 작업에 투영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들은 타당한 이유를 갖고 제작되는 옷에 강력한 힘을 싣는다. 오버 사이즈 가죽 재킷과 두 벌을 재단해 만든 빈티지 리바이스(Levi's) 진은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베트멍의 런웨이 역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이 새롭다. 독창적 감각이 제시하는 훌륭한 실루엣과 균형 있는 미장센을 자랑한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열린 베트멍 쇼는 컵에 담긴 탄산음료, 프렌치프라이 냄새가 배어든 테이블 사이로 모델들이 종횡무진으로 활약한다. "베트멍은 베트멍이지!"라는 감탄을 끌어 내기 충분하다. 콘돔 초대장은 그들의 짓궂은 기발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다른 비율, 다른 태도로요. 레퍼런스가 어디서 왔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너무도 분명하고 어디서 왔는지 모두 이미 알고 있는." "우리는 그냥 실생활에 맞게 다양하게 입을 옷을 만들 뿐이죠. 마르지엘라와 다른 게 그거예요."
베트멍은 도전적인 디자인을 계획하며 바이어도 쇼룸도 계획이 없었다. 단지 주말에 옷을 마음에 들어 하는 친구들에게 만들어주는 정도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뎀나의 동생, 형제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가 비즈니스를 담당하기 위해 합류하면서 정식으로 옷을 선보였고, 그들의 옷을 사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옷을 입는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얻기 위해 옷을 입는 거예요.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그 태도와 우리 옷이 일치하기 때문에 베트멍을 입는 거라고 봐요."
베트멍은 뎀나 그리고 두 명의 여자 디자이너 이렇게 세 명으로 출발했다. 취향, 흥미, 옷에 대해 좋아하는 점을 공유하며 함께 작업했고, 팀의 인턴 역시 브레인스토밍과 디자인 과정에 똑같이 참여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했다. 뎀나는 한 매체에서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자 의견을 낸 다음 누구의 아이디어가 더 나은가를 민주적으로 결정한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평범한 셔츠나 아우터를 비대칭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실루엣으로 선보인 의류들은 단숨에 바이어와 셀러브리티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14년 한 아트 갤러리에서 처음 판매된 베트멍 스물다섯 피스는, 전 세계 40여 곳의 바이어에게 팔려나갔다. 같은 해 선보인 두 번째 컬렉션이 세계적인 패션 포털 사이트 스타일닷컴(Style.com)에 소개되며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뎀나 바잘리아가 본격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한 건 2015년의 일이다. 그가 이끄는 베트멍은 리바이스, 꼼데가르송 셔츠(Comme des Garcons Shirts), 쥬시 쿠튀르(Juicy Couture),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등 기성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을 펼치며 새로운 방식의 브랜딩을 선보였다. 베트멍의 단기 임팩트는 전 세계 패션 역사에서도 꼽힐 만큼 강렬했고,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옷은 베트멍이라서, 그리고 지극히 베트멍스러워서 대중의 무릎을 치게 한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베트멍의 독창적 감각은 여전히 건재하며 배타적이고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걸 추구하는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와는 다르다는 그들의 지향점은 여전히 매력적임이 분명하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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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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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오프 화이트 (Part 2)
2. 오프 화이트(Off-White™)
Part 1 (1) 패션 신의 화두 버질 아블로는 누구인가? (2) 독립 레이블로서의 성장 (3) 버질 아블로 x 나이키 더 텐의 나비효과
Part 2 (4) 스트리트 패션 신의 또 다른 주역 (5) 오프 화이트를 둘러싼 논란 (6) 오프 화이트와 대중 문화 (7) 그들만의 환상 특급 시리즈: 오프 화이트가 가져올 미래 현상
ARCHIVE: 오프 화이트 (Part 1)
(4) 스트리트 패션 신의 또 다른 주역
버질 아블로의 폭넓은 인적 인프라는 그의 성공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아블로의 친구이자 뮤즈이기도 하며, 비즈니스 파트너인 칸예 웨스트는 아블로를 떠올릴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또한, 스타일 아이콘 에이셉 라키(A$AP Rocky)를 비롯해 디자이너 겸 스타일리스트 이안 코너(Ian Connor), 루카 사바트(Luka Sabbat), 신성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와도 끊임없는 문화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아블로는 최고의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하다(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된 <디자인붐>이 선정한 2019년 커뮤니케이터로 오프 화이트와 버질 아블로가 선정됐다). 아블로는 자신의 SNS 혹은 런웨이, 컬렉션 쇼 장에 이들을 적극 참여시켰다. 문화예술계의 방대한 인맥은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봄, 여름 루이비통 컬렉션에서 두드러졌다. 프런트에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미겔(Miguel), 스켑타(Skepta), 스웨 리(Swae Lee)와 같은 힙합 뮤지션부터 모델 지지 하디드(Gigi Hadid), 카르셰 트란(Karrueche Tran), 농구 선수 러셀 웨스트브룩(Russell Westbrook) 등 다양한 분야의 셀러브리티들이 자리를 채웠다. 또한 런웨이 쇼에는 영국 팝가수 데브 하인즈(Dev Hynes), 아스널 소속 축구 선수 엑토르 베예린(Hector Bellerin), 한국 아이돌 그룹 위너(WINNER)의 멤버 송민호 등이 모델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스트리트 패션 아이콘인 셀러브리티들이 착용한 버질 아블로와 오프 화이트 제품들은 대중의 관심을 단번에 받았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마케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스트리트 보이들은 그것에 열광했다. 오프 화이트는 자연스레 스트리트 신의 새로운 활력이 됐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 브랜드와 같이 호흡한 것이 성공에 결정적인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리스트(Lyst)가 주관하는 순위 시스템, 리스트 인덱스(Lyst Index)는 2019년 4분기, 가장 핫한 브랜드로 오프 화이트를 선정했다. 오프 화이트는 2분기에 2위, 3분기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또다시 정상의 자리에 이름을 새겼다. 구찌, 발렌시아가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는 현재 스트리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영역의 주된 소비층이자 대다수를 일컫는 대중이라는 단어는 신에 편입되어 잘 찾아볼 수 없는 정의가 되었다. 베트멍(Vetements)에서부터 오프 화이트, 최근의 어 콜드 월(A-COLD-WALL*)까지. 브랜드 전반에 깔린 스트리트 무드는 사업적 성공의 필요조건으로 보였다. 이렇게 우리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하이앤드 디자이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호해지며 좀 더 다양한 의류를 조금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있다.
과거부터 메인 스트림을 꽉 쥔 슈프림, 팔라스(PALACE), 반스(Vans)와 같은 컬처 브랜드들은 길거리 스타일의 지표가 되었지만, 오프 화이트는 트렌디함과 하이앤드 마케팅으로 이들과는 결이 다른 브랜딩을 전개한다. 동시에 고리타분한 럭셔리 하우스의 반대급부로 여태껏 전혀 볼 수 없는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 레이블이 지켜야 할 숭고한 미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부수고 덧입히며 다른 것을 보탰다. 여기저기 낙서 된 옷들, 아무렇지 않게 매듭지어진 케이블 타이, 무성의한 실루엣. 그렇게 그가 손댄 모든 것은 스트리트 스타일의 표본이 되었으며 패션 뉴키즈들의 멋으로 자리 잡았다. 오프 화이트 부츠에 새겨진 'FOR WALKING' 텍스트는 그의 직설적인 디자인 철학을 대변한다.
뿌리박힌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작업을 통해 환기하며, 이를 다시 혼합해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버질 아블로의 스트리트화 작업이다.
(5) 오프 화이트를 둘러싼 논란
스트리트를 감각 있게 주입한 아블로의 옷은 패션 신의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에 의구심을 품는 이도 적지 않다. 그만의 디자인이 없다는 것이 그중 가장 큰 이유다. 해체에 기반을 둔 재해석, 무드의 융합과 같은 장치적 아름다움보다 아블로식 디자인 웨어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디올(Dior)부터 최근의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그리고 현재의 프라다(Prada)를 이끄는 스타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는 “버질 아블로는 스윗하죠. 그러나 그만의 디자인은 없습니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거장 디자이너이자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등과 함께 앤트워프 식스의 멤버로 활동한 월터 반 베이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 역시 버질 아블로를 강력히 비판했다.
"카피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야. 패션의 일부분이지.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섰어. 매우 충격적이야." 이어 그는 "버질 아블로는 디자이너가 아니야. 그는 자기만의 언어도, 비전도 없어. 어떤 것을 재해석하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 그냥 창피한 수준이야. 그렇지만 아블로는 많은 돈을 받겠지."
사실 오프 화이트를 둘러싼 논란은 로고 표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다. 패션계 고발을 위한 SNS 계정으로 자신들을 표현하는 다이어트 프라다는 아블로, 오프 화이트와 긴 악연을 그린다. 해당 계정에서 밝힌 내용은 오프 화이트의 방사형 화살표 문양이 1965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에서 사용된 것으로 전 세계의 도로 표지판 디자인의 기초를 닦은 '키니어 칼버트 디자인 조합(Kinneir Calvert Associates)'이 처음 고안했다고 한다. 오프 화이트의 상징 중 하나인 줄무늬 디자인 형식까지 모두 이것에 포함된다. 위 내용은 <로고 모더니즘>이란 서적에 설명되어 있는데, 아블로의 사무실 사진에 바로 이 책이 놓여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을 보탤 근거이기도 했다. 로고는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장치라는 점에서 그리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
또한, 2019 가을, 겨울 파리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 컬렉션이 나이지리아 브랜드 컬러스(Colrs)와의 표절 논란이 일며 문제가 더욱 증폭됐다. 노란색 옷에 그라피티 디자인을 한 것이 표절 제기의 이유였다. 다이어트 프라다는 19 가을, 겨울 오프 화이트 컬렉션이 나이지리아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컬러스의 쇼와 매우 흡사하다고 알렸다. 이에 아블로는 노란색 천에 낙서하는 것은 아주 평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발상이라며 부정적인 면만을 보려고 하는 비판 세태에 대해 오히려 비난했다. "다이어트 프라다는 매우 좋은 콘셉트의 계정이지만, 디자인은 때때로 우연의 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보충했다.
“노란색 바탕의 천 위에 낙서 패턴 같은 건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거잖아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기운에 더 쏠리는 경향이 있어요. 간단해요. ‘이거 표절인가?’의 간단한 의혹을 시작으로 이것에 꼬리를 무는 무수한 부정적인 추측이 가능하죠. 책상에 앉아 손가락으로 뭔가 지적하는 건 진짜 쉬운 일이에요. 그리고 SNS는 어떤 실체보다 그것을 더 크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고요.”
그를 비판하는 이유 대부분은 독창성의 결여이다. 이에 아블로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기도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다른 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이죠. 디자인이란 얘기할 가치가 있는 것 모든 것에 관한 것입니다. 제 아이디어가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의 궁극적 목표는 '어떤 것을 어떻게 강조하고 부각할 것이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협력을 하는 것이기도 하죠. 레퍼런스는 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후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는 2019년 10월, 오프 화이트의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일각에 따르면 표절 논란이 있었던 기존의 방사형 로고와 불거진 상표 침해 혐의를 의식했던 탓일까? 전과는 다른 새로운 그래픽 이미지가 첨가된 브랜딩을 선보였다. 손 모양과 얼굴 실루엣 그래픽에 'Off', 'White' 문자를 결합했다. 해당 시그니처는 20년 봄 컬렉션부터 사용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런 논란들은 잘나가는 영 디자이너의 숙명일까 아니면 분야의 창작성을 지키려는 이들의 올바른 문제 제기일까? 표절과 2차 창작의 대립 속, 그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 그에게 따라다니는 표절 디자이너란 꼬리표는 떼는 것이 아블로의 마지막 과제가 아닐까.
(6) 오프 화이트, 버질 아블로 그리고 대중문화
오프 화이트는 패션 브랜드가 의류에 주목하는 것에 반해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디렉터 버질 아블로는 그의 창조성을 문화계에서 다양하게 구현한다. 과거 그의 취미 중 하나였던 음악 듣기와 DJ 활동은 오프 화이트의 모든 작업의 기저에 존재한다. 컬렉션, 팝업 스토어, 프로모션 이벤트에는 그가 고심해서 고른 DJ 세트 리스트가 매번 자리한다.
아블로는 의류 레이블의 고리타분한 컬렉션 런웨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몸소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오프 화이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목적성을 아트 전시와 다양한 오브제로 표현한다. 그렇게 우리는 옷과 함께 그가 생각하는 미지의 세계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더 나아가 각자의 세계관에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대중문화의 발전에 있어 크나큰 힘이 될 수 있다.
귀한 보석이 아닌 흔하게 볼 수 있는 금속으로 만든 오프 화이트 주얼리는 단연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고 의자, 테이블, 아크릴 페인트까지 다양한 액세서리 군의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특히 아블로는 이케아(IKEA)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가구 디자인 영역에도 본격 진출했다. 명품 가구 브랜드로 꼽히는 비트라(VITRA)와의 콜라보 작업 역시 큰 화제가 됐다. 더불어 아블로는 베니스 아트 비엔날레에서 릭 오웬스(Rick Ownes), 미카엘 래미(Michele Lamy)를 포함한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황동 의자와 램프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시그니처 색상인 오렌지를 기반으로 디자인한 가구를 공개한 것. 아블로는 대학 시절 풋볼을 즐겼는데, 오프 화이트를 통해 풋볼화, 마운틴 클리츠(MOUNTAIN CEATS)를 발매하기도 했다. 아디다스 프레데터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레트로한 감성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2019년 시카고 현대 미술관에서 열린 버질 아블로의 <피겨스 오브 스피치>를 통해 그와 오프 화이트가 나아가고자 하는 바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혁신을 담은 오프 화이트의 브랜드 히스토리, 그가 그래픽 및 가구 디자이너로서 제작한 대표 작품, 그리고 새로운 루이비통 컬렉션 및 미공개 협업 등이 포함됐다.
오프 화이트는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과 협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한국 회사와의 첫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아이템(시트 마스크, 톤업 쿠션, 립밤)과 오프 화이트의 패션 아이템(패션 마스크, 마스크 스트랩, 프로텍션 컨테이너)으로 구성됐다. 코로나19 사태에 대두되는 '보호'의 가치를 담았다.
일렉트로닉 음악 디제이 블랙커피(DJ Black Coffee)가 설립한 남아공 예술 학교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기도 한 아블로. 과연 그와 오프 화이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옷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대의 일류 창작자 중 한 명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는 그들의 행보가 여전히 기대된다.
(7) 그들만의 환상 특급 시리즈 : 오프 화이트가 가져올 미래 현상
패션은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놓은 걸 사람들이 원하게 만드는 일이다. 버질 아블로는 다채로운 퍼포먼스 자체를 패션으로 만들었고 오프 화이트를 정상의 자리로 올렸다. 이건 기존의 고급 패션에 대한 농담이다. ‘유행이란 게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겨냥하고 있다. 새로운 자극을 열망하던 사람들은 칸예 웨스트의 패션 컨설턴트라는 사람이 갑자기 내놓은, 자기가 입고 있는 패션조차 놀림거리로 만드는 과장된 위트를 보고 열광했고 거기에 동참했다. 이 냉소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 역설은, 펑크 패션과 같은 기존의 스트리트 문화와 달리 철저하게 계획되고 설계된 것이다. 아블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정규 교육을 받은 훈련된 사람으로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그 안에서 혁명적인 걸 내놓으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덕분에 컬트 팬들이 생겨났고 파리의 콜레트나 도쿄의 GR8 같은 편집숍에서 그의 제품을 구비해놓게 되었다. 패션에 대한 자조 섞인 이 유머는 이후 본격적인 트렌드가 되었고 발렌시아가의 더러운 스니커즈, 구찌의 낙서가 갈겨진 티셔츠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패션 신은 스트리트 패션이 럭셔리 패션을 장악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후드 바이 에어의 쉐인 올리버(Shane Oliver)는 헬무트 랭(Helmut Lang)의 수장이 되었고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는 발렌시아가의 디렉터를 역임했다. 버질 아블로와 오프 화이트 역시 그 중심에 당당히 자리했다. 과거에는 상류층의 하이 패션과 워크웨어 및 스트리트웨어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지만 양극단에 있던 이 옷들을 경제 성장 속에서 자연스레 섞이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워크웨어와 스트리트웨어의 다양한 버전을 입게 되었다.
버질 아블로는 기존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가진 새로운 하이 패션을 선보이려고 노력했고, 오프 화이트로 비로소 성공했다. 매출이나 인지도가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LVMH 프라이즈>의 후보에 오르며 패션계에서도 본격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애초부터 버질 아블로는 단순한 티셔츠 장사나 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캔버스를 그렸고, 야망에 가득 찬 목표 또한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유럽의 디자이너 하우스를 맡고 싶다는 야심을 숨기지도 않았다. 아블로가 이끌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는 패션계에 만연한 엘리트주의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이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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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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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오프 화이트 (Part 1)
2. 오프 화이트(Off-White™)
Part 1 (1) 패션 신의 화두 버질 아블로는 누구인가? (2) 독립 레이블로서의 성장 (3) 버질 아블로 x 나이키 더 텐의 나비효과
Part 2 (4) 스트리트 패션 신의 또 다른 주역 (5) 오프 화이트를 둘러싼 논란 (6) 오프 화이트와 대중 문화 (7) 그들만의 환상 특급 시리즈: 오프 화이트가 가져올 미래 현상
(1) 패션 신의 화두 버질 아블로는 누구인가?
세상을 살다 보면 자기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길 때가 종종 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파이렉스(PYREX) 23이 스트리트 신에서 급물살을 탔을 적, 이 브랜드의 가치를 하나의 이벤트로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그 헤드 디자이너는 불과 몇 해를 넘기지 않고 최고의 패션 하우스 중 하나로 꼽히는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디렉터가 되었다. 거대 패션 레이블 입성이 곧 성공의 척도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의 패션 커리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니, 놀랍고 독보적이며 기이하기까지 하다. 나는 나의 실수를 꾸짖으며 위험한 신념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한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쌓여 승리할 힘이 된다고 했던가. '승리의 경험치'를 위해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성공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사람인지.
'옷 입기'와 '옷 만들기' 사이에는 만만치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제품 제작에는 전문성이 필요할뿐더러 많은 경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패션 디자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이수해야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한다. 하지만 아블로는 그러한 의견에 철저히 반대되는 삶을 살았다. 토목 공학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 단순히 옷 입기를 좋아하고 잡지를 즐겨보며 보드를 탔던 그. 어찌 보면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생활이었다. (*TMI 버질 아블로는 평소에 꽃꽂이를 즐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더 들면 시골에서 꽃집을 운영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버질 아블로는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 선수 생활을 했던 고장, 시카고 출신이다. 자연스레 그는 스니커와 힙합, 그라피티 등의 스트리트 문화 속에서 90년대를 보냈고, 당시의 문화적 경험이 지금의 그와 오프 화이트를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취미 생활의 일부였던 옷과 서브 컬처는 그래픽 티셔츠 제작으로 번진다. 그리고 장난과 재미라는 가벼운 명목하에 산업에 발을 들인 그는 2009년 팬디(FENDI)의 인턴 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여기서 본인 나름의 시스템을 하나둘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아블로가 루이비통 남성복 책임자로 취임 시, 브랜드의 책임자였던 마이클 버크(Michael Burke)가 이때의 펜디 CEO다. 그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셀러브리티와의 관계를 이어오던 아블로는 펜디 인턴 동기인 칸예 웨스트(Kanye West)란 귀인을 만나며 행보의 큰 변화를 맞이한다. 칸예 웨스트가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돈다(DONDA)의 디렉터로 선임돼 활동하게 된 것. 아블로는 조 페레스(Joe Perez)가 속한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칸예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Yeezus] 앨범 커버 디자인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음악계의 중요한 앨범들을 다수 작업했다(그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활동했는데, 대표작으로는 팝 스모크(Pop Smoke)의 "Shake The Room"이 있다)..
아블로가 만든 옷을 입은 칸예는 어느 프로젝트보다 강력한 프로모션 효과를 보였다. 둘의 만남은 일대일의 수학적 함수 관계를 넘어서는 그 이상으로 확장됐다. 틀을 깨부수고 변주를 가하는 그의 옷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최근에는 패션을 넘어 다양한 예술 활동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와 함께한 도쿄 개인전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아블로의 첫 결과물은 무게감을 뺀 그래픽 티셔츠였다. 후에 그의 이름을 알린 파이렉스 비전 프로젝트도 이것의 일환이다. 당시 진부한 캐주월웨어로 취급받던 랄프 로렌(Ralph Lauren), 챔피온(Champion)�� 제품에 'PYREX 23'이란 텍스트를 새겼다. 이 셔츠는 입소문을 타 SNS와 미디어를 장악했다. '젊다'란 인식이 시작되는 계기였다. 그리고 일 년 뒤인 2013년, 그는 본격적인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이 지금의 오프 화이트다. 상징적인 블랙/화이트 스트라이프 무늬를 중심으로 트렌디한 스트리트 감성을 전개하며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다.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나이키(Nike)와의 협업은 아블로의 커리어에 빠질 수 없는데, 그의 패션 히스토리에 방점을 찍는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응모 전쟁의 서막을 알린 '더 텐' 컬렉션은 대중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2018년 3월, 루이비통의 맨즈웨어 디렉터로 임명된다. 보수적이라 여겨지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와 가장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디자이너의 만남은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다. 그렇게 아블로는 2018년 6월 21일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에서 첫 루이비통 19 봄, 여름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칸예 웨스트와 루이비통 쇼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는 장면은 펜디 인턴 시절을 상기하게 하며 그날의 명장면으로 손꼽혔다.
아블로의 루이비통 쇼는 화자로서의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의미들이 여러 곳에 함축되어 있다. 화려한 무지갯빛 런웨이가 펼쳐진 팔레 루아얄은 본래 귀족들의 입장만이 허용된 대저택(루이 13세 시대의 재상이었던 리슐리외의 저택)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자손 중, 진보적인 움직임을 보인 루이 필립 오를레앙이 토론장과 임대업의 공간으로 사용하며 많은 서민이 모이기 시작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패션 신과 럭셔리 하우스의 만남이라는 의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또한, 쇼장과 관객의 컬러 바리에이션을 위해 입장객들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의 티셔츠를 나눠주기도 했으며, 런웨이 음악으로 사용된 칸예 웨스트의 “Ghost Town” 재즈 버전은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 새로운 것의 창조에서 오는 부담감, 진정한 자유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좋은 장치였다.
우리는 왜 버질 아블로에 열광할까? 나는 그가 추구했던 '변화와 혁신'의 정신이 대중의 시대 상황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의 보수적인 성향, 높은 가격의 장벽, 단조로운 스타일. 이것들은 패션이란 영역이 우리에게 재미보다는 과시의 한 부분으로 전락하게 했다. 마치 고단한 역경을 딛고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시스템을 깨부수는 영화 속 주인공 같다랄까. 전문 교육을 받지 않고 가장 프로페셔널하다 일컫는 집단에서 크리에이티브한 행보를 펼치는 것. 그것이 아블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세계를 대표하는 유수의 편집숍 행거에는 그의 따옴표들로 가득하다.
“저는 그저 마냥 기쁘기만 해요. 럭셔리의 정점과도 같은 브랜드에서 디자인의 다음 단계와 럭셔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이 기회야말로 제가 항상 꿈꿔왔던 것들이죠. 또한, 어린 세대에게 이러한 분야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꼭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직접 보여준 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버질 아블로는 자신의 개인 레이블 오프 화이트와 함께 루이비통 컬렉션 그리고 미술, 전시,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 나��고 있으며, 현재 패션 신과 대중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인테리어 사업에도 뛰어들었으며, 비행기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의 최종 꿈은 우주선을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의 재능, 이것에 부합하는 사회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진보라 했던가. 개인의 풀지 못한 욕구를 시원하게 해소해줄 그의 진보한 움직임을 응원한다.
(2) 독립 레이블로서의 성장
우리는 오프 화이트와 같은 태생의 브랜드를 일견 봐왔다. 피갈(Pigalle), 후드 바이 에어(HOOD BY AIR), 안티 소셜 클럽(AntiSocialSocialClub) 등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했다. 이들은 초기의 열광을 뒤로하고 점점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출발이 유사했던 오프 화이트는 이와 달리 패션 산업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점유했다.
오프 화이트는 현재 스트리트 패션 신에 빠질 수 없는 브랜드지만, 디자이너인 아블로는 초창기 여러 고충으로 골머리를 싸맸다. 비형식주의를 비관하는 마니아들이 늘어났고, 그것이 옷의 사용 가치에 대한 회의감으로 번졌다. 오직 재미와 위트로만 경쟁하기엔 대중들의 눈은 이미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완성도 있는 디자이너, 더 많은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오프 화이트도 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아블로는 문제의 해답으로 오리지널리티에 감각적인 터치를 추가하거나 변형하는 ‘3% 법칙‘을 실천한다. 스트리트웨어의 정형성에서 벗어나 본질에 대한 더욱더 깊은 탐구와 혁신, 그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꾼 이 공식은 버질 아블로에게 가장 필요했던 비율이었다.
첫 번째로 여성복과 남성복을 따로 론칭하며 디자이너 개인의 집중도를 높였다(아블로의 여성복은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품 디자인에 단순 그래픽 프린트 아닌 원단의 재조합과 실루엣에 대한 고민이 수반됐다. 마치 정형화된 건축물을 개조하듯 아블로는 과감히 해체하고 다시 조립했다. 검은색과 흰색을 바탕으로 한 방사형 스트라이프, 레터링, 케이블 타이와 같은 산업적 디테일 장치들이 그 예다. 이 악센트들은 옷 위에서 노래하고 춤췄다.
온갖 요소들이 섞인 제품들은 섬세하게 배치된 색 조합, 조율된 핏과 실루엣 아래에서 난잡하게 가능한 한 심플하게 보이도록 정리된다. 오프 화이트 특유의 오버사이즈 실루엣은 몸통은 크고 팔 기장은 짧은 미국 스트리트웨어의 특징에서 나왔다. 하이 패션의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스트리트웨어를 지향하는 간결함이 살아있는 새로운 룩을 만들어낸 거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제품의 매력뿐만 아니라 내면의 의미도 주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러니는 현대적 창조성을 위한 도구다.” 이제는 오프 화이트의 상징이 된 따옴표(“)는 그가 던지는 질문임과 동시에 관습에 대한 도전이다. 특유의 따옴표 서명 또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대표 작품 <샘>에 적힌 ‘R. Mutt’ 서명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버질 아블로는 현재 가장 많은 팬덤을 거느린 패션 디자이너다. 그는 도전적인 패션 마케팅으로 많은 비즈니스 이익을 취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 활용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많은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중들과 가감 없이 소통한다. 이것은 개인의 의미를 넘어 산업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의 프로모션뿐 아니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아이템의 작업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한다. 그런 일련의 일들 속에서 대중은 브랜드가 피력하는 여러 지점을 손쉽게 흡수한다. 그렇게 오프 화이트의 브랜딩은 더욱 굳건해졌다.
오프 화이트가 독립적인 패션 레이블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양한 이들의 러브콜 또한 이어졌다. 나이키를 비롯해 리모와(RIMOWA), 모엣샹동(Moet&Chandon) 등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인기 레이블이 된 것이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역시 좋은 사업 전략의 한 수단이 됐다. 오프 화이트는 이제 누가 뭐래도, 어엿한 독립 브랜드가 되었다.
(3) 버질 아블로 x 나이키 더 텐의 나비효과
오프 화이트의 붐 업 시기를 꼽으라면 버질 아블로와 나이키의 더 텐(THE TEN) 컬렉션 이후라 말할 수 있다. 나이키와의 협업의 성과는 버질 아블로 개인으로 시작해 그가 운영하는 레이블에도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고, 패션 신과 우리를 덮쳤다.
아블로가 나이키 본사에 첫발을 디딘 것은 작년 12월.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나이키와 고작 ’미팅‘ 따위를 하려고 이렇게나 많은 날을 기다려온 것이 아니에요.” 그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아트 나이프와 몇 가지 색의 마커를 꺼내 들고 검은색의 에어 포스 1 로우를 개조했다. 나이키와 오프 화이트의 프로젝트 '더 텐' 은 그렇게 처음 시작됐다.
잘 갖추어진 대량 생산 공정 시스템과 인프라로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모두를 가진 나이키는 또 다른 변화를 위해 버질 아블로를 선택한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은 단숨에 메가 히트를 하게 됐다. 나이키와 그 산하 브랜드 컨버스(Converse), 조던(Jordan) 모델을 재해석한 10개의 스니커를 공개하는 더 텐 컬렉션은 당시 나이키 디자인의 지루함을 느끼던 스니커 마니아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기 충분했다. 더 텐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아블로는 오프 화이트에서 전개했던 디자인 방식인 재조합, 레터링, 케이블 타이 디테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법으로 슈즈를 꾸몄다. 이처럼 공룡 브랜드와 포괄적인 스니커 협업을 진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많은 스니커 헤드들이 이 콜라보 신발에 열광하는 동안 그 반대편에서 또 다른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21세기 창조경제라는 우스운 이야기와 함께 기존 발매된 모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 대부분 20만 원대를 유지하는 초기 출시가와 비교해 아주 높은 리셀 가격대를 형성한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조던과 칸예 웨스트의 이지(YEEZY) 스니커와 많이 닮았다. 신발을 제품의 실사용에 의미를 두지 않고, 제테크의 또 다른 방향으로 혹은 자신의 아카이브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스트리트웨어가 마니아들이 연결되는 그 지점이다.
아래는 한 매체가 버질 아블로 x 나이키 컬렉션 제품들의 리셀 시장을 분석한 내용이다. 데이터는 가격과 발매 시기에 따라 분류된다. 이 자료는 스톡X(StockX)의 판매량을 참고했다. (스톡X : 특정 제품을 원하는 구매가에 입찰하면 판매자가 선택한 입찰가에 판매하는 방식의 사이트)
2017년 9월, 에어 맥스 90, 에어 베이퍼 맥스, 에어 조던 1 ‘시카고’, 블레이저 미드, 에어 프레스토 5개의 모델이 발매됐다. 위 차트는 올해 7월까지의 스니커 재판매 추이를 분석한 표이다. 조던 1, 프레스토와 같은 특정 모델은 리셀 시장에서 다른 제품보다 더 높은 재판매 가격 변화를 그린다. 5개의 운동화 중 조던 1 시카고, 프레스토, 베이퍼 맥스 모델은 평균 1,000달러 선에서 리셀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제품들 모두 11월, 12월 두 달에 거쳐 가장 낮은 가격을 보이고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2018년 5월에는 시카고 에어 조던 1이 2,339달러로 가장 높은 재판매 가격을 기록했고, 전체 평균 리셀가는 1,591달러로 측정됐다.
이베이 리셀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이템으로 오프 화이트와 나이키의 ‘더 텐 컬렉션 에어 조던 1’이 선정되기도 했다. 거래가는 3,409달러. 이외에도 ‘더 텐 에어 프레스토’, ‘더 텐 베이퍼맥스’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버질 아블로와 나이키는 2018년 12월 더 텐 시리즈의 마지막을 알리면서 그들의 협업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또 다른 형태로의 공동 작업은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다는 여운도 함께 남겼다. 그렇게 아블로는 20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에서 오프 화이트의 새 시즌을 알리면서, 협업 나이키 SB 덩크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라이트 블루, 오렌지 기본 색상에 두 가지 슈레이스가 혼합된 디자인이 특징인 슈즈다. 스타일리시 러닝 스니커인 오프 화이트 x 나이키 줌 테라 카이거 5 모델도 이어서 공개하며 그들의 파트너십이 건재함을 보여줬다.
2021년 1월, 버질 아블로와 나이키의 '더 텐' 협업을 담은 책이 출시됐다. 미술 관련 출판사인 타스첸(TASCHEN)을 통해 발매되는 이 책의 이름은 <아이콘스(ICONS)>. 아이콘스는 아블로의 상징적인 나이키 슈즈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데, 콜라보 제품의 다양한 제작 과정이 포함됐으며 스니커와 관련된 문화 양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모델의 프로토타입부터 아블로가 나이키 디자이너들에게 남긴 텍스트 메시지, 미공개 모델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아블로는 "아이콘스는 제가 디자인한 50개 이상의 나이키 신발을 들여다보며 그 모든 제품을 '하나의 신발'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하나의 이야기죠."라고 소감을 밝혔다. 2021년 1월, 버질 아블로는 나이키와의 새 협업 프로젝트, ‘더 트웬티’ 컬렉션을 예고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는 이렇게 패션 신에 중요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다.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주관 아래 개최되는 2018 패션 어워드에서 오프 화이트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버버리(Burberry), 구찌(Gucci), 프라다(Prada)와 함께 올해의 브랜드로 선정됐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버질 아블로의 존재가 점점 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가 운영하는 개인 브랜드 역시 대중의 관심을 예전보다 더욱 받게 되었다. 오프 화이트의 산업 리테일은 패션 시장에서 더욱 사랑을 받았고,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그들을 비웃던 콧대 높은 패션 하우스들도 오프 화이트만의 디자인 화법에 영감받기 시작했고 스트리트 패션 신 역시 검은색, 흰색 방사형 로고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거대하게 불러일으킨 새로운 바람으로 오프 화이트의 숨결이 우리들 삶 곳곳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리는 버질 아블로란 도입부를 통해 오프 화이트란 절정을 맞이했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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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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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하얀 천사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항상 나는 그 부담감 속에 살아갔다. 2018년, 어쩔 수 없이 내 곁으로 온 한 강아지는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처음 본 낯선 환경에도 꽤 적응을 잘했다. 특별한 교육을 하지 않았는데도 눈치껏 알아서 잘 생활했다. 그런 그 아이가 나는 사람 같다 느꼈고, 마음을 빼앗겼다. 그렇게 책임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더는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아졌다.
나의 20대의 삶 대부분을 차지한 그 아이의 이름은 쪼꼬다. 다들 초코로 오해하지만 새하얀 털을 가졌으며, 쪼꼬만한 아이라 붙여진 애칭이기도 하다.
내 인생 중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그 아이는 온전히 옆에서 지켜봤다. 만취해서 들어온 날, 울분에 겨워 그 아이를 앉혀놓고 세상에 대한 불만을 마구 토로했던 날, 쪼꼬는 내 곁에 와 말없이 누웠다. 참 위로가 됐다. 내가 뭘 해준 것도 없는데 그 자그마한 아이는 항상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나를 대했다.
2021년 1월 17일, 쪼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 아이는 열다섯 번째 겨울을 미처 다 지내지 못하고 이별을 고했다. 막연하게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 날이 눈앞으로 왔다. 상상 속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순간이 오자 나의 세계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슬프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쪼꼬가 떠난 다음 날 아침, 거짓말같이 하얀 눈이 왔다. 꼭 그 아이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 같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건강히 잘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 한시름 마음이 놓였다.
쪼꼬와 마지막 인사를 하는 오늘, 가슴이 정말 미어진다. 그러나 슬퍼할 수만은 없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 친구 인경이, 누나, 아빠가 옆에 있다. 그리고 쪼꼬가 지켜보고 있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쪼꼬에게 받은 사랑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2킬로도 안 되는 녀석이 떠나면서 이렇게 마음의 선물을 주고 가기까지 하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항상 내 삶에 바빠 양껏 보살펴주지 못한 것에 후회가 크다. 쪼꼬의 마지막은 행복했을까? 쪼꼬의 인생 후반부에 내가 자리할 수 있어 영광스럽고 기쁘다. 옆에서 항상 함께 보살펴준 인경이에게도 다시 한번 너무 고맙다. 쪼꼬야 우리는 항상 셋이니까 외로워하지 마! 하늘나라에서도 항상 행복해야 해. 네가 있던 3년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었어. 절대 잊지 않을게. 인경이랑 나도 쪼꼬한테 부끄럽지 않게 더 행복��게 잘 지낼 거라 약속할게. 조금만 기다려! 사랑해.
2021. 1. 21. 쪼꼬의 영원한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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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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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슈프림 (Part 2)
1. 슈프림(Supreme)
Part 1 (1) 슈프림의 탄생과 성장 (2) 로고 플레이 (3) 콜라보레이션 4) 스트리트와 메종의 경계 (5)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슈프림
Part 2 (6) 젊은이들에게 슈프림의 가치 (7) 짝퉁과의 전쟁 (8) 옷보다 잘 팔리는 액세서리 (9) 슈프림과 비즈니스
ARCHIVE: 슈프림 (Part 1) 보기
(6) 젊은이들에게 슈프림의 가치
브랜드는 그 시대의 태도를 온몸으로 누리고 경험한 사람들의 삶이 함께 있다. 하나의 단체를 넘어 그 속은 무수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슈프림 역시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이끌던 숍에서 시작해, 반항 어린 눈을 가진 현시대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문화 자체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이야기와 함께 시간을 품고 있다.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을 진행한 전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는 슈프림은 뉴욕의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브랜드라고 일컫기도 했다.
우리는 왜 슈프림에 열광할까? 필자는 견고하게 다져진 브랜딩이 동력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과거 스케이트보더와 서브 컬처 마니아들의 아지트로써의 공간, 기성 브랜드를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 혁신과 변혁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이 그 예다. 한 마디로 기존에 볼 수 없는 도전적인 행보가 그들의 아이덴티티가 된 것이다. 굳건하게 지켜가는 그들의 브랜드 철학이 꾸준함의 핵심이다.
슈프림의 마니아 혹은 컬렉터들을 살펴보면 나이키의 조던(Jordan)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조던 역시 스니커 하나하나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며 수집하는 컬렉션 문화에 선두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브랜드에 개인이 사적인 상징을 부여하며, 모으는 것 자체에 어떠한 상징을 둔다. 그리고 그것이 세대를 이어오는 무엇의 정신을 대표하기도 한다. 슈프림 문화를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는 그것을 왜 파는지 그리고 왜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음악광들이 바이닐을 모으듯,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피겨를 수집하듯, 자신이 애정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사는 행위, 사용하는 즐거움이 그들에겐 행복이다.
(7) 짝퉁과의 전쟁
슈프림 이탈리아(Supreme Italia)가 중국 상하이에 등장했다. 삼성과의 거짓 협업을 발표하며 슈프림을 사칭한 이들은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소위 '짝퉁' 브랜드다. 가짜 슈프림으로 알려진 슈프림 이탈리아의 대담한 행보에 대해 진짜 슈프림은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CNN은 이러한 위조품 현상에 관해 탐사 보도하기도 했다. CNN 비즈니스와 스타일 팀이 슈프림 뉴욕의 역사와 가짜 브랜드 현상에 대해 몇 달간 취재를 한 것.
그 내용의 중심은 두 브랜드의 상표권 문제이다. 슈프림 뉴욕은 자신들은 이미, 대중이 슈프림 이탈리아를 또 다른 객체로 고려하지 않을 만큼 잘 알려진 브랜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에 합당한 법적 판결을 받았음을 밝혔고 대부분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이야기한다. 슈프림 이탈리아(슈프림 스페인으로 상표 등록)를 소유한 인터내셔널 브랜드 펌(International Brand Firm Limited)은 슈프림 뉴욕이 이탈리아에서는 판매에 대한 권리가 없으며, 모든 디자인이 똑같다는 주장은 그들의 생각이라 밝혔다. 하지만, 슈프림은 이미 이탈리아 현지의 상표권을 먼저 취득한 바 있음을 근거로 반박했다. 슈프림의 법률 대리인은 그들의 사업은 합법적일 수 없고, 브랜드의 유사성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의도는 매우 비난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슈프림의 짝퉁 브랜드로 알려진 슈프림 이탈리아(Supreme Italia)가 중국에서의 상표권이 해지됐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펌이 소유한 브랜드인 그들은 중국에서 "ITSupremeNow"로 2개의 상표 등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리지널 브랜드인 슈프림 뉴욕과의 법정 공방에서 패소하며, 중국 상표국(CTMO) 명령에 따라 슈프림 이탈리아의 상표 등록이 폐지됐다.
슈프림 이탈리아는 슈프림 뉴욕의 카피 제품을 판매했으며, 정식 론칭에 앞서 상하이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있었다. 슈프림 뉴욕의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슈프림 이탈리아는 중국과 이탈리아 모두 합법적인 상표 등록이 없는 상태이며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 중국에서 공식적인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슈프림 또한 상표 등록을 위해 85개의 제품을 출원하고 계류 중임을 밝혔다.
국내도 짝퉁과의 전쟁에 자유롭지 못하다. 동대문에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슈프림 로고 의류들이 판을 친다. 심지어 슈프림이라는 브랜드가 흔히 볼 수 있는 값싼 브랜드라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 슈프림이 이러한 문��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루이비통, 구찌(Gucci) 등이 저작권을 위해 모노그램 패턴에 관한 연구가 있었던 것 처럼, 슈프림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
(8) 옷보다 잘 팔리는 액세서리
옷보다 주목받는 액세서리가 있을까? 과장을 조금 보태면 슈프림이 그렇다. 그들은 의류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액세서리 라인을 선보인다(*TMI 슈프림은 2001년과 2002년에 자체 제작 신발을 만들었다). 그들의 액세서리는 의류 라인 못지않게 나왔다 하면 품절이다. 모든 제품은 스트리트 패션, 캠핑족들에겐 힙한 잇템이 된다. 슈프림 액세서리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로고의 힘, 두 번째는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군이다. 그들의 로고 플레이의 영향력은 말하기 입 아플 정도고 제품 선정 역시 매우 신선하다. 면도기, 컵, 그릇 용기, 다용도 칼, 우산과 같이 실생활에 필요하지만 패션 브랜드에서 선뜻 볼 수 없었던 물건들을 선정한다. 구매자들이 자신의 섬세함과 센스를 지인들에게 한껏 뽐내기 최고인 아이템들이다.
여러 액세서리군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제품은 벽돌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적색 벽돌에 슈프림 로고를 새긴 것. '가로 21 X 세로 10 X 높이 5.7' 스펙을 갖춘 이 벽돌은 0달러(한화 약 3만 2천 원)에 발매됐다. 단순 벽돌 하나에 뭐 그리 난리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제품 형태에 마니아들은 열광했다. 슈프림은 핀볼 기계, 썰매, 삽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품목을 선보였고, 이들은 출시된 지 1분이 채 되지 않게 팔려나간다. 여기에 구매자들에게 무료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브랜딩을 선보이고 있다. 양귀비 씨앗, 칫솔 기프트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국내 구매자들의 경우, 양귀비 씨앗 국내 통관 시 식물검역 대상으로 검역 기간이 더 소요돼 사은품을 거절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슈프림은 2019년, 1710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도자기 제조업체 마이센(Meissen)과 작업한 피겨를 공개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1860년대 큐피드 디자인 조형물에 슈프림 박스 로고 티셔츠를 입혔다. 이 피겨의 가격은 무려 4,000달러(한화 약 450만 원)이었다. 슈프림의 액세서리 라인은 무작정 슈프림 로고만 추가한 것이 아닌 희소성을 견지한 발매 제품들이란 점에서 판매 전략의 영리함을 부각한다.
2020 봄, 여름 컬렉션 중 오레오와의 협업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베이에서 4달러로 시작한 경매는 2만6천7백 달러, 한화 약 3,600만 원에 입찰 되며 화제가 됐다. 콜라보 오레오 제품은 8달러에 출시되었으며, 패키지당 3개의 쿠키가 들어있었다. 해당 입찰 가격이 화제성을 위한 단순한 가격 놀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슈프림이 발매하는 다양한 아이템들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항상 이슈였다.
(9) 슈프림과 비즈니스
제임스 제비아의 재산은 약 40만 달러(한화 약 457억)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그는 예술가의 거리로 알려진 미국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 최상층에 거주한다). 이것 또한 몇 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현재의 액수는 우리 상상 이상일 것이다. 슈프림의 상업적 성공의 비결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희소가치를 늘리는 한정 판매 전략이 그 첫 번째가 되겠다. 이것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활용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더불어 재고를 만들지 않는 똑똑한 영업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매주 극소량으로 발매되는 오리지널 라인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브랜드의 성공 정도에 관계없이 확장을 최소화한다. 슈프림은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네 국가에서만 공식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주 목요일 전 세계 슈프림 매장은 긴 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러한 이유로 리셀 제품을 다시 사는 구매자와 그를 이용해 또 다른 이익을 얻는 개인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지하 경제에 대해서 여러 패션, 경제 매체들이 주목하기 했다.
그리고 2017년, 슈프림의 비즈니스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슈프림이 투자그룹 칼라일(The Carlyle)에게 지분을 매각한 것. 설립자 제임스 제비아가 슈프림과 전문 투자 그룹 칼라일과의 파트너십 체결 사실을 공표했다. 정확한 내용과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50% 지분을 5,000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1,000만 원대로 시작한 사업이 5,0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칼라일은 전문적으로 슈프림에 투자하고 경영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고, 팀은 오직 디자인과 브랜딩,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만 몰두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세웠다. 더불어 마니아들의 걱정 어린 시선에 아이덴티티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칼라일 그룹은 인수한 하나의 브랜드를 계속 갖고 있지 않는 정책으로 유명하다. 가치를 높인 투자금의 몇 배 금액으로 다른 기업에 되팔아왔다. 향후 슈프림이 지금의 매출액보다 더 큰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면 매장 수 늘리기와 함께 더 많은 수량의 제품 생산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야기됐다. 이는 수십 년간 지켜온 슈프림의 정신과 상반되기에 팬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한 이유로 한국과 중국 내에 매장 오픈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년 뒤인 2020년, 슈프림은 VF 코퍼레이션(VF Corporation)에 또 다시 인수 됐다. 금액은 21억 달러. VF 코퍼레이션은 반스(Vans),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디키즈(Dickies), 팀버랜드(Timberland)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공룡 기업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슈프림의 투자자인 칼라일 그룹(The Carlyle Group)과 구드 파트너스(Goode Partners)의 지분이 21억 달러, 한화 약 2조 3천억 원에 사실상 매각을 확정 지었다고 한다.
사모 펀드 칼라일 그룹이 슈프림의 지분을 인수했을 때, 재계 전문가들은 칼라일 그룹이 통상 3~5년 이후 브랜드를 키우고 매각하는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슈프림의 브랜드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었다.
슈프림 창립자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는 "노스페이스, 반스, 팀버랜드 등과 수년간 함께 일해온 세계적인 브랜드 VF에 합류하게 돼 자랑스럽다. 이 파트너십은 우리의 독특한 문화와 독립을 유지하는 동시에 1994년 이후 우리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칼라일그룹이 50%의 지분을 인수한 후에도 슈프림은 독자적으로 경영해왔으며 그 결과 3년 만에 매출이 3,315억 원이나 뛰는 등 성공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슈프림의 모든 것은 기존대로 운영하면서 단지 ‘스케일을 늘리겠다’는 것이 VF 코퍼레이션의 계획이다. 예상 매출이 두 배 이상 뛸 것을 예상하고 이루어진 인수였다. 슈프림 매장이 세계 각지에 생긴다고 해도 지금의 컬트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VF 코퍼레이션이 슈프림 인수를 통해서 55조 원 규모의 글로벌 스트리트웨어 시장에서 주요 기업으로 부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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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xxx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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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슈프림 (Part 1)
1. 슈프림(Supreme)
Part 1 (1) 슈프림의 탄생과 성장 (2) 로고 플레이 (3) 콜라보레이션 4) 스트리트와 메종의 경계 (5)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슈프림
Part 2 (6) 젊은이들에게 슈프림의 가치 (7) 짝퉁과의 전쟁 (8) 옷보다 잘 팔리는 액세서리 (9) 슈프림과 비즈니스
(1) 슈프림의 탄생과 성장
패션 사업에 부푼 꿈을 안고 뉴욕으로 건너간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사람들을 확 끌어 당길만한 단어는 뭐가 있을까?” 그의 질문에 그의 여자친구는 펜을 쥐고 각종 아이디어가 빽빽이 적혀있는 공책에 여러 단어를 적기 시작했다. 무심코 공책을 바라보던 제임스 제비아는 한 단어에 눈길이 간다. ‘Supreme’.
전설은 종종 사소하게 탄생한다. 슈프림은 그렇게 시작했다. 별반 새로울 것 없는 시작이었다. 그들의 반항적 성격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우리는 브랜드를 떠올리면 대게 ‘패션 브랜드’를 떠올리고 그 대부분은 상업적인 노선에 몸을 싣고 있다. 패션과 비즈니스의 불가분적 성향 때문이다. 그러나 슈프림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안티(Anti)’ 정신을 추구하고 있다.
10대의 제임스 제비아는 소호의 빈티지 숍, 파라슈트(Parachute)에서 일하면서 훗날의 언디피티드(Undefeated)의 창업자인 에디 크루즈에게 리테일 산업에 대해 배웠다. 후에 그는 슈프림을 오픈하기 전인 1989년에 유니온(Union) NYC를, 1991년에 스투시(Stussy) NYC 오픈을 도왔다. 스투시가 뉴욕에 정착할 당시 제임스 제비아는 그를 도와 많은 부분에 관여하게 된다. 이렇게 제임스는 서브 컬처와 패션 브랜드의 관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 중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심취했다.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이룬 스투시가 대중화에 힘쓰며 정체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시기 회의감을 느낀 제임스 제비아는 1994년 12,000달러(약 1,300만 원)의 자금을 가지고 뉴욕 맨해튼에 자신의  독립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이른다. 슈프림의 창업자로 새로운 도전을 꾀한 것이다(그는 사실 슈프림을 운영하는 중에도 스투시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SUPREME’으로 상표 등록을 하지 못해 ‘SUPREME NYC’로 등록했다).
제임스 제비아는 초기 매장 디자인에 곳곳에 안티 정신을 심었다. 특히 문턱을 모두 없애고 테이블 혹은 진열대를 정리하여 가운데 넓은 공간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직원과 고객 모두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슈프림을 즐길 수 있도록 매장을 고안했다. 뉴욕 뒷골목의 스케이트 보더를 직원으로 채용했고, 직원과 고객들은 함께 보드 스킬을 나누며 문화를 즐겼다. 그야말로 보더들의 아지트가 된 것이다. 그들은 ‘슈프림’이라는 이름으로 스케이트보드팀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초기 슈프림은 스케이트보드에 중심을 둔 보딩 브랜드로 초점을 맞춘다. 스케이터들만을 위한 숍임을 명확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불친절하기로 악명 높았고,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옷을 만져 보지도 못하게 했다. 헤비메탈이나 공격적인 뉴욕 힙합이 요란하게 울리기도 했다. 일부러 가고 싶지 않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태도는 불편함보다는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이들의 문화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라고 좋은 제품을 만들지 말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스케이트보드 제품에서 의류 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한 슈프림은 보드 데크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티셔츠 등이 큰 인기를 끌고 부리나케 팔려나간다.
론칭 초 슈프림은 도심 여기저기에 로고 스티커를 붙이는 게릴라 마케팅을 즐겼는데, 이는 슈프림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공격적이고 직관적인 마케팅으로 여러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캘빈클라인(Calvin Klein)은 1994년 케이트 모스(Kate Moss) 광고에 슈프림 박스 로고를 붙였다는 이유로 슈프림을 고소했다), 그 자체만으로 마니아들은 슈프림만의 멋진 행보라 여겼다.
슈프림은 박스 로고 디자인에 힘을 실으며 미적인 외향과 기능성의 접점에 자리했다. 이후 점차 젊은이들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성장한다. 여기서 제임스 제비아는 무리한 사업 확장 대신 제품의 질,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높은 품질의 제품이 좋은 비즈니스를 가져오듯 슈프림은 손에 꼽을 수 있는 몇 개의 매장을 운영했지만 발매 제품마다 품절되는 희귀한 현상을 이끈다. 2020년 현재에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네 국가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슈프림 공식 매장은 매주 목요일 슈프림의 옷을 입은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슈프림은 권위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스트리트 브랜드, 여러 분야의 예술가, 컬쳐 아트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컬렉션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독특한 액세서리로 명실상부 최고의 스트리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슈프림의 경영방식은 건방질 정도다. 제임스 제비아는 “600개를 다 팔 수 있어도 나는 무조건 400개만 만들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려면 사고 사지 않으려면 말라는 식이다. 라인을 확장하고, 물량을 늘리고, 유명 백화점에 입점했다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몇 개의 매장과 웹사이트를 통해 한정 수량만을 판매하고 있다. 왜냐면 바로 이것이 ‘슈프림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작은 스케이트 보딩이었고, 그 DNA는 여전히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슈프림이 다양한 협업을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리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파트너와는 절대 일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스탠스를 유지할 거에요. 팀이 왜 이 자리에 있으며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그 정체성이 대중성에 벗어나 있다 하더라도, 저희는 그 방향을 끝까지 지켜나갈 겁니다.” - 제임스 제비아
(2) 로고 플레이
로고는 브랜딩에 있어 상징적인 객체를 만들어내는 주된 요소다. 슈프림은 이 로고 플레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레이블로 알려져 있다. 제품 디자인의 8할을 그것이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특히, 박스 로고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티셔츠부터 벽돌까지 슈프림의 로고만 들어가면 모두 완판이다. 어느 베이직한 제품이라도 빨간색 박스가 덧입혀지면 쿨해지는 이 느낌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슈프림을 상징하는 이 그래픽 타이틀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라는 아티스트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미지에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하는 그녀의 작업 방식은 두 요소의 충돌과 재해석이 중심이다.
한 아이가 누군가를 놀리는 듯한 이미지에 'Money can buy you love'라는 문장을 대입해 이성이 작동하기 전 무의식적으로 미디어에 휘둘리는 소비 풍토를 비판하기도 했고,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를 대조하는 듯한 이미지와 문장을 표현해 낙태법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태아를 죽이고 살리는 일에 있어 남성의 권리가 더 중요시해지던 사회적 풍토를 <Your body is a battleground> 작품으로 페미니스트적 관점을 제시했다.
슈프림은 바바라 크루거가 작품의 가장자리, 'Futura Heavy Oblique' 폰트의 단어와 문장의 배경으로 사용한 빨간색 박스에 초점을 기울였다. 후에 검은색, 흰색, 보라색 등 다양한 배경색을 사용하며 다채로운 로고 플레이를 전개한다. 불합리성에 대한 안티 정신, 거친 스트리트 무드를 녹여내기에 이보다 좋은 레퍼런스는 없을 터였다. 이 박스 로고는 브랜드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현재도 매우 유의미하며, 여타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빛을 발한다. 슈프림 로고는 제작자의 정체성 주입, 이미지의 환기라는 측면에 있어 최고의 장치로 자리 잡았다. 진부함으로 치부됐던 큰 로고가 다시금 맥시멀리즘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로고 플레이 장인 슈프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3) 콜라보레이션
패션 브랜드가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나 기업과 협업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슈프림만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반영할 수 있는 파트너는 드물다. 이질적인 것을 섞어서 대중적으로 만든다. 이 역설적 법칙은 이미 패션계의 유행이 되었다. 물리적 변동이 어렵게 책정된 고가의 의류들이 대형 생산공정을 갖춘 브랜드와 만나며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으며,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깨부술 절호의 기회를 얻는 이들도 있었다.
슈프림에게 콜라보레이션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 패션 신을 주름 잡는 이 트렌드는 슈프림에게 특히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슈프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약 700건 이상이다). 스트리트로 첫발을 내딛은 대부분의 의류 브랜드는 로고 플레이에 주를 둔 자유로운 디자인 형식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때론 이것이 의류학적 접근에 있어 명확한 한계를 야기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만남은 지지부진한 브랜드엔 동력과 추진력을 더해줄 똘똘한 엔진인 셈이다.
슈프림의 콜라보레이션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한 끗의 차이를 적절히 유지하기 때문이다. 아키라(Akira)와 같은 고전 장르를 빌려 애니메이션 마니아뿐만 아니라 개성을 1순위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환호를 받기 충분했고, 누구도 넘볼 수 없을 것 같았던 거대 패션 하우스에 스트리트 무드를 심은 루이비통(Louis Vuitton)과의 컬렉션 역시 당시 최고의 화두였다. 또한, 19금 프린트를 비롯해 반항적인 이미지와 텍스트로 무장한 그래픽은 그 한 끗을 적절히 담금질해 줄 중요한 장치였다.
더불어 그들은 패션 브랜드와의 작업에만 협업의 비중을 두지 않았다. 예술가, 뮤지션과 같은 문화계 다양한 인물들과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만연하게 자행되는 구태의연한 작업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2005년 영국의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새빌(Peter Saville), 2008년 그래픽 아티스트 카우스(Kaws), 2009년 사진작가 테리 리차드슨(Terry Richardson)과 2013년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협업이 그 예다. 그뿐만 아니라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N.W.A,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루리드(Lou Reed), 프로디지(Prodigy)와 같은 뮤지션 역시 콜라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선보였던 꼼 데 가르송 셔츠(Comme des garcons Shirt)와 선보인 '폴카 도트 후디' 라인은 두 브랜드의 균형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컬렉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슈프림의 스트리트 실루엣에 꼼 데 가르송을 상징하는 도트가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기 때문. 특히 'SUPREME'을 좌우로 뒤집어 놓은 로고 플레이는 마니아들의 무릎을 탁 치게 했다.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와의 첫 번째 가을, 겨울 시즌 협업 역시 호평을 받았다. 반대로 2017년 루이비통과의 협업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에 비견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럭셔리를 대표하는 명품 하우스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대표격인 슈프림이 만났다는 점과 루이비통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점 역시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 컬렉션이었다. 맥시멀리즘을 기반으로 전개한 아이템들은 두 브랜드의 상징을 조화롭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이 대다수지만 그 파급력과 영향력은 패션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 충분했다.
(4) 스트리트와 메종의 경계
우리는 패션 하우스와 스트리트 브랜드, 올드스쿨과 뉴스쿨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최전선에서 경험하고 있다. 슈프림으로 대표되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파리의 오트 쿠튀르 점포를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며, 현재 디자이너 스튜디오를 뜻하기도 하는 메종(Maison)의 차이는 무엇일까?
스트리트 브랜드는 복잡한 공정구조를 벗어나 생산하기 쉽고, 컷 앤 소싱보다는 그래픽과 스크린 프린팅에 크게 의존한다. 이렇듯 편하고 실용적이며 자신의 개성까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 형태는 과거 맞춤 셔츠, 드레시 룩의 반대급부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옷을 사는 행위와 소통, 문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는 현재 전 세계인들에게 큰 위안을 가져다주는 발상이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몸집이 점점 커진 것인지, 애초에 탄생부터 몸집을 불려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스트리트'를 외치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시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드롭 방식의 성행과 복잡한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디자인 형식, 출시 가격에 또 다른 웃돈이 붙어 판매되는 리셀이 그것을 증명하는 몇 가지 단서다.
메종 디자이너들이 패션 위크에서 신나게 뛰어논다면, 슈프림은 그곳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대중에게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다. 오죽하면 뒷골목의 루이비통이란 얘기가 나왔을까. 그만큼 현재 패션 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 메이저의 형태라고 해도 무방한 이 역설적인 상황이 슈프림의 방향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만하지 않고 스트리트 브랜드로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유수의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영입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렇게 성장한 디자이너는 질샌더(Jil Sander)의 루크 마이어(Luke Meier), 그의 아내 루시 마이어(Lucie Meier) 듀오와 어웨이크(Awake) NY로 독립한 안젤로 바크(Angelo Baque)처럼 또 다른 패션 레이블로 이동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둥지를 틀기도 한다.
스트리트웨어라는 단어는 애초에 뜻하던 바와는 달리 넓은 범위에 통용되는 상징이 되었다. 옷을 얘기할 ��� 흔히 쓰이는 탓에 그 뜻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패션 기득권층이 스트리트 브랜드를 얕잡아 보는 불편한 진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단 한 가지는 초창기부터 현재까지의 스트리트 브랜드의 움직임은 소위 고급이라 일컫는 브랜드 등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창조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실생활에 더 깊게 맞닿아 있다는 측면은 경계의 파괴를 뜻하고 새로운 회귀를 의미할 수 있기도 하다.
(5)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슈프림
슈프림의 많고 많은 성공 비결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비즈니스 전략은 바로 소량 드롭 판매 방식이다. 슈프림은 주기적으로 시즈널 컬렉션을 공개한다. 매주 목요일, 슈프림의 오프라인 매장 앞엔 진풍경이 펼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선 긴 행렬, 이 가운데는 전날 밤부터 노숙을 한 사람들도 꽤 있다. 오전 11시 문이 열리지만, 매장 안에는 10명씩밖에 들어갈 수 없기에 줄은 더디게 줄어든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제품은 한 개다.
보통의 브랜드가 한 시즌의 컬렉션을 한 번에 발매하는 것과 달리, 슈프림은 매주 적은 수량의 아이템을 선보인다. 이를 ‘드롭(Drop)’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한정된 물량이 출시되다 보니 대부분의 제품이 발매와 동시에 매진되거나, 며칠 안에 완판된다.
슈프림의 온라인 매장도 전쟁터다. 출시와 동시에 완판이 되다 보니, 유튜브와 블로그 등엔 ‘카드 결제를 빨리하는 법’과 같은 튜토리얼이 게시되고, 자동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 '슈프림 봇(Bot)'이 거래되기도 한다. 이날 팔린 상품들은 몇 시간도 안 돼 비싼 값이 매겨져 이베이에 올라온다. 애초 발매가 18만 원의 박스 로고 후드 티셔츠가 120만 원까지 뛰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슈프림을 열광케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오로지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콜라보레이션이다. 이제는 당연해진 협업과 한정 판매의 시초가 바로 슈프림이다. 그렇다 보니 온라인이든 오프라인 매장에서든 누구보다 빨리 사는 것이 중요해졌다. 구매 성공률을 높여줄 튜토리얼이 유튜브와 블로그에 게시되고, 봇을 통한 대행 구매 서비스가 거래되기도 한다.
봇을 통해 슈프림 구매를 대행해주는 '슈프림 세인트'를 운영하는 맷과 크리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슈프림 세인트는 초창기 트위터 계정과 블로그로 시작했다. 2014년부터 맷과 크리스는 플로리다에서 프록시 서버를 이용해 슈프림의 유럽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슈프림은 모든 웹사이트에 같은 URL 포맷을 쓰기에, 영국 링크를 그냥 복사해서 워드프레스 블로그에 올렸고, 사람들은 미국 사이트에서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을 클릭하기만 하면 무료로 비효율적인 슈프림 홈페이지를 거치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었다. 슈프림 세인트의 팔로워는 곧 수천 명으로 늘어났고 유명해졌다. 영국 사이트의 초기 링크를 올리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후 슈프림은 URL 포맷을 바꾸었다.
봇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 시장을 지배한다. 구매자가 상품을 고르고 결제 및 운송 정보를 제공하고, 봇은 사전에 정해진 시간에 구매한다. 슈프림 세인트 봇은 단순함과 속도를 위해 한 번에 각 상품을 하나씩만 살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결제 절차에서 잠깐 시차를 두어 보안 관리를 속이는 등의 복잡한 세팅을 할 수도 있다. 웹을 건너뛰고 서버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 무제한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슈프림이나 나이키가 이 같은 행위를 의심하고 주문을 거부할 경우, 수없이 많은 계정을 만들 수도 있다. 즉, 이러한 시스템은 재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리셀러들에게 더 유용한 서비스다.
슈프림은 제품 구매 성공률이 지나칠 정도로 높은 IP 주소들을 접속 금지하고, 흔히 쓰이는 방식이 아닌 온라인 개입이 더 어려운 웹 인프라를 직접 만들었다. 슈프림도 알고 있다. 누가 봇을 쓰는지, 어디서 봇을 구하는지, 봇으로 뭘 사는지 다 안다고 브랜드 관계자는 말한다. 슈프림은 재판매자들이 아닌 진짜 고객들, 즉 "옷을 사서 실제로 입고 싶어 하는 주요 소비자들”에게 충실한 것이 주목적이다. 슈프림은 이 봇들이 슈프림의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남에도 그들의 태도는 살아남았다. 슈프림은 의도적으로 모든 제품을 소량만 만들어 완판시키고, 사람들은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애써야 한다. 한번 다 팔리고 나면 매장에 재입고되는 제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평범한 슈프림 티셔츠는 구매가 거의 불가능하다. 티셔츠뿐만 아니라 키 체인, 모피 배터리 팩, 뉴욕 메트로카드, 라면 그릇, 침낭, 심지어 손잡이에 ‘SHIT HAPPENS(안 좋은 일도 생기는 법이지)’라고 새겨진 18인치 강철 지렛대도 마찬가지다. 뭐든 나왔다 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슈프림의 옷은 더욱 특별해진다. 슈프림은 패션계가 그들을 받아주었을 때도 아웃사이더였고, 패션이 앞으로 나아가는 현재에도 그 태도는 여전하다.
글 l 김명준(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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