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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2018!

매년 연말마다 “올해 참 다사다난했다”라고 고백해왔다. 올해도 마찬가지지만 특별하게 다른 점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큰일들을 많이 겪어내고 한 스텝 성장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집중

올해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집사님'들이 집 주변에 살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나 스스로 부모님의 삶과 결부시켜 나를 제한하던 것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보았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빅 스텝이었다. 그간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이 나보다 남을 의식하며 살아왔더라. 내가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걸 처음 느꼈을 때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연말까지 그때의 감정이 아주 생생하다. {어느 주일 아침 씻지도 않고 대강 옷을 주워 입고 아파트 단지 앞을 나갔다 ‘지금 이 동네에서 마주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문득 인식했다. 사실 그 자체와 그로 인해 드는 복합적인 감정을 누구에게 조잘대고 싶었으나 내가 아니면 모두가 ‘그게 뭐 대수냐'고 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당시 정말 overwhelming했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해방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잠시였고 이내 너무 감사했다. ‘아, 이것은 자유!’같은 느낌이었다. 며칠이 지나서였나, 결국 엄마에게 자랑했다. 혹시나 엄마가 듣고 미안해할까봐 걱정했던 것은 비밀.}

상반기 관계에서의 괴로움 마음을 피하려고 읽은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도 많은 자극을 받았고, 나에게 좀 더 집중해보기로 했다. 내가 나를 생각하는 걸 이기적이라고 욕할 것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타적인 척하면서 사실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것을 남에게 바라는 마음이 더 별로라는 요지에 감탄했다. 내 모습이 딱 그랬기에, 인간관계에 두루 적용하려고 의식하며 노력했다.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적용했다. 다른 이에게 인정받으려고 일하기보다 나 스스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고, 하나님께 예배하듯하고 그것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미움받을 용기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의 마일리지까지 탈탈 털어 세 번째 방문한 3월의 싱가포르 여행에서 나는 정말 자유를 맛본 기분이었다. 일상에서 멀어진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자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덕분이다. 게다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도 괜찮은 언니와 오빠와 함께해, 짧은 순간이었지만 진심으로 가득가득 행복했다. 그 때 찍은 사진들 속의 나는 모두 해사하게 웃고 있어서 친구들이 놀라워했을 정도.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에서 남의 테더링에 연결해 내가 잠시 Off했던 것들에 하나씩 On하는 순간 훅- 훅! 밀려오던 긴장감과 중압감에 내가 그간 얼마나 많은 짐들에 눌려 살았나 심각하게 깨닫게 되었다. 발 빠르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척하며 사느라 내 감정이 좇아오는 시간들을 주지 않고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내 번 아웃(신경정신과에 갔으면 공황장애 내지는 우울증이라고 진단받았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퇴사와 진로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은 워낙 무탈했던 터라 꽤 만만했다. 그러나 올해는 출애굽하는 이스라엘의 심정으로 마.침.내 퇴사했고, 딱 이스라엘 백성처럼 광야를 걷기 시작했다. (그 시대의 역사는 이전 포스팅 참고) 격동의 시기를 지나 평안함 속에 다음 회사에 입사했지만, 가나안처럼 약속의 땅에 대한 말씀을 받고 움직인 것은 아니라 이따금 불안했고 불평했다. 최근에는 그럴 때마다 말씀을 통해 겸손과 감사를 가르치시는 하나님을 만나며, ‘주님이 내게 주신 길을 신뢰함으로 매일 한 발짝씩 걷는 것이 인생이구나’ 깨달아가고 있다.

에이전시에서만 일을 한지 오래다 보니 ‘제안'만 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도 발견했다. 같은 맥락에서 경청보다는 본능적으로 앞서려고 하는 나를 알게 되기도 했다. 내년에는 두렴 없이 결정을 내리고 겸손하게 더 많이 듣는 내가 되는 방향으로 나를 돌보는 것이 목표다.

가족, 그리고 여행

퇴사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오랜만에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엄마아빠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시겠지만-) 사실, 백 년만의 폭염에 집에 에어컨도 없어서 나 혼자 가만히 방에만 콕 박혀있을 때가 많았지만 한 공간에서 엄마아빠의 일상을 눈으로 보고 머무른 시간들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만만치 않았다. 내가 엄마의 이런 면을, 아빠의 저런 면을 닮았구나도 많이 발견했다. 나에 집중해 이해하는데 치트키를 쓴 기분이랄까.

게다가 이 시간이 계기가 되어 우리 가족 최초로 다 같이 해외여행을 갔던 일도 너무 좋았다. 이번엔 오빠 부부도 함께여서 더 가슴 벅찼다. 모두가 계획을 짜야 하는 제3국이었다면 어땠을까 싶긴 하지만, 오랜 해외 생활을 한 오빠가 사는 곳에 아빠가 방문해보도록 해 서로 격려받는 시간이었으면 싶었다. 싱가포르에서의 2박 3일은 짧지만 알차고 아름다웠다.

돌이켜보니 올해는 참 해외에 많이도 나갔다 왔다. 무려 3,5,7,9월에 걸쳐 네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3월과 7월에는 싱가포르에 다녀왔고, 5월에는 10년 동안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과 상해에 다녀왔더랬지. 그래도 일 년에 최소 하루씩은 같이 먹고 자고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마찰이나 갈등이 없었을 뿐 아니라 즐거운 기억으로 꽉꽉 채운 2박 3일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감사한 일이다. 내년에도 갈 수 있었으면! 9월에는 몽골에 다녀왔는데, 인생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던 다시없을 특별한 여행이었다. 대자연을 마주하는 경험도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도 모두 진귀했다. (자세한 몽골 여행기는 이전 포스팅 참고)

내년에도 최소 세 번은 다녀왔으면 좋겠다. 홍콩, 일본, 그리고 유럽 1개국(아마도 벨기에나 독일, 프랑스)이 되었으면 싶은데 그러려면 지금 사고 싶은 것들을 참아야 한다. 올해 빛을 발한 별명 ‘소비 요정, 대모님'을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선교와 사명

DTS를 졸업하면서 나는 세상에 파송된 선교사임을 마음에 새겼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 여름휴가 때마다 단기선교에 동참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졸업하고 처음으로 청년부에서 여름 아웃리치에 다녀왔다. 예상은 했지만 선교단체와 조금 다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마음에 안 드는 구석도 많았고(?) 뜻하지 않게 상처를 받는 일도 있었지만, 국내 작은 마을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영혼들을 품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시기를 통해 공동체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러모로 이제 진짜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오래도 걸렸다!) 올해 그룹에서 함께했던 성경통독에는 실패했다. 실패감이나 정죄감에 젖어있지 말고 또 새로운 기회를 엿보아야지. 또, 청년의 때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주셔서 순장 콜링에도 순종했다. 여정에 동참해보니 순원들보다 앞장서서 시간과 무릎을 내어드리는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거 같다. 힐링 그레이스 수련회에서 펑펑 울며 회복을 경험하고 누텔라에서도 눈물을 흘려대고... 아주 은혜로운 한 해였다.

길이 안 보인다고 길이 없는 게 아니라 빛이 있어야 길이 보이는 거라는 이번 주 말씀이 올 한해 내 삶에 부어주신 은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한 문장이지 않을까 싶다. 올 초 내가 나를 위해 뽑은 2018 약속의 말씀이 “예수께서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한복음 8:12)”인데... 아주 소름 돋는다. 어메이징갓.

새로운 시도들

여태까지 이러저러한 이유로 도전하기를 멈췄던 것에 과감해지는 연습들을 많이 하는 한 해였다. 가장 대표적인 건 물론 퇴사겠지만, 퇴사와 동시에 탈색을 해보았다. 전체를 탈색하고 화이트 블론드를 꿈꾸었으나 실장님의 진심 어린 조언으로 발레아쥬+옴브레 탈색을 한 건 신의 한 수였다. 한 번 해보니 두 번 못할 것 없는 참으로 별것 아닌 거더라. 다만 내 피부 톤은 어두운 컬러가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이쯤에서 멈출 뿐. 

장롱에 박혀있던 운전면허증을 실전 갱신하는 시도도 잊지 않았다. 2주 정도 운전연수를 받았다. 이제 동네 마실정도는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 주차 실력이 꽝이라 내 차를 뽑는 시도는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롯데월드에 가도 절대 타지 않았던 자이로스윙도 몽골여행을 함께했던 동생들과 함께 시도해보았다. 빅잼. 이제 웬만한 놀이기구는 시시해졌는데, 이건 다음에 가도 또 탈만큼 재밌었다.

컬러렌즈도 사서 껴보았다. 무려 그레이 컬러. 요즘은 기술이 좋아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눈치빠른 엄마아빠도 못알아차릴 정도였다. 이것도 한 번 해보니 두 번 못할 것 없는 참으로 별 것 아닌 것 2222.

새로 간 회사에서 괜히 눈치보 며 쭐밋쭐밋 앉아있을 때 일등으로 퇴근하기. 그것도 며칠 연속으로 그렇게 하기. ‘5층의 도른자는 나야'컨셉으로 그렇게 하는 것도 예전같았음 못했을 일이다. 말은 이렇게 해도 쫄보처럼 몇날 며칠 눈치 보며 야근하기에도 동참한 바 있음 ㅠㅠㅠ 그러고 보니 올해 커리어 역사상 최장���간 야근도 해보았다 하하. 새벽 4시 퇴근잼...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익숙한 일들 중 시키는 것만 하는 것도 사실은 새로운 시도다. 불평보단 감사로, 빨리 쳐내는 것보다 완벽을 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나를 다듬어 가야지 싶다. 사원증이 없으면 화장실에 갔다가도 사무실로 못 들어가는 보안 철저한 회사, 연말 파티에 회사 차원의 X배너 설치는 물론 다이슨 청소기, 고프로, LG전자 공기청정기 따위가 경품으로 나오는 큰 회사에 다녀보는 경험도 나에겐 새로움 그 자체이긴 하다.

연말에 이르러 연초에 내가 뽑은 말씀과 선물 받은 말씀 “내가 네 사업과 사랑과 믿음과 섬김과 인내를 아노니 네 나중 행위가 처음 것보다 많도다(요한계시록 2장 19절)”모두가 나에게 이뤄졌다고 믿음으로 고백할 수 있는 점이 참 감사하다. 꿈꿔왔던 결혼 적령기 스물여덟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good-bye 2018!

#goodbye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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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will make a way

광천이었나 제천이었나 기억은 잘 안나지만 오빠랑 돈 모엔 목사님의 찬양을 자주 듣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듣던 찬양 중에 한 곡이었던 ‘GOD will make a way’를 요즘 아주 깊게 묵상하고 있다.

20살쯤에 나름의 인생 계획을 짜서 핸드폰 메모에 적어둔 적이 있다. 아마도 미국행이 결정되고 나서 앞날을 그려봤던 거 같은데, 이후로 내가 적었던 대로 인생이 흘러가서 ‘하나님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의 소원을 아시는구나'하는 생각으로 감사하고 신기했다. 그 때 세운 계획은 취업 후 2년 후까지만 정해져있었다. 그 때쯤엔 ‘김대리'가 되어 좋은 남편만나 시집가면 그 뒤론 모든 것이 알아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 후 2년이 지나자 내 인생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갔다. 불안했다.

계획보다 몇 달 이르게 대리를 단 것까진 감사한데, 그 때까지 남편은 커녕 남자친구도 없었다. 불안함은 물론 조급함도 닥쳐왔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내 삶은 주의 것'이란 고백으로 삶을 살자 다시 인생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연애의 기회도 생기고 회사생활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고... 그러다 다시 균형을 잃어 흔들린 채로 올 해 나는 연애도 접고 회사도 그만두어버렸다.

다시 인생이 막막해졌다. 아직 젊다 느끼지만 또 뭔가 몹시 늦어버린 것 같았다. 전에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며 지금 내 인생이 몹시 광야 한 복판 같다 느꼈다. 예전엔 ‘광야같은 인생길'이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마치 내 삶을 묘사하는 한 마디 같았다.

광야에서도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주야로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이시는 긍휼, 믿음이 없어 불평과 불만이 터져나와도 돌이키면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살았다. 말씀을 읽으며, 더욱 가까운 관계를 이어나가려 발버둥치며 마침내 ‘하나님, 제 인생이 가나안에 못들어가고 광야에서 끝날지라도 하나님만을 사랑할게요.’라는 고백이 터져나오기까지 인생에 대한 막막함과 답답함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한 여름 3박 4일밖에 안되는 짧은 아웃리치 일정에서 여러 크고작은 어려운 관계를 경험하면서, 나를 낮추시는 하나님을 발견했다. 겸손해져야지하는 마음은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는 것과 라인을 같이하기도 했다. 앞으로 뭘 해 먹고 살아야할 지도 확신이 안서고 끝이 없는 터널 속에 갇힌 것 같았다.

그래서 몽골로 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좋아했던 여행지처럼 문명이 꽃핀 도시가 아닌 자연 속으로, 생경한 문화권 속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진짜 광야를 살아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러 반대가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사랑이네 가족덕분에(?) 쉽게 허락을 받고 몽골행을 감행할 수 있었다. 나중에 엄마는 내가 뭔가 씌였던 거 같다고 고백했지만.

진짜 광야에 가 본 경험은 너무 격려가 되었다. 엄마는 내가 두 번의 주일이나 교회에서 예배의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에 마음이 어려웠다고 고백하셨지만, 나는 삶에서 매일 하나님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God will make a way where there seems to be no way. He works in ways we cannot see. He will make a way for me.

360도로 둘러봐도 평야인 곳에서 오른쪽으로 꺾고 왼쪽으로 꺾어 운전하던 기사를 보며, ‘뭐 알고 가는 걸까'며 갸우뚱했는데 그렇게 가다보면 마을이 나오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렇게 생각할 뿐, 정말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 길을 내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란 이런 것이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By a roadway in the wilderness, He'll lead me And rivers in the desert will I see

기대하던 모래사막을 올라가는 길엔, 남들이 안가는 쪽으로 가고 싶어 새로운 길을 개척했더니 너무너무 힘들었다. 가장 쉽게 올라가는 방법은 앞서간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한 번 모래가 다져졌기 때문에 덜 힘듦) 걷는 것이었다. 찬양에 ‘하나님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가사가 자주 나오는데 이 말이 그 말이구나 싶었다. 나보다 앞서 가신 하나님의 인도하심. 이젠 진짜 하나님이 광야에도 길을 내시고 사막에도 강을 만드심을 믿게 되었다.

길에서 마주치는 양과 염소떼를 모는 목자를 보면서 양떼를 돌보는 성경 속 인물이라든지 목자되신 하나님의 마음을 묵상하기도 했다. 양 팔을 벌리면 폭이 2m는 족히되는 크기의 독수리가 활공하는 모습을 보며 ‘독수리 날개쳐 올라가듯'이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 표현인지도 배울 수 있었다.

오늘,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지난 몇 달을 되돌아보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인도하신 주님의 은혜가 너무 귀하고 값지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계속 불평했지만, 뱀의 무리로부터 지키신 이도 하나님이요, 뱀에 물린 백성들을 낫게 구원하신 이도 하나님이었다. 조급해하지않고 언제나 믿음으로 좀 더 깊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을 살아야지.

내 힘과 실력을 뽐내는 자리가 아닌 하나님이 일하시는 곳에 내가 쓰임받을 수 있는 새로운 직장도 구하고, 함께 하나님을 바라보며 감사함으로 성실히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배우자도 만나길. 이마저도 미리 예비하셨을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아멘.

#thanksgiving #give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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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직딩라이프 청산

2014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4년을 꽉꽉 채워 한 회사를 다녔다. 대학생 시절 인턴으로 지원해 ‘이것이 천직이구나'싶어 부모님이 권유하던 대기업 공채에도 딱히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선택에는 그다지 후회하지 않는다. 4년 동안 내가 그리도 해보고싶던 ‘대행사'생활을 만끽했다.

내가 얼마나 일을 좋아하고 나 스스로를 회사에 이입시켰는지는 그간 나의 삶을 보아 온 이들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대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다며 나를 말릴 정도였으니까. 내가 속한 회사가 잘됐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그보다 먼저 내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모든 것을 주께 하듯.

기도로 들어간 회사인데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맡는 일마다 잘됐으며 나는 클라이언트와 회사로부터 넘치게 사랑받았다. 좋은 면만 보자면 그렇다. 이면에는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무책임한 사람때문에 고스란히 고생을 가져오기도 해야했고, 나서지 않아야될 일까지 나서야되는 회사의 구조적 문제도 ���었다. 심지어는 내 자존감을 바닥내는 이상한 유형의 클라이언트 카운트파트너를 1분 단위로 응대해야하기도 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작년 4-5월 쯤엔 집에가는 빨간 버스 안에서 소리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던 기억이 가득하다. 퇴사를 마음 먹은 최근 한달 안에도 억울하고 괴로운 마음을 못이겨 조용히 회의실이나 화장실에 굴을 파고 들어가 눈물을 훔친 기억이 있다. 긍정킹으로 통하는 내가 이만큼 힘들었다는 게, 사회에서 도태되고 부적응하는 거로 비춰질까봐 딱히 그만두지도 못했다. 왜 인지 모르게 어느새 잔뜩 구겨져있던 자존감을 조금씩 펼치고 나를 돌아보면서 이렇게까지 나를 망가뜨리면서 일을 할 필요는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러브콜을 보내는 곳도 있었고-심지어 연봉도 올려주면서- 회사의 상황에 따라 길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갈 길과 할 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생계 문제나 다음 진로 등 몇가지 두려운 부분에 대해 점검을 마치고 퇴사를 감행했다.

퇴사를 하게 된 결정에도 지금은 후회가 없다. 그동안 고생한 내게 안식을 주려한다. 그 동안 너무 소진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관심을 가졌지만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못했던 것들을 해보기도하고, 새로운 장르의 액티비티들에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제 2의 직업을 찾게될 수도 있을 거고. 다시 동종업계에서의 이직을 할 수도 있을 거고. 앞 일은 모른다. 그렇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Because GOD knows betther than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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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구심점은 항상 대표님이었다. 대표님은 예민하지만 둔하다. 생각이 느리지만 전략가다. 나를 챙기는 마음이 각별했다. 그 마음에 감사하며 오래 다녔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나의 구남친과 성향과 직급 모두 닮아있었다. 구남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가까워질 수 있었던 데에도 대표님과 함께 일해 온 3년여의 경험이 한 몫했다. 이별 뒤로는, 비슷한 사람과 매일 부딪히며 일을 하는 게 너무 힘겨웠다. 전에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던 것들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그래서 빨리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 많은 퇴사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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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는 퇴사하고 처음 보낸 하루였다. 아직도 크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해가 중천에 뜬 아침에 일어나니 나를 업무적으로 찾는 카톡이 가득 쌓여있었다. 회사에서 투명하고 똑바르게 나의 퇴사를 정리해주지 않아서다. 지겹다, 생각하며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카톡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처리했다. ‘회사의 누를 끼치진 않을까’ 하는 마음 따위 없이 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에 소소한 기쁨이 있었다. 

한편, 이미 주말에 소속없음의 난감함을 맛보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이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읊지 않고 라이트하게 무직상태임을 밝히긴 싫었던 것이다. 남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게 마음먹는다고 마법처럼 한 순간에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시간들을 통해서 온전히 하나님 안에서 나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회복하고 평안을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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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을 약속하신 하나님이 어떤 놀라운 일들로 올 해를, 그리고 나의 인생의 문들을 열어가실지 궁금하다. 굳게 닫힌 철문을 바라보며 낙망하는게 아니라 고장난 문고리를 고치는 희망으로 가득찬 시간을 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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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ugh

오늘 말씀이 시작되기도 전, 찬양하는 중에 하나님이 내게 물으셨다. “그래서, 니가 지금 구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나를 더 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맞아?”

댕.

전혀 아니지. 또 다시 방향성을 잃고 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최근 몇주간 내가 필요로 인식한 것들은 죄다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데서 오는 두려움으로 인한 것들이었고, 그것들을 채우려다 맛보는 실패함으로 무기력해지곤 해왔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더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 분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구하는 삶을 살아야지. 주님의 그 모든 것은 내 삶을 가득채우고 주 사랑은 내 모든 필요와 갈증을 만족시키니. You are more than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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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분기 근황

바쁘게 살다보니 2018 Resolution도 적지 못하고 1분기가 지나갔다. 사실 이렇다 할 결심은 없었다. 내가 계획한다 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 뭐랄까, 삶의 자세를 바로잡을 기준만 잘 세운다면 작은 목표따위는 굳이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정해 공표하고 다녔던 건 ‘물을 많이 마시겠다'였다. 영적인 의미에서는 하나님과 함께 해 그 생명의 물을 많이 마시겠다는 거였고, 육적으로는 하루에 500ml씩이라도 꾸준히 물을 마시겠다는 거였다. 

물 마시는 시간을 알려주는 어플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다운로드 받지 않았더니 물을 열심히 마시겠다는 목표는 새해 첫 한달이 채 지나가기 전부터 아웃오브안중이 되었다. 이따금 ‘어떻게 하루에 물을 그만큼도 안마실 수가 있냐'며 ‘물을 많이 마시면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내게 물 마시기를 권했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떠오를 뿐.

그래도 교회 청년부 공동체에서 180일 성경통독을 시작했으니까, 반은 이룬 셈인가. 지금은 레위기를 읽고 있다. 2018 Resolution 중 더 중요한 건 시작해서 다행이다. :)

올 해에 내가 받은 말씀은 요한복음 8장 12절 말씀이다.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또 하나는 요한계시록 2장 19절 말씀인 “내가 네 사업과 사랑과 믿음과 섬김과 인내를 아노니 네 나중 행위가 처음 것보다 많도다"다.

계속해서 그 분을 좇아사는 삶을 살면 만사형통! 같은 말씀이다. 다 맡기고 주바라기하면 되는데 나 스스로 뭐가 잘났다고 삶에서 진짜 그렇게 살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어느 주일, 청년부 목사님이 말씀카드를 뽑고 올해의 말씀을 받는다고 끝나는게 아니라고. 내가 그 씨를 심어야 자라게하시는 거라고 하셨는데, 너무 찔렸다. 좋은 말씀 받았으니 그냥 저절로 그 약속이 성취되는 건 아니지. 여전히 훈련 중이다.

그리고 마치 이대로 이렇게 약속이 성취되는 것만 같았던 관계가 끝을 맞이했다.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삶을 공유한다는 건 때론 달콤하고 때론 살을 깎는 것 같이 고통스러운 일인가보다 싶은 정도? 이제는 이 관계에 있어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은 드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꽤 짧았던 이 관계의 시간을 통해 나에 대해 새롭게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님을 닮아가고자해서 그런지 나 스스로도 정말 알아갈수록 새롭다. (하하) 사람이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새롭게 발견한 나의 이 부분들을 어떻게 다듬고 어떻게 활용할지 혹은 채워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실 관계에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나님께 묻고 응답받아 시작하고 계속 깨어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혼란스러웠다. 답답한 마음으로 찾아간 예배의 자리에서 하나님은 엘리야의 삶을 통해 내게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가라고해서 간 그릿 시냇가에서 엘리야는 까마귀의 기적까지 체험하며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시냇가가 말라버렸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렇지만 하나님은 기적의 시즌 2를 준비하고 계셨다. 누가봐도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사르밧 과부를 통해 먹이시고 축복하셨다. 

나는 매번 이렇게 한 발짝 앞만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식에 불만이 들었다. 그러나 ‘지도를 다 보여주면 니가 감당할 수 있겠냐'는 물음 앞에서는 이 방식의 지혜로움에 감탄하며 감사함으로 순종하겠다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해하는 곳으로 가는 삶이 아닌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으로 가는 삶. 그 곳에서는 내 인생이 내 이해를 뛰어넘게 된다는 걸 너무 똑똑히 말씀하셔서 납작 엎드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온전히 믿음으로 순종하기란 너무 어렵다. 나를 제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얼마나 인내하시며 나를 기다리실지 묵상하며 따라가봐야지.  

느리게 돌아가지만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고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시간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어 또 조급한 마음이 들지만 오늘의 걸음에 충실하게 살아야겠다. 

#2018 resolutions

[daweeeeee]

‘Who Am I?’ 훈련기

내 삶을 내 것이라 주장하며 살아가다보면 실로 엄청난 무게감이 삶을 짓누르고, 사소한 선택에도 미칠 영향들을 걱정해 주저하게된다. 이는 ‘책임감’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마음의 평안을 빼앗고 부담감을 줄 뿐 아니라 두려움을 선물한다. 두려우면 조급하고 외로워지기 십상이다.

내 삶이 내게 속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일. 그것이 매일의 고백이 되어야함을 매 순간 배우고, 훈련하고 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내 삶의 영역에서 그 사랑의 실천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하나님은 어디쯤에 있는 건지.

내게 길을 내시고 기적을 보이셨을 때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손을 뻗으셨던 하나님. 그러나 나는 기쁨은 세상과 함께 누리고 고난이 찾아왔을 때에나 ‘아, 내겐 의로운 오른 팔이 있었지!’하며 찾아가곤 했다.

내가 가지고 누리는 모든 일이 나로 인함이 아닌 오직 주로 인함을 고백하며 감사해야지. 나는 오늘 피었다지는 이름없는 꽃과 같을 뿐. 바다에 이는 파도, 안개와 같지만. 주는 나를 붙드시고 부르짖음 들으시며 날 귀하다 하신다.

나는 오직 주의 것.

[daweeeeee]

Inspired

그저 그런 사람들이 고만고만한 생각으로 베끼기 일쑤.

업계라는 것이 이 필드라는 것이 다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 더 이상 실망할 구석이 없을 쯤 잡힌 미팅 하나.

미팅에 가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입도 뻥끗못하고 가만히 앉아 고개를 끄덕이거나 빙긋 웃는 것이 다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왜 내가?)

아무도 차마 하지 않은 일, 누군가는 꼭 한 번 했으면 하는 일을 내가 해보겠노라며 함께 할 준비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할 수 있을 지 조차 모를 일이다. 급작스럽고 긴급한 상황과 요청에 황당할 뿐이다.

그렇지만 미팅 후 머리를 굴리는 데 기쁨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게 진짜 쓸모있는 생각 같았다. 내 머리가 머리라고 인정받는 느낌이었다.(그저 내 느낌일 뿐이지만)

다 똑같이 제자리 걸음하다 지쳐 나가 떨어지고 뿔뿔이 흩어져 아무도 없는 것 같던 길에서 저만치 앞에 독야청청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목격한 기분이다. 나와 아무 상관없지만 나도 걸어야겠단 힘을 얻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친구가 말해주었다. 용기는 없지만 동기는 얻었다.

[daweeeeee]

Good Bye, 2017.

이제 이쯤되면 나만의 의식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매 해 마지막 주에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글을 작성해 블로그에 올리는 것 말이다. 이제 2017년의 이틀을 남겨둔 오늘,  2017년을 마무리하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의미의 글을 써본다. 

Career

1>

2년 넘게 함께해 온 나의 첫번째 공식적 클라이언트와의 작별을 맞이했다. 새 해 연탄배달 봉사활동 취재로 시작해 4월에 있었던 통합 제안 비딩까지 참 열심히도 달렸다. 그만하고 싶었으면서도 애착이 있었기때문에 떠나보내며 내심 아쉬웠다. 

담당자 인상이 좋다며 '일도 얻고 사랑도 얻어보라'는 박이사님의 우스갯소리와 함께 시작했던 일이었다. 나랑 취향도 케미도 꽤 잘 맞는 담당자였다. 당시 아쉽게도(?)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던 클라이언트 담당자는 이번 달 마침내 결혼을 했다. 올 해 진급하게된다면 내 조력도 만만치 않다며 조만간 다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일도 사람도 모두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었다. 좋은 관계로 마무리되어 감사하다.

2>

두 개의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내가 이 회사의 Pioneer요, stabilizer니... (휴) 덕분에 유통업계의 SNS, 블로그, 언론홍보까지 안 다뤄본 영역이 없게 됐다. 아, 그리고 몇 년 째 지지부진하던 회사의 홈페이지 개편을 도맡아 진행했고, 몇 개월의 대장정 끝에 오픈까지 완료시켰다.

되돌아보면 감사한 일이긴 하나 일은 그만큼 터프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버스에서 눈물을 흘려가며 퇴근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야근 라이프는 끊임이 없었다. 몇 번의 이직과 퇴사 기회를 엿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게다가 유난히 나의 커리어 성장곡선이 완만해보여 답답했던 한 해였다. 심지어 방향성을 잃은 것 같아(실제로 그럴지도) 당황스러움에 주저앉은 시기도 있었다. 또, 내가 나 스스로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높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과연 내년엔 잘 할 수 있을까. 어디로 가야할까? 아직도 질문이 많다.

3>

취재와 출장이 끊이지 않는 해였다. 서울, 경기, 대구는 물론이요 미국까지도 출장을 다녀왔다. 특히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것은 올 해 remarkable한 일 중 하나다. 

애틀랜타에서 ��리는 컨퍼런스에 참��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회사 돈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뿌듯했지만 두 번 다시 할 짓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되기도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다!

보통 업계의 컨퍼런스들이 그러하듯, 해당 컨퍼런스는 동기부여 및 리프레시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와서 스페셜리포트를 만들어내야한다는 부담감으로 몇 달을 고생했다. 가기 전부터 가서 들어봤자 별 게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도 미국의 업계 사람들을 만나 무려 '업계'에 관한 의견들을 주고 받고 네트워킹했던 건 재미가 있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일어나는, 담당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거기서 거기였다. '세상사 별 거 아니구나, 미국이라고 다를 바 없구나' 하는 생각에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코카콜라 본사에 발을 들여본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고. 6년 만에 밟은 미국 땅도 너무 반가웠다. 다음엔 여행으로 다시 갈 수 있기를.

4>

회사 사람들과 한층 더 가족같아졌다. 정말 (가)...족같다며 깔깔대기에 이르른 수준. 야근이 많으니 가족보다 더 얼굴보고 밥먹는 시간이 많았다. 이래서 밥정이 무섭다고 하는거겠지. 겹치는 function이 하나도 없지만 비슷한 성향에 각자 확실한 개성과 주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러니 저러니해도 함께해서 다행이었다.

Trip

올 해는 다양하게 여행을 다니려고 해외수수료 무료인 신용카드에 PP카드까지 발급받았으나 해외여행의 기회는 한 번 밖에 열리지 않았다. (출장빼면.) 무려 황금연휴가 두 번이나 있는 해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차분히 준비한 덕분에 남들은 비싸서 또는 멀어서 엄두도 못내는 북유럽으로 일주일동안이나 여행을 다녀왔다. 네덜란드처럼 운하가 매력적인데다 언어가 네덜란드어랑 비슷해보여 무작정 선택한 '덴마크'로 말이다. 이로써 북유럽, 동유럽, 서유럽 모두를 한 번씩 밟아보게 되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멀리로 여행다녀두겠다던 나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한 기분이라 뿌듯하다.

혼자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할 만했다. 이것저것 신경쓸 것 없이 내 맘대로, 내 발길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다. 보고싶은 건 꼭 보고 관심없는 건 무심히 내버려둘 수 있었다. 숙소도 믹스돔이었으면 좋은 경험했을텐데(?) 안전히 선택한 호텔에서 제대로 북유럽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을 피해 시원한 북유럽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다. 지금도 그 때의 날씨를 떠올리면 행복해진다. 3일이면 다 본다는 덴마크에서 일주일동안 코펜하겐에만 있으면서 여러 경험을 해봤다. 정말 힐링의 시간이었다.

여행은 동반자와의 기억이 8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돌아다니고 구경한 것에 비해 추억이 많이 쌓이진 않은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아, 사진을 지지리도 못찍는 유럽사람들때문에 인생샷이 몇 컷 안남은 것도!

Relationship

1>

올 한 해, 순원들과 가깝게 지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기도 참 캐릭터가 가지가지인데도 불구하고 가정사, 연애사 등 인생사 나누고 중보하며 일 년을 알차게 엮어 나갔다. 매 주일 밤 삶을 나누고 한강도 자주 가면서 말이다. 심지어 추석에는 다같이 차를 타고 저 멀리 문경까지 여행을 다녀왔다. 술 한 방울 안먹는 사람들도 밤새워 미친듯이 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목표인 마냥 다들 열과 성을 다해 놀았다. 

배가 아플정도로 웃기도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아파 함께 울기도 했다. 가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감사했다. 다시 바뀐 순에 적응안될만큼 좋은 사람들, 순간들이었다. 

2>

올 해에는 언니오빠가 유독 한국에 자주 나왔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시간내서 가족끼리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오빠가 댑따 무거운 카메라를 사더니 매번 들고나와 사진을 자주 찍어줘서 추억사진도 많이 남았다. (초고화질에 내추럴한 사진들이라 프사각은 안나오지만...)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도리어 움직일 수 없는 채로 수십년을 살았는데, 올 해는 그 틀이 많이 깨졌다. 심지어는 주일날 오후에 대천 바다에 놀러가 해변을 걷고 자연산 회를 먹고 올라오기도 했다. 생경한 환경에 얼떨떨하면서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2017년은 가히 연애사에 있어만큼은 리즈시절이었다. 생각이 많고 신중해 관계를 시작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은 나 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3번이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축복(?)을 누렸다.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을 견딜 수 없고 어떤 면을 불편해하는 지 등을 배워볼 수 있었다. 

나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다. 반면에, 애정결핍도 아닌데 굉장히 사랑받기를 갈구한다. (이건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웬만한 사랑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해보기로 했다.)

또,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유롭고 충동적인 사람이다. 물론, 여전히 확고한 자기 기준과 강한 틀을 가지고 있는 채로 말이다. 완벽하게 모순적이지만 일단 이 포스트를 쓰고있는 시점에서는 내가 이런 줄 알면서도 만나주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Faith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같이 사는 것. 그렇기 때문에 삶의 다른 영역과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는 어렵지만, 그 영향력을 간과하지 않기 위해서 따로 categorizing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 로마서 8장 28절

특별히 올 해는 '삶의 동반자'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하나님과 대화하며 배운 것들이 많다. 작년 말에 엄청나게 조급한 마음이 들어 심지어는 교회에서 제출하라는 소원카드에도 '짝을 만나게 해달라'고 적고 기도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이와는 아무 상관없어보이는 위의 2017 말씀을 뽑았을 때도 어쩐지 그런 식으로 해석했다. 내가 먼저 하나님 나라의 의를 구하면 알아서 주시리라는 믿음이랄까. 나의 조급함은 아무 짝에도 소용없고 하나님을 신뢰해야한다는 훈련을 열심히 받은 한 해 같다.

사람을 놓고 기도해보고 응답이 올 때까지 치열하게 매달려보는 스테이지, 내 감정이 계속 흘러가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면 정리해보는 스테이지, 내 인생 계획을 내가 열심히 짜도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 스테이지 등. 매 번 끝판왕을 깨는 힘겨운 여정이었다.

그러면서 모든 걸 관통하는 진리를 깨닫기도 했는데, 내 삶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 가장 선하고 하나님의 타이밍이 가장 완벽하다는 것. 그래서 하나님이 내게 져주지 않으시니 참 다행이라는 것까지. 다 이해할 수 없을 때라도 순종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내야한다는 것을 여실히 배웠다.

그래서 작년에 소원카드랑 함께 '내년 이맘 때엔 결혼할 사람이 옆에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돌고돌아 기나긴 스토리 끝에 만남을 시작한 사람이 옆에 있어서 기분이 묘하다. 앞으로 하나님이 이뤄가실 일들을 기대해봐야지.

ETC

1> 자기계발 영역 - 노력은 많이 했으나 결과는 어쩐지... 용두사미형!

코딩을 배워 마스터해보고자했으나 책을 산 다음부터 열심히 하지 못했다. 내가 바빠진 것도 있지만 선생님이 보드에 취미를 붙인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ㅋㅋ

그래도 꼬물꼬물 함께 만들어보겠다고 했던 시 딜리버리 어플리케이션은 론칭했다. 유지보수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점은 팀에 미안하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능력자 오빠, 동생들을 얻었다.

필라테스는 상반기에 나름 꾸준히 했으나, 지금은 다시 부끄러운 몸뚱아리가 되었다.

추천받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영어 프리토킹 스터디를 했었다. 남아공에 사는 또래와 몇 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오랜만에 영어를 썼는데, 이도 오래 지속하진 못했다. 

2> 

6년 만에 앞머리를 잘라보았다. 대부분 '잘 어울린다'는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나 내 인생에 파워인플루언서들은 다 별로라고 해 다시 길렀다.

3>

올 해부터 씀씀이가 크게 헤퍼졌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카드값이 월급을 넘는 날이 올까 두렵기마저ㅎㅎ. 그래도 잘 감당해내고 있고, 모아놓은 돈도 함께 불어나서 '내가 정말 성인이구나' 싶어진 한 해다.

(내 삶은 주의 것이지만) 매일의 삶에서 스스로 결정해야하고, 또 그 선택에 오롯이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삶의 무게가 여실히 느껴지는 한 해였다. 비로소 성인이 된 느낌의 한 해였다고 총 평을 해볼까나. 2017년 잘 가라, 치열한 한 해동안 수고 많았다 나 자신이여.

#goodbye2017 #2017연말결산

[daweeeeee]

처음 해보는 일에 왜 하는지 가치도 발견할 수 없어서 매일 고된 일과가 계속되고 있다. 자신감은 물론 뭐 하나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자존감까지 갉아먹고 있는 중. 그나마 이번주에 들어서는 여기저기서 뜬금없이 위로와 칭찬을 건네주고 있어 다시 바닥에서 딛고 슬슬 올라가는 중이다.

매번 텀블러에 생각을 정리한다는 미명아래 우울하고 힘든 얘기만 적었던 것 같아, 칭찬받은 일도 적어본다.

1. 클라이언트 P부장님

어제 저녁미팅에서 얘기나온 광고며 영화며 트렌드며 모르는 게 없어서 역시 센스있다고 느꼈다고.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아주 오래된 트렌드지만 칭찬해주시니 내 전문성이 아예 0에 수렴하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의외로 기분이 좋았다.

지난 주엔 젊은 나이에 컨설팅 회사에서 다양하고 빡세게 배우면 나중에 아주 좋을거라며, 지금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 기회가 많을 거라고 말해주시더니.

처음엔 못미더워하고 경계하는 태세다가 요즘은 믿고 맡기고 일까지 덤으로 주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2.클라이언트 C대리님

내가 제한된 소스에서 가장 멀쩡하게 쓴 글을 엎어버리셨다. 기어코 두어번의 수정본을 받아들고서야 본인도 길을 잃었다고 말했다. 나는 내 완성본이 흐름이 뚝뚝 끊기게 난도질 당했을 때 이미 길을 잃었다고... (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그래도 고분고분 네네하며 고쳐줬더니, "대리님은 일을 참 잘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뜬금없이 이게 웬 평가질인가, 싶은데 빈말이어도 기분은 좋았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사에게 막대하는 꼴을 보면서 나까지 기분이 다 나빴는데, 나에게는 유독 잘해주고 친절하며 잘 챙겨주니 기분이 묘하다. 한 편으로는 불안하고 한 편으로는 뿌듯하달까.

3. 우리 회사 K과장님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을 수 있다는 방송국 바닥에서 8년이나 버틴 사람이 나라며, 그렇지만 이 회사와 에이전시 환경은 도무지 견딜 수 없이 하드하다고 울먹거리시는 우리 과장님. 그 안에서 나는 내 자리를 잡고 일도 척척해내는 모습이 좋아보여 배우고 있다고 하셨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본인이 꼭 알아야한다며, 점심 사주며 토닥거려주셨다. 

그간 나를 너무 학대했던 건 아닐까. 채찍질만 했는데 보상도 좀 해줘야하지 않나 싶다.

[daweeeeee]

1. 11월 15일 큐티말씀

아마 그가 잠시 떠나게 된 것은 너로 하여금 그를 영원히 두게 함이리니 (몬1:15)

2. 11월 16일 시청한 11월 12일 예배말씀

https://youtu.be/lZWwg51CaiQ

허드슨 테일러 “사명이 아닌 사랑으로 해야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그물을 내린 베드로, 첫번째는 거둔 것은 많지만 그물이 찢어지는 등 실패하고 감정적인 상처를 받았지만 밤이 맞도록 수고했어도 순종하고 거뒀을 때는 온전한 사랑을 체험. 실패하고 용서받은 사람만이 용납하고 사랑할 수 있음

[daweeeeee]

2017.09.27 일기

*열심히 다 쓴 글이 텀블러 앱 업데이트로 날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기. 웬만하면 넘어가고 잠에 들겠지만, 오늘은 꼭 일기를 남겨야할 것 같아서.

1.

지난 3주간 준비했던 제안 프로젝트가 오늘 PT로서 끝이 났다. 

처음에는 OT에 참석한 내용을 정리하고, 함께 할 회사에 실무진으로서 얼굴을 비치는 것이 내 업무였는데 대표님이 갑자기 제안서 제출 일주일 전쯤 나에게 PM을 맡기셨다. 처음부터의 히스토리를 알고있는 실무진은 나 뿐이라, 안한다거나 못한다고도 할 수 없었다. 

당황스럽지만 잘 해내고 싶어서 몸부림 치는데, 잘은 커녕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나를 마주했다. 업계에 3-4년 있었는데 멋드러진 제안서 하나 못 쓰는 것이 실화인가... 가끔 대리, 과장이어도 제안서 하나 제대로 못 쓰는 사람 많다며 불특정다수(사실 소수라고 생각했지만)에 대한 조롱을 들어왔는데, '그게 나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였다니'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래서 끔찍함을 타개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정말 한 장도 쓸 수 없었다. 멍하니 대표님과 회의한 필기내용을 한 번 보고, 모니터를 한 번 보고 하면서 초조해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다행히 그 때쯤 컨설팅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어 차장님의 구조화, 그리고 대표님의 다급한 마무리로 제안서를 부랴부랴 완성했다. 

결국 제출한 80여 페이지의 제안서 중 내가 한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2장 뿐.

쓰는 내내, 그리고 제출한 다음에도 나의 이 무능력함은 나를 괴롭혔다. 내 지적능력의 한계를 마주한다는 건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그건 일에 대한 의욕저하로까지 이어져 방향을 잃은 사람처럼 헤메게 되었다. 

오늘 PT에 따라가면서도 계속해서 든 생각은 '가기 싫다'였다. 나의 무능력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대표님은 "지적 능력보다 더 중요한 건 지적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셔서 요만큼 자기 위안을 삼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돌아와 내일 미팅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회의실 밖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들렸다. 의아해 나가보니 오늘 PT한 그 경쟁 비딩에서 최종적으로 우리가 따냈다는 소식이 사내 메신저에 전해져 있었다. 회사 사람들은 다 나보고 고생많았다며, 축하한다고 했지만 얼떨떨할 뿐이었다. 제가 한 게 없는 걸요...

그래도 이름만 대도 업계에서 알아주는 4개의 쟁쟁한 회사를 제치고 우리의 제안이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좋았다. 내가 지적능력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지적 수준이 높은 그룹에 속해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 위안을 얻었달까.

이 프로젝트는 사실 따도 문제라 -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업무 방식, 분야기 때문에 몸 고생 마음 고생 예약되어있음 - 딱 오늘 밤까지만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이 아쉽지만, 오늘은 뿌듯하고 보람찬 걸로.

2.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랑 집에 오는 길 카톡대화를 나누다가 깨달았다. 요즘 나를 가장 다운시키는 불편한 감정은 외로움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이 회사를 나왔는 데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으면 어쩌지, 우리 회사가 이대로 망하면 어떡하지, 사실은 잘하는 거 하나 없는 나의 능력 한계치를 들키면 어떡하지, 내가 서른이고 마흔이 될 떄까지 배필을 못만나고 홀로 있으면 어떡하지, 요즘따라 병원을 자주찾는 부모님이 더 약해지시면 어떡하지 등등

나이를 먹고 일을 시작하면서 오롯이 내 삶에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들을 마주하다보니 안전장치의 부재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내 삶은 내 삶이니까. 

그래서, 내가 바닥으로 추락해도 바닥이 아니었으면 해서 그물망같은게 버텨주길 바랐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남편'이 돌파구가 되어주길 원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조급하고 불편했던 건 아닐까.

오늘로 답은 발견했다. 내 삶은 주의 것이니까 그간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그래서 요즘 내가 '신뢰'에 대한 훈련을 받고 있는 거였나보다.

예전에 여름 수련회에서 높은 곳에서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으고 뒤로 넘어가는 연습을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뒤에서 나를 안전하게 받쳐 줄 공동체가 있다는 걸 믿는 훈련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나를 온전히 맡기고 의지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지금 내가 바닥을 찍으면 거기엔 나의 친구이자 동역자이신 하나님이 계실텐데! 그 안에서도 또 선한 걸 만들어가실 분인데.

어제 김명선 간사님의 간증을 코 앞에서 들었던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 기도하며 폭풍 눈물을 쏟았던 것도, 그래 다 이유가 있었다.

<내 삶은 주의 것 / 김명선>

주님 내 길을 잘 아시고 내 걸음 아시네 어둠에서 빛을 내시는 그 분을 믿네 무엇으로 주를 섬길 지 어디로 가야할 지 헤매이는 나를 아시고 길을 여시네 내 삶은 주의 것 내 삶은 주의 것 온전한 신뢰를 주께 드리네 보이지 않아도 믿음으로 걷네 주 영광 바라보며 주만 따르네

*좁은 길을 따르라 승리의 주 영원한 생명되시네 고난 중에 순종을 배워가며 너의 모든 살 맡겨드리라

[daweeeeee]

좋아하는 일을 일로 하는 기분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건 중3때부터. 그 당시에 나는 온스타일에서 방영했던 프로젝트런웨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했는데, 외국 자료를 퍼다 보기좋게 편집해주즌 한 블로거가 있었다. 거길 자주 들락날락하다보니 '이웃'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인맥이 생겼고, 이후 학교에서 블밍아웃하고 여러 마음맞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만의 세계를 공유하며 그 문화를 즐겼다.

때론 일기처럼 때론 감명깊은 구절을 나누며 적어내려간 글들을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데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

여기에 긴 유학생활로 소식지 형태의 블로그를 운영하던 오빠의 플랫폼유목민생활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어, 나도 덩달아 구글블로거, 티스토리, 네이버, 브런치, 텀블러 등 웬만한 블로깅 플랫폼은 다 체험해보게 됐다.

거부감이 없어서인지, 혹은 경험적 지식에서 나온 노련미 덕분인지 흘러흘러 나는 이 '블로그'란 세계에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여 납품(?)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블로그 운영을 업의 한 파트로 삼게되니, 쉬는 날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던 글을 쓰는 재미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좋아하기에 더 잘 알고, 그래서 더 잘 만드려고 노력할 수 있지만. 좋아하기에 더 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함께한달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겠다.

[daweeeeee]

'17 상반기 토네이도 정리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영향력,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자취를 남기게 되는 커리어여정은 정말 중요한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것들에 있어 약간의 회의감이 생기고 ‘이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진 순간부터 끊임없이 이직을 고민해왔다. 근데 하나님은 계속 지금 회사에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모든 일과 관계를 새롭게 시작할 때 기도하고 확신을 구하듯이, 그만두고 멈출 때도 기도해야한다고 믿기때문에 계속 기도했으나 돌아오는 메시지는 STAY일 뿐이었다.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커리어상 ‘뉴스룸'이라는 실버라이닝을 설핏 보여주신 덕분에 일단 순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100%의 온전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순종은 아니었다.

근데 오늘 주일 예배 말씀을 듣는 중에, 내가 일하고 커리어 여정을 쌓아가는 것보다 지금 이 회사의 한 영혼 한 영혼을 하나님이 사랑하시고, 한 영혼을 살리고 구하는 일이 내 커리어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는 마음을 주셨다. Ohhh, I see! 하나님을 사랑하고 닮아가는 것, 그리고 그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기때문에 나는 더 이상 토달 말이 없어졌다. 그 와중에 커리어 여정이니 해외출장이니 하는 기회를 챙겨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할 뿐. 놀랍도록 역사하시는 하나님 :)

그나저나 블로그 애독자들과 과거를 회상하기위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미래의 나를 위해 잠시 근황을 정리하자면, 7월 중순 생애 최초로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혼자하는 해외여행을 일주일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무사히 잘 다녀왔다. (여행기는 시간날 때 정리해서 별도의 포스팅을 할 예정.)

또, ‘2017 resolution의 3번(이라쓰고 1번이라 읽는다)에 대한 응답’인 것만 같았던 관계는 연말까지는 커녕, 100일도 채우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일장춘몽같아 아쉬운 마음이 많지만 이렇게 된 이상 돌이켜보면 배운 것이 많다. 나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것 같았지만 새롭게 나에 대해 알게된 것도 많고,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동안은 신뢰에 대한 훈련을 계속 해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2017년의 반이 벌써 몽땅 지나갔다. 하반기 내 삶에 펼쳐질 어메이징한 일들을 기대하고 감사하며 살아내야지. :) 

[daweeeeee]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 (사40:8) The grass withereth, the flower fadeth: but the word of our God shall stand for ever. (Isaiah 40:8, KJV) 오늘자 힘듦 토로: 나는 그 자리에 고요히 그리고 오늘의 일에 성실하게 가만히있는 동안 많은 것이 변하는 것.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처음과 끝을 모두 지켜보며 히스토리를 읊어내야하는 것은 어쩐지 자부심을 갖게도하고 마치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할 것 같은 부담을 주기도 한다. 또, 이게 싫고 저게 좋아서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보니 나는 좋고싫음이 없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이 두려워 이리도 머무르는가. 이다지도 소박한 사람이었나 와 같은 자책이 속에서 아우성친다. 여기에 더해, 가만히 있는 것이 또한 내가 성장을 그쳤다는 것과 그 맥을 같이하는 것은 아닐지...시장에서의 나는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알기가 두렵다. 일이 싫지 않지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모르겠고, 그걸 몰라도 날 인도하시는 하나님만 믿고 따라가면 되는데 멍청해가지고 자꾸 지금이 아니라는 사인만 주시는 하나님이 이해안되고 답답해죽겠다.